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삐뚤어질테다

시작-2

by 바다에 지는 별

흘러 간 노래였지만 현수는 구부정한 등을 하고 휴대폰의 액정을 보며 한 줄 한 줄 띄엄띄엄 줄을 튕겼다.


혜진은 말 없이 현수의 맞은 편에 앉았고 현수는 인기척을 느끼고 연주를 멈추고 멋적은 웃음을 띄고 말했다.

"벌써 내려왔네요? ㅎㅎ 날씨가 쌀쌀한데 따뜻하게 입었어요? 자갈치 시장 갔다가 송도 해수욕장 갈거예요. "


둘은 지하철을 타고 한 번의 환승을 하고 자갈치시장으로 향했다.

하늘은 파랗고 햇볕이 강렬해 썬그라스를 꺼내 끼며 현수의 뒤를 따라 가며 혜진은 현수가 아까 게스트 하우스의 공동 거실에서 잠시 연주했던 귀에 익은 그 노래의 제목이 뭐였는지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혜진은 한 시간 넘게 서서 이동해서 다리가 좀 아팠고 현수를 따라가는 걸음이 쳐지기 시작했다.


현수가 혜진에게 시장 입구에 있는 편의점을 가리키며 잠시 커피 한 잔 하고 가자고 했고 혜진도 현수와 함께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음료를 고르기도 전에 혜진은 의자에 털썩 앉았고 현수는 혜진에게 갓 내린 따뜻한 커피를 테이블 앞에 놓아주었다.


현수는 맞은 편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힘들죠? 그래도 생각보다 잘 걷네요? "


"그냥 생각없이 걷는 거 좋아해요. 그런데 막상 의자가 보이니 털썩 앉아보니 진짜 많이 걸었나봐요. 다리가 제법 아파요. 그런데 현수씨! 아까 우쿠렐레 연주했던 노래 제목이 뭐예요? 많이 익숙한 노랜데 기억이 통 나질 않네요. "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이란 곡이예요. 원래는 이은하라는 가수의 노랜데 우쿨렐레 피크닉 버젼이 훨씬 담백하고 좋더라고요. 한 번 들어볼래요?"

현수는 곡을 검색한 후 혜진에게 자신의 이어폰을 건내 주었다.


가사의 절절함에 비해서 담담한 분위기의 노래였다.

편의점의 밖의 풍경이 왠지 완연한 봄이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밝고 따스한 곡이었다.

나른해진 혜진은 눈꺼풀이 무거워져서 테이블에 엎드렸다.


눈을 떴을 때 혜진의 눈 앞에 현수는 얇은 스냅북을 읽고 있었다.

말간 눈으로 엎드린 채로 바라보는 혜진의 눈과 현수의 눈이 마주쳤다.

혜진은 고개를 들지 않고 그저 현수를 향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현수도 올라간 입고리를 하고 혜진의 귀에서 이어폰을 떼어주고 커피를 그녀의 앞으로 밀어 주었다.


"나 얼마나 잤어요? 별로 피곤하다는 생각 안했는데...순식간에 잠이 들어 버렸네요?"


현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한 20분? 괜찮아요. 우리 쉬러 온 거니까 그렇게 열심히 다니지 않아도 되요. 그런데 기분이 좋네요. 그렇게 편하게 잠들 수 있다는 건 혜진씨가 저란 사람에 대해 적어도 경계심은 많이 없어졌다는 거 잖아요. 코는 안 곯았으니 걱정은 말구요. ㅎㅎㅎ 한 5분 뒤에 일어날까요?"


편의점 안의 따뜻했던 공기와는 다른 차가운 공기가 혜진의 정신을 맑게 했다.

각종 생선들이 쌓여 있고 사람들은 흥정을 했다.

그 정신 없는 상황에서도 길 옆에서 늦은 점심을 하는 상인의 모습.

백반집, 곰장어 집, 횟집들이 줄지어 있어 시장 구경하는 내내 손님을 끌기위한 경상도 억양과 손 짓들.

생선들 위에 각얼음을 바가지로 흩뿌리는 사람들.

이 모든 것들이 왠지 혜진이 이제껏 봐왔던 시장의 모습과는 좀 다르게 느껴졌다.

뭔가 더 치열하고 활기가 넘쳐 보였다.

삶에 대한 더 악착같은 애착 같은 것이 느껴졌다.


생선의 비릿한 냄새와 시끌시끌한 소음 그리고 인파 속에 자신의 속도를 내지 못하고 걷는 걸음이 이내 무거워졌다. 역시 혜진은 자신이 이런 활기에서 에너지를 얻기보다 방전되는 사람이라는 걸 새삼 느끼면서 번잡한 이 곳을 벗어나고 싶어졌고 말수는 더 줄어 들었다.

현수는 말없이 자신을 따르던 혜진을 돌아보며 시장에서 나가자고 했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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