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종교인 중 가장 인간스러운 사람.
딸 공부방 선생님이다.
종교가 있으나 부드럽고 유연하며 고집스럽지 않고 강단이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활짝 열려 있는, 뜨거운 열정 가득한 여인이다.
왠일인지 딸의 귀가가 늦다.
전화해 보니 공부방 선생님과 인생상담 중이란다.ㅋㅋ
인생상담이라고 했다.
중2 의 인생은 어떤 것일까?
나는 조신히 딸을 기다렸다.
10시가 훨씬 넘은 시간 들어 온 딸은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내 옆에 벌러덩 눕더니 모로 돌아 내 옆구리에 찰싹 붙는다.
나는 기분좋아 웃었다.
"엄마!!! 나아~~! 열심히 공부해서 꼭 노르웨이 갈래. 그런데 엄마랑 떨어지는 건 싫어.
꼭 의사가 돼서 돈도 많이 벌거야."
대견하다 했다.
무언가 꿈을 위해 지금 들떠 있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고 했다.
이뤄지든, 못 이루든 지금처럼 생동감 있게 살라 했다.
실망하지 말고 오래오래 꿈을 품으라 했다.
언제나 참새의 재잘거림을 닮았던 딸이 사춘기가 오자 실어증 걸린 사람처럼 3년여의 독거 생활을 청산한지 어언 2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는 지금.
그 긴 공백기간동안 자신이 무슨 생각들을 했었는지 두서없이 신을 받아 방언이 터진 사람처럼 쏟아내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엄마, 아빠를 볼 시간이 30년도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엄청 울었다고..( 30년 긴데..생각보다..엄마도 중2때 그런 생각하고 대성통곡했다.. 딸아...ㅋ)
그래서 한동안 열심히 교회 다니면서 매일매일 기도했다고 했다.
오래오래 살게 해달라고..
아빠의 병이 절대 재발하지 않게 해 달라고..
방에 틀어박혀 나의 속을 숯검뎅으로 만들었던 딸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에
너무 마음이 벅차서 눈물이 났다.
우리는 같은 시간대를 건너왔으면서 그 시간에 내가 무얼 했고 어떤 생각으로 지나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때의 고민과 불안감과 고독감과 외로움...
하지만 나는 이 모든 게 아주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말하는 녀석의 마음 속의 감정이 좀더 잘 읽혀진다.
삶이란, 인생이란 황홀하고 번쩍하며 사라지는 큰 행복보다 강물의 출렁임처럼 찰랑찰랑거리며 잔잔하게 주는 일상에서의 행복감이 훨씬 오래가고 기분 좋은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좀 더 성장하면 녀석이 내 마음을 더욱 잘 읽게 될 날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