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프리즘으로 삶을 보기.

by 바다에 지는 별

우정도, 사랑도, 사람도 모두 시간이 지나쳐가는 것과 같다.



머물 때나 내 것이고, 내 사람이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면 그 뿐.


그러고보면 집착하고 욕심내는 게 어쩌면 더 열정적으로 인생을 사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생을 살아낼 이유라는 건 다 몇 개씩은 가지고 있지만 그 이유를 부여잡고 살아가지만

구지 이유를 찾지 않아도 주어진 시간을 살아내는 것도 일상적이고 보통적인 삶이겠지.



삶과 죽음.


어렸을 때부터 궁금했고 늘 생각을 하면서 살았던 주제이지만 요즘 들어서 그 의미들을

더욱 깊이 생각해 보는 중이다.


주어짐으로 당연히 살아내는 게 삶이라면 죽음은 다가오는 날 그저 받아들이면 되는 것일까?




삶도 알 수 없지만 죽음도 가보지 않은,

모르는 세계이기에 어떤 답을 찾을 수는 없지만 또 다른 삶에 대한 선택이고 길일 수도 있을 거란 생각.





도피가 아닌...

쉼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지는 게 아닌...

죽음이란 주제를 곁에 두니 세상이, 사람이 다르게 보인다.



지나치는 우리 딸아이같은 또래의 아이들의 진하고 자극적인 화장들이 귀엽고, 그 시절들을 살아내는 또래들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그래..살아 있으니 저렇게 예쁘고 사랑스럽구나...


지인들의 유치하고 속보이는 말들이나 속내를 보면서


그래..그렇게라도 애쓰고, 감추면서 사는 것도 어쩌면 각자 지켜내고 싶은 것들이 있어서 그런 거겠지.




그리고 지나치는 지구의 작은 생명체들.


길냥이, 길멍뭉이들,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꽃들, 하늘을 날다 땅으로 내려 앉아 작은 몸뚱이를 통통거리며 무언가를 쫓아다니는 새들을 보며


작은 몸뚱아리로 먹고 사느라 참 분주하게 사는구나...나처럼...

삶은 작은 너에게도, 나에게도 계속 되는구나...



이런 생각들...

저 작은 생명체들과 함께 치열하게, 그리고 홀로 애쓰며 살아내는 작은 나라는 생명체.





자꾸 놓아지게 되는 것 같다.

무언가를 움켜 쥘 수록, 머물려고 노력할 수록 자꾸만 슬퍼지는 게 힘들어서

시작하기도, 맘에 담아두려고도 하지 않는다.



잡아두려 하고, 머물려고 하는 모든 노력들이 결국은 떠남으로 허무함으로 무너져 버릴 것이란 생각으로 부질없어 보인다.



곁에 있었던 사람이 홀연히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거부하고 세상에서 사라진 일이 있었다.


나는 울지 않았다.

그 분의 마음에서 그 어떤 인연의 고리도 자신이 이승의 먼지들을 털어내기에 그렇게 절절하지 않았으리라 짐작했기 때문이다.


인생에 대한 부질없음과 허무함을 늘 버릇처럼 내게 얘기하셨었다.



나는 부정하지 않았다.

그냥 사는 거라며...

말없이 빈 술잔에 술을 따라 드렸었다.




그 분처럼 모두 떠나보내고, 모두 놓아버린 다음에는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을까?



완벽한 홀가분한 떠남이란 있을 수 없는 거겠지.



숨가쁘게 살아내고 조금 숨을 고르게 된 지금의 내 나이.

앞으로 더 숨가쁘고 치열한 삶을 살아내게 될지도 알 수 없지만 인생의 반을 살아낸 지금에 와서 두렵다기 보다 덤덤하게 죽음이란 프리즘으로 삶을 다시 재조명해 보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다.



밝은 빛일수록 그 어둠은 짙다고 했다.

분주하고, 반짝이고, 시끌벅적한 삶을 살아도

내 어둠은 더욱 짙어지는 느낌...




모든 사람이, 모든 세상이 나와 너무 멀어보인다.



내 스스로가 그들과 격리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45년이란 시간을 참 아둥바둥 내 것을 지켜내려, 버티면서 치열하게 살아낸 시간들이 참 대견하고 멋있지만

지금은 많이 지루하다.


지쳤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런 말로는 다 설명하기가 어려운 허무감.


이러면서도 그냥 주어진 것에 만족하면서 살아내겠지...



어렸을 때 엄마가 자식 없었으면 벌써 죽어도 열번을 죽었을 거라던 엄마가 여전히 곁에서 주어진 대로 일상적인 삶을 살아내시는 것처럼 나또한 그러겠지.


그래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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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E8mi-j2dK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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