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라 사랑하지 못하는 삶도 있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됐고, 그렇기에 불행한 삶을 이해하고 인정하게 됐다.
아직도 나는 내가 너 없이 백만송이 장미를 피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 더 신기한 건 이젠 네가 있어도 그게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늦깍이 별
삼 년의 만남과 세 시간의 이별 5 중_
그 누구와의 이별에서도 나는 생각보다 많이 무덤덤했고 시간이 지나서 기억하려 해도 별로 남겨진 것들이 없었던 내게 이번 이별은 심각하게 내 자신을 망가뜨리기도 했고 작은 일에도 겁을 집어먹게 할만큼 불안감은 매우 심했었다.
그런 이별의 급성기를 지나고 만성기에 접어들고 있는 내게 브런치 작가 중 파란달님의 책은 자연스럽게 마음이 가는 책이었다.
급성기가 지났지만 만성기 또한 만만치 않은 집요함으로 나를 자주 꼬꾸라지게 하고 있었기에 나는 왠지 그 이별이란 것에서 내가 과연 정상적인 괴도로 흘러 가고 있는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내게 명확한 답을 주리라 기대하면서.
참 아름답고 아릿한 아픔을 무덤덤하고 밝은 느낌의 글로 써내려 갔다.
소소한 그들만의 추억의 장소와 물건들, 그리고 그걸 추억하며 두번째 이별로 마무리해 가는 그들의 차분한 이별의 과정들이 내게는 참 크게 다가왔다.
나의 이별은 느닷 없었고 단 번에 끝이 나버렸었기에 따뜻함이 묻어 있는 그들의 이별의 과정이 참 부럽기도 하였다.
진한 사랑만큼 진한 이별을 오랫동안 해 오고 있으면서도 수시로 그와 닿고 싶어지는 지긋지긋한 충동감이 나만의 못난 모습이 아니라는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그 어떤 미련이나 후회도 없는 이별이었으나 다시 사랑하게 된다해도 그때만큼 활짝 피어날 자신이 없다는 말에 내가 그에게 왜 돌아가지 않고 있는지를 알아 버렸다.
나는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서 그에게로 달려 갔던 그 때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고 더 이상 그에게 끄집어내서 보여줄 수도 없는 내 진심을 줄기차게 확신시켜 줄 자신이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수시로 드는 그와 연결되고자 하려는 부질없는 내 노력들과 오랜시간 불화하며 살아가는 것이 내 이별을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도.
그는 아직도 나를 무척이나 원망한다.
어쩌면 여자란 존재에 대해서 환멸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인에게 자신은 이제 절대로 여자에게 잘해주지 않겠다고 서슬퍼런 눈으로 얘기한 것으로 보았을 때 그는 내가 돌아간다고 해도 결코 용서해 주지도, 받아주지도 않을 것이라고 나는 짐작해 본다.
나 또한 내 최선에 지쳐가고 있었을 즈음
책임전가 반, 핑계 반의 이유로 그의 미래를 위해 이별통보를 해 버렸다.
그는 일방적인 내 이별을 받아 들여야 했고 그 또한 내게 연락 한 번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내가 말했던 이별의 이유, 자신의 미래를 위함이라는 이유는 변명으로 확신했을 테다.
이별에는 많은 이유들이 있을 수도 있고 단순히 사랑하지 않는다는 간단한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어떤 것이 이유가 되었든 이별은 헤어짐과 동시에 오랜시간 많은 공정과정을 통해서 희석되고 정제되어지고 그러다 잊혀지기도 하고 편해지기도 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사랑하지 않는 시간이 온다.
사랑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과거의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서 추억 속에 박혀 있는 그를 그리워하는 자신을 보게 되는 날이 온다.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은 참 아프게 느껴진다.
하지만 나는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 같다.
사랑하지 않고 있는 지금 순간도 불행하지는 않지만 사랑한다고 해도 완벽히 행복해질 수도 없으며 완벽한 사랑을 할 수도 없을 것이다.
이별 후 나는 생각해 본다.
사랑이란 것에 내 모든 것을 걸고, 내 모든 주위를 집중하는 것이 불행의 시작이라고.
각자의 사랑하는 시기가 다르고 상황이 다르기에 그 상황에 맞게 사랑하고 욕심내지 않는 것이 사랑하면서도 불행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며 불행한 이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도.
추억하고, 그리워하고 기억하는 그 모든 과정들이 이별의 과정이다.
아직은 완전히 이별하지 못했지만 아마도 앞으로도, 평생 그렇게 완벽히 그와의 이별은 불가능하리라고 본다.
그를 완벽히 내 인생에서 배제해 버릴 만큼의 이유도 없을 뿐더러 그와 나누었던 소중한 기억들은 잊혀져서도 안된다.
그만큼 아름다운 순간들이 너무도 많았던 우리의 시간들이었으니까.
그리고 작가님의 말처럼 나또한 다음 사랑은 내 지난 사랑보다 더 찬란할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다시 돌아온다 해도 그때처럼 찬란하게 사랑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저 부드러운 바람처럼 서로를 쓰다듬고 토닥이며 속삭이는 사랑이 내게 적합하리란 생각이 든다.
뜨겁고 진해서 서로를 욕심내는 사랑에서 얻은 상처를 이제는 감당할 힘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의 불안정한 나에서 시간의 힘을 빌어 철저히 그와의 재회의 기대가 사라진 후 순수하게 추억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아름답기만 한 이별을 꿈꾸지는 않으나 그의 원망과 아픔이 더 이상은 내 것으로 느껴지지 않을 그런 날 또한 속히 오기를...
그대 안의 나와 화해하는 그런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습니다. 나와의 이별을 고하고 그대의 길을 갈 수 있는 그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