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마지막 맬로를 꿈꾸다.

by 바다에 지는 별

내 주변인들에게 내가 과거 심한 결벽증으로 인해 제대로 연애를 해보지 못 했다고 하면 다 배꼽이 빠져라 웃어댄다.

하지만 사실이다.


조금 관계가 진척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스킨쉽 단계가 되면 나는 여지없이 꽁지에 불붙은 짐승처럼 줄행랑을 쳤고 그로인해

위의 말처럼 제대로 된 연애를 할 수 없는 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남들은 잘만 하는 연애가 왜 나한테만 그리도 어려운지...



그러나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결벽증의 벽을 훌쩍 뛰어 넘게 만든 남자를 만났고 나는 그와 무척이나 삐걱거리며 이별과 재회를 반복하다 1년 반의 시간이 흐른 후 결혼을 하게 되었다.



물론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거기에는 다른 사람도 그렇듯이 여러가지 이유들이 있었고, 우리는 처음부터 행복하지 못할 다양하고 많은 이유들을 안고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하는데에는 결혼 후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와의 18년 여의 인연을 종료하는 날을 앞두고 있다.

오래 전에 그와 그리 하기로 약속을 했고 그 날이 몇 일 앞으로 다가온 것 뿐 다른 심경의 변화는 없다.



그저 이저런 생각들끼리 속닥대는 소리로 머릿 속이 조금 시끄럽다.

그렇게 정리되지 않은 물음들이 자꾸만 생각과 마음을 어지럽히는 것이 거슬리기 시작하면 어떤 방법으로든 어지러운 생각들에 대한 정리의 시간을 갖는다.

그런 내게 가장 익숙한 방법은 바로 글쓰기이다.

지금은 그러한 정리가 필요한 시간이 된 것이다.










사랑에 대한 경험치가 너무 없었던 내가 서지만 내가 선택한 사람과 최선을 다해 살아온 시간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


그저 나와 너무 맞지 않는 사람과 무척이나 애쓰며 살았던 나 자신이 안쓰럽고 충분히 넘치는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그래서 그러한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었음에도 내 풋풋한 젊은 시간을 돌아돌아 왔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울 뿐이다.



그렇게 그를 선택하던 순간에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나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 분명히 알고 있었고 어떤 삶을 꿈꾸고 있는지 확신에 차 있던 사람이었다.


그런 내가 나와 너무 다른 그를 너무 감정이 앞선 상태에서 사랑이라 판단했고 그 사랑의 강력한 힘으로 그 모든 차이를 극복할 수 있으리란 믿음부터가 잘못 되었던 것이다.

누구나 어리고, 젊은 시간에는 제대로 알 수도 없었을 사랑과 결혼, 인생이란 주제를 나또한 너무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사랑 하나만으로 모든 게 가능할 거라고 믿었었다.

그 잘못된 선택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사랑에 대한 지나친 희망과 기대가 무모함을 부추긴 것이라고 지금에서야 생각해 본다,


그 믿음을 증명하기 위해 많은 노력도 했었지만 역시나 무모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물론 오랜 시간동안 많은 노력이 있었고, 인내가 있었기에 10년 넘는 결혼생활을 유지했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리고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노력해도 안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그 속에서 각자 해야할 책임을 다 하고, 잘 하지는 못해도 가족이라는 이름을 이어갔지만 결국은 둘의 관계를 끝내는 순간이 찾아 왔다.



서로를 놓아버리기로 한 그날 이후로 겪었던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나서야 적어도 내가 어떤 사람과 맞지 않으며 어떤 삶이 내가 바라는 삶인지를 깨닫게 되었다.


난 원래 그렇게 생겨 먹었고 바뀔 수도 없는 나를 알면서 너무 사랑이란 것을 과신한 내 우매함을 반성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잘못 했다. 누가 뭐라해도...


바람.

기대.

희망.


모두 너무 멀어 보이는 단어들이었다.

생각할수록 힘든 시간들이 더욱 비참하고 끝이 없어 보여 화가나서 슬펐던 단어들이었다.


하지만 내 인생에 대한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수많은 아픔 속에서도 위의 세 가지는 결코 쉽게 포기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은 제대로 된 사랑도 하고 싶고,

제대로 다시 한번 잘 살고 싶어졌다.

욕심이란 것이 내게도 생긴 것이다.



평소 욕심이란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로서 다가왔었지만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었던 시간을 지나온 내게는 삶에 대한 의지라는 긍정의 의미로 다가왔다.



잘 할 수 있는 확신이나 용기는 아니어도 내 인생에 다시 한번 잘 해 보고 싶은 의지가 생기고 그 의지는 치명적인 상처로 그 어떤 인연도 허락치 않으려 했던 돌덩이 같이 굳어진 마음에도 기다림이라는 작은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지나간 사랑에 지치기도 하고, 맞지 않는 사랑 을 스쳐보내기도 하면서 인생의 마지막 로맨스를 이제는 만나고 싶은 마음과 간절함이 생겼다.



간절함이 있으나 각자의 삶의 무게를 떠넘기지 않고 스스로의 외로움과 인생의 짐을 서로에게 여유가 되는 만큼 조금씩 나눠가질 수 있는 사이

그래서 남은 나머지 인생길에 오랜 벗이자 정인으로 함께 나란히 발자욱을 남길 수 있는 존재가 되어줄 수 있는 사이가 되어 줄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끝난 것이다.


나는 바라고 기대한다.

다음 사랑은 너무 뜨겁지 않아도 좋고, 너무 가깝지 않아도 좋다.

그저 서로를 순한 눈으로 바라봐 주고 웃어 줄 수 있는 서로로서 오래오래 곁에 있어 줄 수 있고, 그러길 바란다.


이것이 내가 꿈꾸는 로맨스이다.



나의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제는나와 정말 잘 맞아 떨어지는 남우주연배우와 내 인생극의 마지막 멜로를 찍어보고 싶다.



https://youtu.be/2GRP1rkE4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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