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브.
난 하루종일 전기장판과 한 몸을 이루고 손을 뻗어 토실토실한 그녀의 몸뚱아리를 깔짝깔짝대며
만졌다.
평화롭구나..
명절 전날 근무하며 받은 격심한 스트레스를 친구와의 술자리에서 털어내고 기분좋게 다음날 새벽에 눈을 떴었다.
그 기분이 다음 날까지 이어져 나른하고 느긋한 휴일이라 좋았다.
그런데 친구가 전화를 했다.
다짜고짜 소래포구로 나오란다.
(집 앞 까페냐? 거기가?ㅡ.,ㅡ*)
다소곳이 대답하고 (ㅋㅋ)
나름 사람다운 모습을 하고 긴 여정의 길을 나섰다.
아..진짜 멀다.
그래도
명절 날 혼자 있을 나를 챙겨주는 고마운 친구의 마음을 알기에 기분좋게 음악도 들어가며 갔다.
처음보는 친구의 남자.
참 좋은 사람이었다.
그 어떤 여자라 해도 만족할만한 좋은 면, 예쁜 면이 많은 사람이었다.
멋진 사람이 술도 약해서
자몽의 이슬 반병으로 벌써 만취의 졸음을 호소한다. ㅎㅎㅎㅎㅎ
속으로 참 귀엽다 생각한다.
동갑인 우리 셋은 사랑에 대한 허심탄회한 얘기들을 했다.
그러나 길지도 모를 인생이란 그림을 그릴 화폭에 어떤 것들을 그려 넣고 싶은지에 대한 것들이 이야기의 주를 이루었다.
남자는 내 친구가 너무 세속적이고 물질을 사랑한다고 했다.
(프라* 가방을 사 달라고, 강남 아파트를 사 달라고 했단다.기지배.. ㅋㄷㅋㄷㅋㄷㅋㄷㅋㄷㅋㄷㅋㄷ)
남자는 바다가 가까운 어촌에서 욕심없이 여유롭게 살고 싶은 의향과 너무 다른 내 친구의 요구들이 좀 당황스럽다고 했다.
나는 부럽다고 했다.
누군가에게 스스럼없이 미래를 약속할만한 선물(강남아파트ㅋㅋ)까지는 아니어도 무언가를 사달라고 할만한 존재가 있다는 게 참 부럽다고 .
그 요구의 성사와 상관없이 어이없는 웃음으로 답하더라도 온당히 요구할 수 있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편안한 관계가 아니면 그런 말들을 주고받기가 쉽지 않기에 그런 둘의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얘기하고 있는데 방어회에, 킹크랩이 나온다.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킹크랩.
꼭 사주고 싶었단다.
그리고 자기 여자의 절친인 내게 같이 해보고 싶은 게 많다고 했다.
(분명 친구가 꾸준히 내 정보를 흘렸으리라. ㅡ.,ㅡ*)
내 친구를 만나면서 자기는 자꾸 더 좋은 남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내 친구를 만나면서 자신의 여자에게도, 가족에게도, 지인에게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고.
최근 교통사고로 죽음의 문턱을 다녀온 뒤 퇴원 후 바로 보험회사로 둘이 가서 내친구로 수익자 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음..왜 난 그 어떤 얘기보다 이 얘기에서 전율이 느껴졌는지..ㅋㅋㅋ)
택시를 타고 집에 오는 길에 생각한다.
재혼을 결정 안 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 보였던 두 사람.
내게는 그런 사랑이 오지 않아서 다행이란 생각이 스치면서 내가 사랑에 대해서 아직은 많이 두려워 하기도 하고 혼자의 시간을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낀다.
그리고 생각한다.
혼자여서 할 수 있고, 해보고 싶은 것들을 구체적으로 기록해 보자고.
큰 화폭의 인생이란 그림에 어떤 것들을 채워 넣을지도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기로 결심한다.
둘이 아닌, 혼자의 삶.
상상해 보면 외롭다기 보다 너무 여유롭고 기분좋아진다.
많이 분주하고 지쳤었나 보다.
그들의 알콩달콩한 사랑이 참 아름다웠고, 누군가와 다시 삶을 공유하기로 결정한 그들의 눈 먼 사랑이 참 감동스러운 시간이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해서도 잠시나마 정리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