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도 있지만 나한텐 그러지 마.

by 바다에 지는 별

최근에 친구의 모임에 한 번 참석한 적이 있다.


오랫만에 친구도 보고 친구의 지인들도 어떤 사람들일지 궁금해서 나간 자리였다.

비교적 편한 성격의 사람들이라서 가벼운 술자리로 기분 좋게 모임을 마치고 시간이 되는 몇이서 커피한잔 하러 까페에 갔다.


네 명 정도라서 그런지 다소 개인사를 자연스럽게 얘기하게 되었고 나이도 사십 중 후반이다 보니 혼자된 사람도 있고 애정보다는 그저 가정유지하며 산다는 얘기들.


누군가가 그랬다.

나이도 있고 다 알거 아는데 너무 재고 시간 끄는 거 딱 싫어서 늘 자신의 연애는 속도감이 있다며

자랑스레 얘기를 꺼냈고 나는 조신모드를 유지하면서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런 내게 얘기를 이어가던 그 분이 물었다.

지금 얘기하는 연애스타일이 어떠냐고.

솔직히 내 속내를 다 털어놓기에는 조심스러운 자리였기에 최대한 애둘러 답을 했다.


지금 우리의 나이에는 가정이 있든, 없든,

혼자이든, 둘이든 외로움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도덕적인 잣대로 판단하기보다 각자의 판단과 책임으로 사는 것이다.


스스럼없이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것도 한 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나는 그런 연애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이 이어졌다.


어쩌면 그렇게 급속도로 뜨겁게 가까워지는 사랑도 참 멋지고 좋을 것 같다고.


인위적이고 상대의 의사가 무시된 것이 아니라

그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격정적이고 저돌적인 사랑으로 흘러가버리게 되는 사랑은

한 편으로는 위험할 수도 있지만 그런 위험요소만 배제되면 참 드라마틱하고 한 사람의 인생에서 보면 참 운이 좋은 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랑이라면 꼭 사랑이 끝까지 이어지기보다 이별이 와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는 좋은 선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사랑의 유효기간이 길든 짪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가볍고 그저 필요에 의한 성급한 사랑도 나름의 필요를 채울 수 있는 사랑의 한 종류이고

격정적이고 뜨거운 교감 가득한 사랑이라고 해도 모든 것이 그저 좋기만한 것은 아니다.


그 어떤 종류의 사랑이라도 그 나름의 좋은 면들은 분명히 있다.


누구든 지향하는 사랑의 유형은 있지만 시간이 가고 나이가 먹어가면서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이 훨씬 줄어들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중심을 잃지 않는 유연함만 가지고 있다면 좀더 새롭고 내가 알지 못했던 그런 경험에도 더 많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https://youtu.be/A-vutevE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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