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적인 성교육은 어린 친구들에게 더 필요하다.
대학교들이 개학을 하고 우리 실에는 간호대 학생들이 다시 실습을 나오기 시작했다.
요즘은 진로를 바꾸는 친구들이 꽤 되어서 20대 초반의 친구에서부터 30대 이상의 실습생들도 많다.
그들을 교육하는 일은 셋 중 가장 경력이 적은 내 일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아침 일정.
민원분들은 아침 일찍부터 실 밖의 대기의자에 줄을 지어 앉아 계시다가 9시 정각에 정확히 문을 열고 우리를 향해 전투적으로 다가온다. ㅋㅋㅋ.
9시 정각에 시작된 업무는 11시가 다 되도록 화장실 한번 편하게 갈 수가 없을 만큼 정신이 없으며
심지어 허덕이며 출근도장을 찍고 한숨 돌리는 직장인에게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유의 이름, 모닝커피.
그 한 잔을 못 마시고 점심시간이 되기가 일상 다반사인만큼 간호학생들에게 모자보건사업에 대한 교육을 하는 기회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되도록 오전에 교육을 해주고 싶은 욕심에 최대한 속도감 있고 핵심적인 내용을 사업의 특성에 맞게
정확히 분류해서 15분 안에 모든 교육을 마친다.
교육을 마친 후 다시 업무보조 모드로 전환하는 학생들.
다양해진 연령대와 비례해 그 어린 친구들의 업무 파악 능력이나 업무 보조 능력, 민원을 응대하는 대범함 등은 많은 편차를 보인다.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일관성이 없는 그들의 독특한 성향들은 바쁜 민원업무를 보면서 그들을 주시하는 나의 레이더망에 비치는 모습은 나에게 쏠쏠한 재미와 활력을 준다.
그 성향들은 대충 이렇다.
정석으로 공부만 하고 시키는 것만 열심히 해왔던 친구들.
소극적인 성격이며 그들의 잘못은 아니겠지만 그들의 수줍음과 두려움은 전화응대 조차도 무척이나 곤혹스러운 업무이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간호대에 들어간 수순을 밟은 친구들의 일반적인 모습이기는 하나 그 친구들에게는 넘을 산이 많아 보인다.
그들에게 우리 실에서의 하루는 무척이나 불안하고 두려움으로 범벅되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을지 나는 짐작이 된다.
그 친구들에게는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지금부터는 공부도 지금처럼 하되 여러 가지 사람을 겪는 경험들을 적극적으로 해 보도록 권해 본다.
지식이나 기술도 많이 접하면 익숙해지듯 사람들을 응대하는 일 또한 많이 경험할수록 익숙해지는 일이니 오늘의 경험에 대해서 너무 좌절하거나 실망하지 않도록 다독거린다.
또 다른 부류는 똑 부러지는 말투, 주어진 업무에 대해 빠른 적응으로 민원을 안내하고 심지어는 밀려드는 민원에게 기본적인 인사에서부터 적절한 정보까지 제공하며 대기하는 민원인에게 시에서 요구하는 설문지 작성까지 친절하게 요구하는 여유까지 보이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 부류 중 한 두 번 우리 실을 거쳐 갔다가 다시 온, 실습생 친구 두 명은 자원봉사자나 실습학생들의 기본 업무를 볼 때의 매뉴얼을 만든 친구들도 있었다.
놀라운 녀석들....ㅋㅋㅋㅋㅋ
8개월 동안 수많은 실습생과 자원봉사자들이 우리 실을 거쳐 갔다.
다들 나름의 노력으로 열심히 하는 학생도 있었고, 시간을 버거워하며 업무에 매우 소극적인 학생도 있었지만 대부분 너무 예쁜 친구들이 많았다.
너무 고맙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해서 나는 바쁜 와중에서도 손수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아이스 미숫가루 음료를 각자의 취향까지 물어가며 준비해 준다.
그런 내 모습이 너무 웃겨서 우리 실에서는 나를 박마담이라 부르기도 한다.
실습생들과 자원봉사자들과 정신없이 1년여의 시간을 맞이하면서 느끼는 바가 많다.
아직 우리 딸은 중3학년의 사춘기 소녀지만 그들의 모습이 미래의 우리 딸의 모습과 겹쳐 보여서 더욱 나는 많은 생각이 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모습 속에서 나는 사회 여러 곳에서 보일 내 자식의 모습을 엿보는 것 같아 그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치열한 경쟁을 해야만 좋은 직장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경제적 독립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살고 있는 아이들과 사람들.
이제는 공부만 잘 하고, 학점에 연연하는 수동적이고 영혼 없는 대학생활에서는 결코 사회생활에서 환영받을 수 없는 시간이 온 것이다.
그런 흐름을 그 어린 친구들이 다양한 아르바이트와 여행 경험, 유학의 경험으로 한 발자국 더 앞서 나가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방향을 향해 노력하고 준비하게 하는 것이겠지.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그 어린 친구들과 한 마음이 되어 정신없이 일을 하고 업무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갈 때 즈음되면 참 대견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해서 나는 살짝 19금의 농담을 던져본다.
그들에게 가장 실제적이고 가장 도움이 될만한 얘기들을 시작하고 싶은 의도가 숨은 나의 시나리오 중 하나인 것이다.
