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Talking with myself

by 바다에 지는 별

2017년 이후로 나의 일기는 멈춰 있었다.


오늘 실로 오랫만에 일기를 썼다.

여러가지 상황들에서 차오르는 느낌과 생각을 다양한 글쓰기 공간에서 공유하며 퍼냈다고 생각했었다.



달고 부드러운 맛을 내는, 정제된 백설탕같은 글을 내보아도 자꾸만 무언가를 더 퍼내야 하고, 드러내야 할 것 같은데 그 정체를 모르겠어서 한참을 골몰하고 있었다.



자꾸만 공허하고, 부담되고, 비어가는 느낌이 지속되었고 끝내 오늘 가슴에 미세한 통증이 느껴졌다.


나름 잘 퍼낸다고 했지만

아니라고 하는 신호를 보낸 것이다.



그런데 오늘 일기를 써내려가면서 낙서같이 가벼운 나의 글들이 내게 말을 해 주었다.

내 자신에 대해서.



내가 불만스럽다고 했다.



지인과 주변인들 사이에서 받아들이기

힘들고 서운했던 것들을 괜찮다고 하는 자신이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자신에게 변명하듯

지금의 상황을 휘갈겨 써내려갔다.



단숨에 장문의 글이 내 눈 앞에 툭하고 던져져 있다.

다시 읽어내려갔다.


정제되지 않은 나의 생각을 관찰하듯 천천히....



좁디 좁은 소갈딱지이면서도 상대의 서운한 말이나 행동에 괜찮다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애쓰던 내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의 기대보다 더 좋은 사람, 더 멋진 사람으로 평가받고 싶어 무리하는 내 모습도.


이 또한 인간관계에서 매우 온당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가장 중요한 내 자신의 버거움을 헤아리지 못했던 것이다.


글도,

모임도,

인간관계도 타인에게 나를 피력하고 이해시키려 떠들어댔다.

정작 자신에게는 그렇게 단숨에 변명만 했으면서 타인에게는 참 자상하고 배려심 있게 조근조근 내 자신을 친절히 설명해 주었으면서 말이다.



너무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힘들다고, 너무 무리한다고, 너무 애쓰고 있다고 내 자신은 내게 말을 걸고 있었지만 나는 듣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과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진정 내가 무엇을 힘들어하고, 무엇을 잠시 쉬어야 하는지 좀더 대화가 필요하다.



그러다보면 사람들에게 듣고 싶어했던 말을 내 자신에게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많은 답들은 어쩌면 내 속에 있다는 말이 갑자기 떠오른다.



사람들의 마음과 요구의 말들에서 혼자 고민하고 답을 찾으려 애썼지만 그것은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들의 마음은 그들 스스로만 알듯이 내 마음부터 내가 알아야 그들의 말뜻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사람들 사이에는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시)



고등학교 고가의 파르페를 먹으러 갔던 까페에서 보았던 시가 생각이 났다.


그 때는 그 섬에 가고 싶어하는 목마름으로 시를 이해했지만 지금은 왜 섬으로 서로에게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 어렴풋이 이해가 된다.


서로를 위해 그 간격은 필요한 것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 거리는 필요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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