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삐뚤어질테다

시작-1

by 바다에 지는 별

"오메요오!!내 지끔 부산입니더!!"


"누...누구세요?"


"아따아!!!오므이..딸래미 아잉교!!"


"미친!!야!!! 깜짝 놀랐잖아 이년아!!!"


"ㅎㅎㅎㅎㅎ 뭘 놀래구 그래? 나 부산에 왔다고. 밥 잘 먹고 잘 있어. 알았지? 걱정말고."


"뭘 걱정해 이년아!! 별 일 없을까봐 걱정이다!!"


"아!엄마는!!! 됐어!!! 끊어!"


혜진은 괜히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황급히 전화를 끊어 버렸다.

현수는 혜진의 얼굴을 살피다 말을 했다.


"어머님은 잘 계시는 것 같은데...왜요? 어머님이 뭐라고 하시는데 정색을 하고 바로 전화를 끊는 겁니까?"


혜진은 대답도 하지 않고 앞으로 빠르게 걸어가 버렸고 그 뒤를 현수는 따라갔다.

현수는 혜진의 얼굴을 힐끔거리며 말했다.

"혜진씨!! 저는 사실..혜진씨 어머님이 참 좋습니다. "

혜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현수의 얼굴을 쳐다보았고 현수는 그녀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저는 철이 들어서 한번도 '엄마'라는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 만큼 편하게 누군가를 대해 본 적도 없구요. 그런데 혜진씨가 취해 제 등에 업혀서 집에 갔던 날 어머님이 혜진씨한테 하셨던 그런 말투나 행동들에서 사실은 심한 부러움을 느꼈습니다.ㅎㅎㅎ 진짜 부러웠어요. 사실 혜진씨보다 어머님이 더 마음에 훅 들어왔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냥...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두 분의 모습이 너무 따뜻하고 좋아서 그 뒤로 자꾸 생각이 나더라고요. "


혜진은

이 남자가 삼류 아침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복잡하고 냉혹한 재벌들의 가족관계의 먹이사슬에서 튀어나온 주인공이 평민의 가정생활을 동경하는 듯한 말들이 의아해 머릿 속이 복잡해졌다.

그 때 혜진의 마음을 들여다 보았다는 듯이 현수가 말을 이었다.


"혜진씨!! 그렇다고 제가 굉장히 불행하고 차가운 환경에서 자란 불운한 남자는 아니구요. ㅎㅎㅎㅎ..또 얘기할 기회는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가는 바닷가 근처의 시장은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간단하게 요기할 것들은 충분히 있는 곳이니까 천천히 둘러보고 게스트 하우스로 가요. "


하늘은 구름 한 점없이 파랗고 바람은 적당히 불어 오랜 시간 뭉쳐 있던 다리의 근육들을 적당히 풀 수 있도록 가볍게 걷기에 적당한 날씨였다.


정오가 다 되어 가는 시간.

사람들이 제법 많았고 축제가 있는지 여기저기 여러 조형물이 보도블럭 중간에 설치되어 있었다.

밤에는 어떤 풍경이 될지 궁금해진 혜진은 가로등에 붙어 펄럭이는 깃발을 잡아 당겨 보았다.


"불빛 축제 하나봐요. 우와!! 우리 너무 운이 좋은 것 같아요. "


현수는 그런 혜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빛 축제는 그리 크지 않은 것 같아요. 너무 기대는 하지 마시고 저녁에 캔 맥주 사들고 바닷가에 버스킹 들으러 가요. 마술쇼같은 것도 한다고 하더라고요. "


혜진은 현수의 말을 뒤로 하고 커다란 어묵 조형물이 보이는 쪽으로 걸어가서 셀카를 찍어댔다.

혜진은 햇빛이 강렬해서 보이지 않는 실내를 보려고 두 눈을 가리고 실내를 들여다 보았다.

그 때 갑자기 반대편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현수의 얼굴을 보고 화들짝 놀라 얼굴을 떼고 쳐다보는 혜진에게 현수가 안으로 들어오라며 손짓을 했다.


각 코너마다 시식할 수 있게 놓아 둔 작은 접시의 어묵들을 하나하나 집어먹어 보는 혜진.

다양하고 참신한 어묵의 종류에 놀랐으나 어묵이라는 장르에 비해 터무니 없는 가격이라는 생각이 미치자 혜진은 금방 시들해져서 가게를 나왔다.


현수와 도착한 재래시장에서 간단히 끝내주는 땟깔의 떡볶이와 튀김과 어묵 국물로 요기를 하고 잡화점에 들러 크로스 백을 사서 바로 게스트 하우스로 발걸음을 옯겼다.

멀지 않은 2층의 게스트 하우스.

작은 규모였지만 아기자기한 맛이 있어서 혜진은 처음 와보는 곳이지만 편안함이 느껴졌다.

카운터에 작은 돌 접시에 놓은 다양한 골무의 자수가 참 귀엽다.

혜진의 숙소인 도미토리 룸으로 들어가 짐을 풀었고, 붓고 축축한 발을 닦은 후 침대에 잠시 누웠다.


잠시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혜진은 얼마되지 않은 것 같은데 시계를 보니 벌써 40분이 흘러 있다.

크로스 백에 지갑과 물티슈, 이어폰 등을 옮겨 담은 뒤 1층 거실로 내려가는데 들려오는 우쿠렐레 소리.


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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