가끔 내가 그 시간을 놓치면 내 직장동료들이 대놓고 성교육 시간임을 알려 주기도 한다. ㅋㅋㅋㅋ
나는 어쭙잖기는 하지만 성교육 강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
그 일이 나의 본 업은 아니지만 참 좋아하는 일이어서 지금 다른 활동들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일상에서도 늘 지속적으로 공부를 해 오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그들에게 작은 선물로 주고 싶은 마음에서 얘기를 시작한다.
딱딱한 성교육이라는 말은 맘에 썩 차지 않지만 무튼 나는 학생들의 연령과 성향에 따라서 교육내용은 많은 차등을 둔다.
한 동안 보건소에서 콘돔을 민원인들에게 나눠 주었던 시간이 있었다.
지금은 출산장려사업이 중점 사업이 된 이후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기는 했어도
나는 검사실에 내려가서 콘돔 몇 박스를 챙겨 올라온다.
그리고 하나씩 나눠주고 정확한 콘돔 사용 방법을 알려 준다.
이후 경험이 쌓인 요즘은 성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가벼운 질문을 하나를 던진다.
실제적인 섹스 시 가장 임신의 가능성이 높고, 피임의 확률이 떨어지는 피임법이 뭔지 아냐고...
그들은 자신이 배운 모든 지식을 동원해 답을 하지만 부끄러움은 없어 보인다.
다양한 답이 나온다.
하지만 이때까지 내가 원한 답을 한 번에 해 준 친구는 한 명도 없었다.
나는 곧 질외사정 법이라고 말해 준다.
임신에 대한 두려움은 남녀 모두 비슷할 텐데도 불구하고 숙박업소에 친절히 준비해 준 콘돔을 마다하는 그들의 대범함의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하다고..
그 용기의 대가는 원하지 않는 임신이 될 확률에 많은 기여를 하는 피임방법이라는 말을 한다.
사실 피임법이라고 이름하는 것도 썩 내키지 않는다.
그리고 알코올 기운에 이뤄지는 우발적인(ㅋㅋㅋㅋ ) 섹스는 절대 피해야 하며 만약 만나고 있는 남자 친구가 있다면 피임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는, 진중하고 책임감 있는 남자를 만나기를 적극 권한다.
덧붙여 발기된 이후의 콘돔 처리 방법과 임신하지 않을 수 있는 올바른 사용 방법에 대해서도 잊지 않고 설명한다.
저출산으로 아무리 국가의 위기가 오고 있다고 해도 실을 찾는 50% 이상이 혼인관계가 아닌, 임신한 상태로 찾는 현실을 직면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들이 최대한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임신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실하게 들기에 지금 현실을 그들에게 가감 없이 전한다.
20대 초반, 심지어는 10대들의 임신이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일임을 말하면 그들은 매우 놀란다.
실제로 그 어린 친구들은 여자 친구 혼자서 임산부 등록하러 오는 친구들이 거의 대부분이며
남자 친구와 함께 오더라도 막달 검사할 때까지 남자 친구가 함께 하는 경우는 반을 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설명할 때 그들은 어떤 대답도 하지 못하고 눈만 끔뻑거릴 뿐이다.
남자들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그들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의 임신은 여자 못지않는 두려움을 느끼기는 것은 당연하고 그 두려움으로 버거운 책임을 피하고 싶어 관계를 끊어버리는 그들의 입장을 얘기해 준다.
그러니 너무 오빠를 믿지는 말자고...ㅋㅋㅋㅋㅋㅋ
서로의 관계를 오래 지속시키고 충분히 즐기되 아직 서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임신은 여자, 남자 모두에게 큰 충격이고 두려움인 것이다.
그건 어린 커플이든, 40세를 바라보는 지긋한 인생을 산 커플이든 다르지 않다.
우리의 기본 신념대로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
그 소중한 생명을 서로의 사랑의 결정체로 원하는 시간에 맞이하는 것이 그 핏덩이와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위기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라는 얘기를 한다.
더 이상 섹스와 임신을 남성의 책임으로 미루기에는 성에 대해서 일찍 반기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지금의 시간을 살고 있는 남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생각이다.
내가 그 어린 친구들에게 말하는 핵심은 간단하다.
떳떳하게 사랑하되 현명하게 즐기기.
좋은 직장을 가지고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서 현명하게 연애하다가 결혼하고 출산해서 예쁜 가정을 가지는 것.
그것이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의 거창한 사업에 못지않게 한 사람의 인생에 가장 중요한 일임을 강조한다.
거침없는 나의 성교육을 받은 친구들의 반응이 궁금할 것이다.
자기들 사이에서도 우리 실에서 해주는 성교육을 익히 알고 왔다는 친구들도 있었다.
그래서 많이 궁금했다고..
다들 짧은 하루 일정 중에 가장 인상깊은 시간이 성교육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듣고 싶은 것이다.
뜬 구름 잡는 성교육도 지겹고, 여기저기서 들리는 '카더라...'(라고 하더라의 경상도 사투리.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소문 같은 정보를 말함. ) 성지식에도 그 목마름은 해갈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나라고 획기적이고 어디에도 없는, 나만의 정보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저 내가 알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성지식과 지금 시대의 임산부의 모습 그리고 그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얘기해 주는 것이 전부이다.
특별할 것이 없다.
하지만 학생들이나 실을 찾는 민원분들을 볼 때 아쉬움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누가 시키지도 않는 성교육을 그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렇게 생동감 넘치고 예쁜 친구들.
다양한 꽃들이 각자의 계절에 만개하듯이 인생의 계절에서 각자의 시기에 충분히 만개할 수 있기를 바라는
내 마음은 시간이 갈수록 간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