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치킨! 어른 치킨! 치킨!치킨!

by 바다에 지는 별



(chicken

~찌질한 겁쟁이를 영어로 치킨이라고 합니다.)


명절 뒷 날.

찜질방을 다녀온 뒤 출출해진 어린 그녀들은 닭을 원했다.


그렇게 늙어가는 철딱서니 여자와 마구마구 자라고 있는 여자 둘의 회식은 시작되었다.


어린 한 여인은 나의 뱃 속에서부터 품었던 여인이고, 또 다른 한 여인은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를 잉태해서부터 지금까지 오랜기간동안 가슴으로 품어온 어린 여인이었다.


가슴으로 품은 그 여인은 짭짤하니 맛있는 닭을 짭짭거리며 말했다.


"저는 우리 아빠 진짜 맘에 안 들어요. 너무 자기 맘대로예요.

중학생 되니까 렌즈 사주신다고 해놓고 지금와서 안 사주신대요.

안경 쓰면 애들이 착해보여서 막 무시하는데 그런 것도 모르고..."


이제 막 사춘기를 시작하는건지...

조카 딸은 제법 자신의 부모의 뒷담화를 시작한다.


2년 전만해도 나는 녀석을 많이 걱정했었다.

녀석의 어미가 주변에서 사라지고 아빠와 남동생과 지내면서 말 못할 여러 상황이 있었을텐데도 꼭 다문 입술은 열릴 줄 몰랐다.

많이 힘들었을텐데도 자신을 떠난 엄마의 원망 한마디 안하는 녀석이 많이 아파보여서 속이 쓰렸다.


그런 녀석이 그렇게 아빠도 싫다고 그러고, 엄마도 그다지 별로라고 한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녀석이 조금 마음이 봄 눈 녹듯 녹고 있다보다 싶었다.


어린 조카의 엄마는 지금 조카나이보다 네살 많을 때 시집을 왔었다.

지금 조카를 뱃 속에 품고.

어찌나 이쁜 눈망울에 서글서글한지 참 예뻤었다.


하지만 아이 아빠는 무척이 완고하고, 고집도 성격도 대쪽 같았다.


여러 정황상 그렇게 어린 나이에 그녀는 자신의 최선을 다해 아이와 가정을 지키고 싶어했지만 역시나 무리였나보다.


그리고 한동안 남녀는 모두 방황하고 힘겹게 각자의 삶을 살았다.


그리고 둘은 나름의 반성과 발전을 하며 아이를 매개로 어른이 되었다.


어린 엄마에서 어른으로,

고리타분하고 타협하지 않는 고집쟁이에서 자신을 반성하고 아이 엄마를 수긍하는 어른으로 성장했다.


아이는 어린 엄마의 최선을 공감했고,

고집스런 남자지만 자신들을 홀로 지켜내려 애쓰는 자신의 아빠를 이해했다.



어른도 자라고,

아이도 자라고 있었다.



아이에게 나는 고백했다.

어른도 많이 아프고, 많이 힘들다고..


자신의 분신이 자신으로 잘 못 될까봐 늘 불안하고, 걱정되서 늘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할까봐 자주 절망한다고...



나또한 그렇다고.



어린 사람도, 나이든 사람도

노력하고, 참고, 힘들어하면서 크는 건 똑같다고...


그러니

서로 악의에 차 있지 않다면 그 진심을 헤아려주고, 나이 든 어른도 좀 챙겨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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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자식들이 바라보는 어른, 자신의 부모는 무엇이든 잘 하고, 완벽할 거라는 막연하고, 절대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녀석들의 비난이나 반항은 매우 거세고, 억셀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늘 자신이 없다.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잘 할 수 있는 것인지, 잘 할 수도 있는 것인지 영 자신이 없는 것이다.


그저 맥없이 늘 시간탓을 하며

얼른 철 들기를..

부모의 마음을 좀 헤아려주고 자신의 삶도 돌아보기를 기도할 뿐이다.



빨리 철 들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너무 더딘 시간 앞에 불안감은 더욱 자신을 초라하게 만든다.


그래서 어른들이 미쳐 날뛰는 망아지 같은 한창 사춘기인 우리들에게 말했나 보다.


"늬들이 뭘 알겠냐?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거든. "



매섭고, 차갑고, 냉정한 세상 살이를 모를 나이에는 몰라야 한다.

미리 알 필요는 없다.

그리고 고생하고, 아프고, 다쳐봐야 실감한다.


어린 것들이 조금 덜 어려질 때 꼭 필요한 관문이다.



이미 많이 아파보고, 넘어지면 얼마나 많이 아프고 못 일어날지도 모를 두려움을 알아야 조심하고, 노력하고 참게 되는 것이다.


기다리기가 참 힘들다.

정답을 말해주고 싶지만 그것은 소용없는 메아리일 뿐이다.


그러나 바라는 것은, 제발 많이 다치지 말고, 조금만 아파도 빨리 깨달아서 인생의 길을 씩씩하게 걸어나가는 것이다.



나보다는 최대한 덜 다치고,

덜 아프길 바라는 마음..



하지만 그것은 오지랖인 것이다.

결국 자신의 선택에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므로.


그러나

속상하다.

망아지 같은 녀석들때문에.


걱정스럽다.

내가 더 잘해야만 하는 것이 있을까봐.


어린 사람이나, 나이있는 사람이나

걱정하는 문제만 다를 뿐 걱정하고, 불안하고, 방황한다.


하지만 둘다 언젠가는 어엿한 어른이 되어 자신의 길을 당당히 가는 날이 오겠지.


너도 크고...

나도 크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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