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조병화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당신이 무작정 좋았습니다
서러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외로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사나운 거리에서 모조리 부스러진
나의 작은 감정들이
소중한 당신 가슴에 안겨들은 것입니다
밤이 있어야 했습니다
밤은 약한 사람들의 최대의 행복
제한된 행복을 위하여 밤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눈치를 보면서
눈치를 보면서, 걸어야 하는 거리
연애도 없이 비극만 깔린 이 아스팔트
어느 이파리 아스라진 가로수에 기대어
별들 아래
당신의 검은 머리카락이 있어야 했습니다
나보다 앞선 벗들이
인생을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한 것이라고
말을두고 돌아들 갔습니다
벗들의 말을 믿지 않기 위하여
나는
온 생명을 바치고 노력을 했습니다
인생이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하다 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믿고
당신과 같이 나를 믿어야 했습니다
살아 있는 것이 하나의 최후와 같이
당신의 소중한 가슴에 안겨야 했습니다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무엇을 믿고, 무엇을 기다리는가?
인생이, 사랑이, 사람이 허무하다고들 했고, 나또한 그들의 말의 동조를 하며 살고 있는데도 말이다.
허무하고, 허망함이 되었든
희망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고,
사랑이 있어야 그래도 살아낼 수 있기 때문이겠지.
먼 훗날이 아니어도 그저 지금 내게 살아갈 그 무엇이라도 의미를 줄 수 있다면 부여잡아야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삶은 슬픈 것이 아닐런지..
사람이, 사랑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전부여서도 안된다.
그러나 삶에서는 의미가 있는 이름들이다.
전부이지 않아도 의미로운 이름들.
내 인생의 무게를 오롯이 실어서는 안 되지만 편안한 팔짱을 끼고서 함께 길을 가야 하는 이름들.
너무 멀리 바라보고, 구지 의미를 찾으려 할 수록 사람은, 사랑은 멀리 달아난다.
그러니..
그러니...
묻지 말자.
What am I to you?
(나는 당신에게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