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나 실연을 무릅쓰고 다시 미래를 꿈꾸는 것, 밥을 먹는 자신에 대한 역겨움을 참아내며 계속 먹는 일이 바로 용기이다.
붉은 신호등에서 길을 건너서는 안 되는 것처럼, 그런 충동에는 절대로 이끌려 가서는 안된다. 그것은 과거로부터 울려 나오는 헛된 메아리일 뿐이다.
어느 순간, 죽을을 향해 가던 길을 멈추고 온 힘을 다해 삶 쪽으로 헤엄쳐 나와야 한다.
김형경의 좋은 이별 중 발췌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나름 열심히 살아내려 노력했기에 후회는 없다.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이들로 인해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하며 아웅다웅 부대끼며 살아냈다. 많이 고단하고 지쳐 있다. 최선을 다하고 싶지 않았고, 최대한 너무 열심히 살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렇게 살아야 살아지는 한 해였던 것 같다.
길지도 모를 나의 인생의 시간에서 젊은 시절 지나치게 많은 감정과 노력과 힘을 소진해 버린 나였기에 최대한 적절한 힘의 안배가 필요하리란 결론을 내렸다.
물론 말도 안되는 논리일지 모르지만 최대한 힘을 아껴보려 했던 내 시도일지도 모르겠다.
내 삶이 소중히다는 생각이 짙어질수록 삶이 두려워졌고, 책임의 무게감이 심하게 밀려왔다. 세상에 나 혼자만이 내 인생, 내 가족의 안위를 위해서 고군분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숨을 막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높은 계단을 아래에서 올려다 볼때의 막막함...
그 끝에는 늘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은 충동감에 시달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 충동감에서 뛰쳐 나와야 했고, 깊고 어두운 바닥에서 수면 위로 큰 숨을 내쉬러 올라와야만 했다.
잘 살아 내었다.
그래서 내 것들도 잘 지켜냈다. 후회없는 한해. 너무 힘들고 지루한 긴 싸움.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싸움에서 무언가를 부여 잡고 있는 것이 구차해 보이고 서글퍼 보였던 나에게 이 책의 몇 구절이 나를 위로해 준다.
그래도 살아내라고...
그런 구차함을 이겨내고 살아내는 것 자체가 용기라고...참 힘이 된다.
어떤 큰 기대나 희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저 삶을 유지하고 내 자리를 지키는 것 자체에 큰 용기가 필요한 뜻으로 해석이 된다.
그래...살아내는데에도 용기가 필요한 거였다. 그랬던 거다. 그냥 그저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용기가 있었기에 잘 살아내고, 지켜내며 살았던 것이다.
커다란 꿈을 향해 진취적으로 살아내지 않아도 그저 내 삶을 살아내는 것도 대단한 거라고..그러니 새해에도 그냥 그 정도만 지켜내고 살아내는 것도 괜찮은 거라고 자기 합리화와 닮은 새해 계획을 세워 보기로 한다. 그냥 ...올해처럼 내년에도 그렇게 살아내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