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 인생의 봄

by 바다에 지는 별


일요일 아침.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운동장에 들어선다.

비냄새가 섞여있는 바람이 기분좋아 바람막이를 벗고 반팔차림으로 운동장을 돌기 시작했다.


목덜미와 귀밑, 팔에 감겨오는 푸근하고 상쾌한 바람이 여간 기분 좋은 것이 아니다.




몇 일동안 큰 녀석이 너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런저런 사소한 생활습관들, 그리고 게으름, 늦은 새벽까지 친구들과 채팅게임을 하는 것이 영 마뜩찮아 감정을 누르며 녀석에게 다양한 타이름을 지속하고 있었다.


너무 지쳤다.

역시 어제도 오늘 새벽까지 통화를 하며 아침까지 한숨도 자지않고 계속 하고 있었다.


룰도 어기도, 반성하지 않고, 매우 심드렁한 녀석의 모습이 이제껏 마음을 의지했던 내게는 배신감마저 드는 것이었다.


그러했던 심란하고 아픈 마음을 봄바람이 다독여 주는 느낌이었다.




누구에게 말한들...

다 생활이고, 다 그렇고 그렇게 사는 것으로 결론이 날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이기에 나는 속으로 말을 꿀꺽 삼키며 끙끙 앓았던 것이다.






무엇이 걱정인 걸까 스스로에게 물었다.

무엇이 불안한 것일까?


나도 십대에는 늦은 시간까지 채팅을 했었고, 학교가서 졸려서 어찌할 바를 모르면서도 그런 생활을 했었다.

그리고 이성친구들과의 몰래몰래 데이트와 스킨쉽에 가슴설레하며 만났었고....



그러나 어엿한 어른으로 잘 성장했다.


하나의 과정이다.

누구나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며 호기심과 말초적인 감각에 이끌려 가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조금 착한 또라이, 왕또라이의 경계를 오가며 매우 불안한 사춘기와 십대를 보내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저 어미로서 지켜봐주고, 믿는다는 사실을 늘 확인시켜 주는 것이 어른으로서 할 수 있는 전부일지도 모른다.




십대는 사계절 중 봄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모든 것이 파릇파릇하고, 한없이 해맑고 예쁜 시간.

그리고 하루하루 커가고, 성장하는 시작의 계절.




그러나 급작스러운 꽃샘추위도 만나고, 다시 따뜻한 바람이 불기도 하면서 모든 것이 왕성해지는 뜨거운 여름을 맞기 전의 계절인 것이다.




십대는 봄의 시절이다.

모든 것의 시작이기에 새롭고, 활기가 넘치고, 그 활기는 더 나아가 광끼가 될 수도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을 다 떨어뜨리는 가을이 있고, 혹독하고 매서운 겨울이라는 계절이 너무 멀어보여 체감하지 못하는 계절, 봄인 것이다.




그래서 두려움이 없고, 계획도 없으며, 한없이 무책임하다.

옳고 그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너무 모르기에, 모를 수 밖에 없기에 해맑을 수 밖에 없는 봄의 계절이라는 것.


모든 것이 최선을 다해 자랄대로 자라버리는 여름이라는 계절이 오면 그들도 알게 되겠지.



그렇게 아무것도 몰라도 즐거울 수 있었고, 두렵지 않을 수 있는 계절은 오롯이 한 번뿐이었음을...



그리고 곧 가을과 겨울이라는 계절을 준비하고, 자신의 생존을 위한 치열함과 진지함으로 인생을 고민할 어른으로 자랄 것이다.




이미 어른인 내가,

인생의 가을과 겨울을 지내고 있기에 그들의 해맑은 봄을 걱정한다.

너무 해맑아서...

너무 겁이 없어보여서...




미리 미리 그들에게 겨울의 혹독함을 알려주기에는 그들은 한창 자라야 한다.



부지런히 대지의 물기를 빨아들이고,

봄 볕에 하늘하늘 부는 바람에 이리저리 나부끼며 싹을 틔우고, 자라는 일이 그들의 의무일테다.




햇볕과 바람과 비가 어린 새싹들을 키우듯이 세월과 시간은 그들을 자라게 할 것이다.



시간과 자식을 믿고 기다리며 어미로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 할 일의 전부인 것이다.



믿자.

믿어보자.

배신당하고, 실망스러움이 반복되더라도 지켜보자.



그들은 그들의 성장속도대로 흔들리며 자라고 있다.

자라고 있고 끝내는 성장하고, 성숙할 것이다.



이제 막 봄을 맞은 녀석에게 가을의 열매와 겨울의 겸손을 바래서는 안 되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