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의 여행이야기.
대전이란 곳은 나에게 많은 의미가 있는 곳이다.
가슴이 답답하지만 그다지 가고 싶은 곳이 생각나지 않을 때 찾는 곳이다.
그럴 때는 소풍터미널에서 표를 사서 두 시간여를 달려서 대전의 주택가 곳곳을 걷기도 하고, 자전거를 타면서 구경한다.
음악은 그 곳의 여러 풍경들을 기억하기에 좋은 촉매제 역할을 한다.
그렇게 산책같은 가벼운 여행이 마무리 되면 출출해진 배를 터미널 앞의 홍익 육계장이란 곳에서 소주 한병을 비우며 배를 채웠다,
몸은 무거워졌지만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reset되어 다시 부천으로 돌아오곤 했었다.
며칠 전 나는 나 혼자만의 장소인 이곳 대전을 내 꼴통아들, 규현이와 최근 절친이 된 미옥이라는 친구에게 공개하게 되었다.
물론 아들 녀석은 내 여행객에 포함되지 않은 번외손님이었다.
요즘들어 무척이나 속을 썩이는 녀석 때문에 눈물이 마르지 않다가 여행 떠나던 아침날 나는 녀석과 fighting넘치는 아침 시간을 보내고 외출금지령을 내린후 무작정 녀석을 버스에 태우게 된 것이 이유였다.
11살, 4학년인 규현이.
큰 녀석, 가영이도 딱 요맘때 그렇게 힘들게 하더니 그 동생 아니라고 할까봐 하루가 멀다않고 속을 썩인다.
연거푸 홈런을 때리는 녀석 덕에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지옥을 오르락내리락할만큼 너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다 늙은 어미가 지구력이 부족해서 더 잘 챙기지 못한 잘못이지.
늘 미안하고, 늘 죄책감이 드는 것이 어미인가?
타일러도 보고, 혼내도 보고, 얼러도 보지만 늘 제자리를 고집스럽게 찾아가는 녀석을 보면서 나는 어린시절 2남2녀를 거의 혼자 키우다시피 한 엄마의 모습이 나와 겹쳐졌다.
고상함이나 우아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으며 삶의 억척스럽고 욕이 난무하는 가운데 폭력도 오가던 그 때.
나는 그 때의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자식의 걱정으로 생업에 고군분투하지만 늘 마음이 무겁고 우울했을 것이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자식들이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밥은 굶진 않았을지...다치진 않았을지....등등을 걱정하며 손이 일에 잡히지 않았을 테지...우리 엄마도...
그 어린 자식들이 생업에 처절히 목숨걸던 어미 인생을 알리 없었고, 그랬기에 철 들길 바라는 것은 허무맹랑한 소설 속에나 있는 얘기일 것이다.
나 또한 녀석이 철 들길 바라지는 않는다.
아직은 해맑아야 하고, 천방지축 사고도 치면서 두렵고, 위험천만인 세상을 몸으로 습득하는 기회가 되는 시간이니...
그저 최대한 적게 다치고 최대한 빨리 깨닫기를 기다릴 뿐이다.
아무리 어미지만 모든 것을 다 해 줄 수는 없다.
그저 어미로서 최선을 다할 뿐이며 그 최선 안에는 무기한의 기다림과 인내심 그리고 맹목적인 기복의 기원이 있을 뿐이다.
그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고,
불안하고 두려운 이 시간을 견뎌내고 있다
언제나 어김없이 속지만 녀석을 믿으며, 믿고 싶어서 녀석을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즐거운 여행을 하고 우리는 뒷풀이로 치킨을 먹는다.
버스에 오르며 녀석에게 다시 화해를 청한다.
미안하다고...널 더 챙기지 못한 엄마가 미안하다고...
다시 너를 믿어보고 싶다고...
예전의 착하고, 성실한 아들로 지내길 노력해 달라고.
너때문에 너무 불행하고 행복하지가 않다고...
엄마를 다시 행복하게 해 줄 사람은 너밖에 없다고...
물론...
나는 너를 많이 사랑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