"언제 발령날지도 모르는데 그냥 감정소모하고 싶지 않아요."
내 옆 자리의 주사는 참 말이 없었다.
나는 외부인력이라 그들 부서와는 소속이 달랐지만 3년 주기로 담당지역이 순환하는 것으로 비교하면 그들의 발령은 빠르면 3개월, 6개월로 났기 때문에
적응할만 하면 또 인사이동 발령이 나서
새 근무지로 이동해야 했다.
그래서 위의 말처럼 언제나 방어막을 치고 적당한 거리를 두는 이들을 많이 봤다.
나또한 애써 그들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아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러던 어느 날.
쪼매난 땅콩같은..ㅋ..여인이 내 옆 자리로 왔다.
업무를 보는 내내 그녀 또한 민원인과의 거리감을 두는 것이 눈에 보였다.
이 여인도 그렇구나 싶어서 나 또한 대면대면하게 대했다.
그런데 내가 건내주는 과자도 짭짭거리면서 잘 받아 먹고 참새 입처럼 조잘조잘 잘도 떠들었다.
조금씩 친해지고 편해지던 차에 나는 또 질문을 했다.
주사님은 왜 딴 사람들하고 그렇게 스스럼없이 지내요? 금방 발령날지도 모르는데?
ㅎㅎㅎㅎ아니..뭐..어차피 여기가나 저기가나
만날텐데..왜? 누가 선생님하고 안 친하게 지내겠대? ㅎㅎㅎ
나랑은 만날 일이 그리 흔치는 않죠..같은 직군도 아니고..소속도 다르니깐..
에이..그래도 그건 좀 아니다.
몇 일을 있어도 서로 옆 자리에 있으면 편하게..좋게 지내는 게 당연한 거 아녜요? 꼭 여기 아니라도 대한민국이 얼마나 좁은데...ㅎㅎㅎ
그치? 응? 주사님..
그러고 나서 두 달 뒤에 그녀는 일본으로 교환연수를 가 버렸다. ㅋ
그녀는 떠나면서 내게 열심히는 아니어도 일본어를 잊지 않게 가끔 들여다 보라며
자기 닮은 일본어판 마르코는 9살이란 제목의 작은 만화책을 주었다.
나는 그 쪼꼬만 몸에 늘 유행하는 감기란 감기는 다 달고 사는 그녀를 위해 멀티 비타민을 챙겨 주었다.
그녀는 여전히 카톡사진에서 일본의 어느 풍경을 배경으로 무뚝뚝한 표정으로 남아 있다.
사람과의 만남에서 그 만남이 어디서 이뤄졌든 결국은 사람끼리의 만남이다.
많은 것을 억지로 나눠야 할 필요도, 인위적으로 노력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시작하기도 전에 선을 긋고 인간관계조차도 사용이 다 다른 물건처럼 구획을 짓는다는 것 자체가 감정이든, 시간이든 최대한 낭비하고 싶지 않은 인색함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어디서 누구를 만나도 우리의 관계는 유한하고 한시적일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란 것으로 인간관계의 경중을 따질 수 있을까?
짧은 시간 함께 해도 정해진 시간만큼 편하게 주고 받을 수 있는 것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그 인연이 또다른 어느 곳에 가 닿을지 알 수 없는 것이다.
거리가 가깝든, 멀어지든 함께 한 시간동안 서로에게 더없이 좋은 관계라고 자신한다면 그 인연은 그 어떤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해도
자신의 인생에 또 한 사람의 소중한 인연으로 오래 남아 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스쳐갈 지, 머물지를 결정하는 것은 무심한 시간이 아니라 그 어떤 사소한 인연이든 소중히 대하는 내 마음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