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여럿도, 평화로운 혼자도 좋다.

by 바다에 지는 별



누군가 올린 글을 보고

갑자기 예전 방문간호사 할때의 대상자 분이 떠올라서 몇 자 적어보려 한다.



여자 분이셨는데 정신분열증을 오래 앓았고, 발작증세도 잦아서 그녀는 세상과 단절하며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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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네이버 검색)


방문을 그만둔지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녀의 집이 생각이 난다.

양옥집 파랑색 대문을 열면 늦가을의 감 입들이 마당을 한가롭게 굴러다녔고, 그녀의 집은 작은 샷시문을 열고 들어갔다.

커다란 감나무에 가려져 조금은 어두운 집.

그리고 어두움을 닮은 차분한 공기의 집안.

그녀는 자연스러운 새치머리를 쪽을 지고 민낯으로 조용하고 차분한 어조를 나를 맞이했다.



항상 앉은뱅이 책상에는 성경책이 펼쳐져 있었고 그녀는 항상 무언가를 쓰거나 읽거나 하는 것 같았다.



일상적인 대화같은 상담을 2년 여를 하던 어느 날.



늘 묻는 것에 대한 짧고 어색한 답만을 하던 그녀가 내게 시간이 되냐며 물어왔다.

나는 괜찮다고 대답했고, 그녀는 뭘 좀 보여드려도 되냐고 얘기했고, 바닥에 그저 쭉 줄을 서 있던 책 속에서 몇 권이 노트를 꺼내왔다.



본인이 오랫동안 해 왔던 것이라며 펼쳐서 보여준 건 무척이나 가지런하고 무척이나 일정한 크기의 성경 구절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나는 무척이나 놀랐다.

사람이 이렇게 기계로 찍어내듯 정교한 필체로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하얗고 긴 손과 손톱으로 클레식 기타를 연주했다.

알람브라 궁전이라는 곡이었는데 무척 오랫동안 연습했을 듯한 솜씨였다.



무척이나 감동적인 연주였고, 몰입하는 그녀의 모습은 무척이나 멋졌고, 행복해 보였으며 자기만족감이 충만했다.



연주를 끝내고 무척이나 상기된 볼과 약간은 흐트러진 머리를 매만지며 그녀는 내게 오랫동안 너무 잘 해줘서 고마운 맘이 있었는데 표현을 못 했다고, 오늘에서야 줄 것도 없고해서 이렇게라도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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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 나는 만성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대상자들에 대한 케어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잦은 발작과 사회와의 단절 그리고 우울감은 어쩌면 수순일찐데 그들에게 더 다양한 기회를 주려고 노력하는 것도 때에 따라서는 필요할지 모르지만 어쩌면 참 쓸데없는 소리를 지껄이지 않았나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어쨌든 난 내 밥벌이가 상담의 일이었으므로 매뉴얼적인 상담과 교육이 필수불가결했기에 나도 그렇게 촛점이 맞춰진 상담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일로 인해 세상과 단절되어 살아가는 사람은 무조건 불행하고 힘들 거라는 편견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 그들의 고독과 홀로됨을 즐길 수 있고 자신의 인생을 혼자서라도 즐겁게 집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 어떨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자신은 결코 뛰어들지 못할 담장 너머의 세상이 자신에게는 그저 낯선 허구의 존재일 뿐이라면 다양한 매체나 다른 방법을 통해 얼마든지 들여다보고 관찰할 수 있다.



그 누구도 들일 수 없는 자신의 세계는 그날이 그날같이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이라도 무엇하나 집중할 수 있다면 자신만의 좁은 세상도 세상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하며 즐거울 수 있을 게다.



그러한 하나의 방편으로 글을 쓰고, 기타를 쳤을 그녀.

그렇게 단아하게 글을 쓰기위해 얼마나 집중하고, 열중하면서 썼을까?

그 몰입의 시간은 또 얼마나 고요하며, 평화롭고 좋았을까?



아무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집 안에서 홀로 기타줄을 튕기며 음미하였을 소리들....



사람은 결국 혼자이고, 혼자된 시간을 즐길 줄 아는 것이 삶을 진정 향유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자신의 시계로 하루를 보내는 그녀.



세상과 단절 되었으나 세상이 부럽지 않은 그녀.

자신이 초라하다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질환과 자신의 홀로됨을 즐길 줄 아는 그녀가 부럽기도 하고,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각자의 모양과 취향대로 세상과 벗하든, 세상에 상관없이 자신의 인생을 살든 세상엔 많은 다양한 삶의 방식으로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고, 각자의 편한대로 사는 것이, 그것이 바로 정답인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가 아프다고 해서 꼭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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