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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에 지는 별 Jul 20. 2019

강박적으로 행복해지려고 하지 말기

삶 자체로 의미롭다.


나에게는 장시간 밀린 집안일을 할 때 꼭 통화를 하는 u언니가 있다.
볼 때마다 심란한 베란다와 여기저기 묵히고, 쌓아 놓은 먼지들을 털어내고 정리할 때가 임박해 오고 있었고 나는  휴가를 낸 김에 밀린 집안일을  할까 하고  언니에게 전화를 했다.

그때부터 시작된 수다라고 하기엔 다소 무거운 이야기들이 시작되었다.
5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언니에게 경력단절로 인한 경제적인 불안감은 매우 격심했고 그로 인한 우울감은 날로 심해져 집 안의 크고 작은 일과 함께 겹쳐지면서 모든 에너지가 소진되어 바닥을 기고 있다고 했다.

나도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한 불안감과 우울감으로 오랫동안 고민했고, 불면증으로 고생한 적이 많았기에 언니의 고민을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다.

나는 언니에게 말했다.

"언니! 나는 나한테 돈이 없어서 그나마 덜 힘들게 살아왔는지도 몰라요.  내 성격상 내 지인들이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면 그것에서 벗어나거나, 기분전환할 수 있는 방법을 기가 막히게 잘 알아차리는 사람이라 늘 퍼주고 살았을 거예요.  그러다 보면 주는 만큼 기대한다고 그 속에서 상처 받고 그러면서 힘든 일을 많이 겪었을지도 몰라요.  그나마 내가 가진 게 없어서 정말 내 능력만큼만 주변인을 챙기니까 지금 이만큼 덜 다치고 살아왔던 거지... 안 그래요? ㅎㅎㅎㅎ"


동물이나, 사람이나 생존을 위한 삶은 다르지 않아요. (그림은 그림책 산딸기 그림봉봉 중에서 캡춰)


언니도 동감한다고 했고, 나는 작년에 내가 가지고 있던 사람의 생(人生)에서 행복이란 무엇인지, 꼭 행복해야 하는 건지에 대한 물음을 '행복의 기원'이란 책을 만나면서 많은 부분의 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래전에 읽어서 정확한 지 확신은 서지 않지만 내용은 간략하게 이러하다.

인간이란 종이 특별한가에 대한 물음부터 시작해서 결론은 근소한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인 욕구부터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까지 그리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 답이었다.  그리고 다른 동물들처럼 비슷한 욕구를 가지고 살아가지만 인간만 유독 행복을 추구한다고.
그러면 그 행복은 어떤 것인가?

그것은 든든하고, 신뢰가 가는 자신의 주변 사람들과 탄탄한 인간관계를 가지고 소박한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그 책을 통해서 얻은 것은 생의 절반 이상이 우울하고, 어두운 시간을 보내며 혼자의 인생을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상황에 행복이란 것은 무척이나 멀어 보이고, 심지어는 뜬구름 잡는, 허황된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데 굳이 왜 행복해야 하는가? 너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이 지구 상에 태어나 먹고사는 것, 그리고 소멸하는 것이 동일한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러기에 그에 수반되는 경제적인 고민들이 그리 특별하지 않은, 그저 생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며 사는 것이 지구의 생명체로 태어나 사라지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것으로 결론을 지었다.

언니에게도 그 책 내용과 내가 정리한 결론을 말해 주었다.  자꾸 행복해지려고 노력하고, 다양한 걱정거리에 대해서 무조건 서둘러  없애려 하고, 기를 쓰고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너무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과 함께.

왜?
우리는 이미 은퇴를 꿈꿀 나이이고, 무언가 드라마틱한 방도가 있지 않는 한 우리는 계속 대동소이하게 과거의 고민에서 제자리걸음으로 동동거리며 불안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거라면 차라리 그러한 고민이나 불안감 조차 삶의 일부분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급하게 마음먹지 않고,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살아내는 것.   내게 주어진 시간을 끝까지 살아내고, 생존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매우 녹록지 않은 인생의 거창한 목표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냐며 토닥여 주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언니도, 나도, 그리고 당신도 특별한 고민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다.
먹고사는 일 그것이 얼마나 대단하고, 어려운 숙제인지, 그래서 거창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다 대단하고, 거창한 고민을 하고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자주 무기력해지고,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지며 살아가는 나이고, 언니이고, 당신이지만 우리는 가던 길을 다시 갈 것이고, 그럴 수밖에 없기에 너무 고민하지 말자.
그리고 너무 자책하지 말자.

나도, 언니도, 당신도 다 대단하다.  그래서 대견하다.

우린 지금 행복한 걸루...


세 시간 넘은 수다로 인해 말끔해진 베란다와 집 안의 구석구석을 보면서 참 평화롭고 행복한 주말을 보내고 있다.  거기에다가 태풍의 영향으로 아낌없이 헤프게 불어대 주는 시원한 바람까지.... 참으로 행복하고, 평화롭고, 즐겁다. 



아... 감사하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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