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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에 지는 별 Nov 07. 2019

화해하지 않는 사람들....

앵그리 사회

영화 조커의 스틸컷-출처 네이버


야근을 하고 퇴근해 집에 들어가려는데
집 들어가는 입구에 10센티의 틈도 없이 길을 완전히 차단하여 주차를 해 놓았다.

세번째 전화를 거니 그제서야  받는다.

차주임을 확인하고, 여러 사람이 다니는 통로에 주차를 해서 전화를  했다고 하니 돌아오는 답이 이랬다.


이 늦은 시간에 그런 일로 전화를 냐고,
자기도 이동에 산다고,
러기에 자신은 사과할 일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민 공동의 길인데 왜 사과할 일이 아니냐니까
오늘 하루 댄 거고, 자기도 여기 주민이니까 할 수 있는 거라고 한다.


애 둘 키우는 애엄마가 저리 비상식적인 사람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두 동을 거슬러 올라가서 어두운 화단 길로 돌아 집으로 가는 계단을 올라간다.


일방적으로 끊어버린 전화를 다시 눌렀다가
서너 번 신호가 가는 걸 그냥 끊었다.  
올라가면서 초인종 누르고 싶은데 그만둔다.

씩씩대며 집으로 왔는데 아들이 숙제를 다 해 놓는 걸 전제로 늦은 시간까지 게임시간을 허락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화가 나서 과하게 화를 냈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씻으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사과해야겠다고 생각을 한다.
나와 보니 아들이 꿀잠에 입문 할랑 말랑 한다.

아들 곁에 가서 이불을 덮어주며 사과의 말을 건넨다.

"아들... 미안... 엄마가 화내서... 내일은 놀러 가지 말고, 숙제 다 해 놓고 놀러 가자.. 알았지? "

아들은 잠결에 대답한다.  알았다고...

                                                     



이틀에 걸쳐 미성년인 딸의 용돈 통장을 만들기 위해 점심시간에 은행을 갔다.

첫날은 도장을 안 가져가서 통장 개설까지는 못 하고 그냥 돌아와야 했었다.  도장을 가지고 어제 갔던 자리의 상담직원에게 갔더니 무척 당황을 한다.

정색을 하며 본인에게 한 것 맞냐고...
나는 너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그랬다고... 아이 이름과 내 이름을 대고, 서류까지 어제 다 냈다고 하니 무척 황당해한다.

상담직원의 이름이 정확히 생각나지는 않았지만 이름과 얼굴이 낯이 익다.  그리고 조금 뒤...
다른 자리의 직원이었음이 밝혀졌다.

나는 곧바로 매우 당황하며 사과를 했다.

너무 당황스럽게 해 드려서 죄송하다고..
이 자리로 착각을 했다고... 미안하다고...

무안하고, 미안함의 수선스러운 웃음과 함께 거듭 사과를 했고 업무를 마치고 헐레벌떡 직장으로 돌아왔다.



한 달 전쯤에 친구가 술집에서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었다.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나는 오해를 풀고 싶어서 끝까지 친구를 잡았다.
화 풀고 가라고...

친구는 그런 내게

"너는 내가 그렇게 우습냐? 어?!!!!"



라는 말을 남기고 그 넓은 술집에 나와 친구를 남겨두고 씩씩거리며 떠나버렸다.

이른 주말 아침 출근할 친구가 마음에 걸려서 나 또한 화가 나서 감정이 좋지 않았지만 사과의 문자를 보냈다.

의도치 않게 화나게 해서 미안하다고...
다음부터는 더 조심하겠다고...
출근 잘하라고...


친구는 자기가 좀 예민했었다며...
현재 상황이 이러저러러하니 내가 이해를 좀 해 주라며 사과도 아닌.. 애매한 답글을 보냈다.

나는 그 친구에게 너무 실망한 나머지 이제는 이 친구와 거리를 두어야겠다고 마음을 굳히고 있는 중이다.

                               



여러 사람이 좁은 땅덩어리에서 오밀조밀 모여서 살면서 서로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서로에게 실수도 하고, 잘못도 하고 산다.  그러기에 사람이고...

우기고 싶을 때도 있고,
정말 자신이 잘 못하지 않았다고 믿을 수도 있다.

진짜 상대가 잘 못 했고,
내가 잘했을 수도 있다.

오해일 수도 있고,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나도 잘 못 할 수 있고,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 더 중요한 것은 상대편이 싸울 의지가 없음을 보여 주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그 관계나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그다음 문제이다.
상대편이 그 관계나 상황에 무책임하게 대응할 의도가 보일 때는 더 이상의 말은 언쟁이 될 뿐이고, 더 큰 오해와 분란만 일으킬 뿐이다.

대충 넘어가고, 모른 척하면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 성격상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입을 닫음과 동시에 상대와 상황에 대해서 등을 돌리는 편이다.
비겁하고, 옹졸하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기다리고, 노력하고, 애쓰는 일에 쓸 힘과 시간에 한계를 느낀다.
새로운 부서로 발령을 받은 일이 나에게는 많은 일에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싸우는 게 너무 힘들고, 지친다.
그저 싸울 의도가 없음을 보여주는 게 내가 최대한 배려할 수 있고, 내 의사를 보여주는 마지막 단계이다.

화해할 의지가 있다면,
관계의 소중함에 대해 한 번 더 생각을 한다면 화나고,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해도 일단은 노여운 마음의 한 귀퉁이를 접어두고 내민 손을 잡아 주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한 이후  마음이 부드러워지면 서로  사과를 주고받으면서 자연스러운 관계의 화해가 이뤄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사과가 없이는 제대로 된 화해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바쁜 세상에 뭐 그렇게 따지냐고...
대충 넘어가자고  할 수도 있지만 이 부분만은 잘 타협이 되지 않는다.


그냥 좀 슬프다.
싸울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어도 화를 내고, 악다구니를 쓰는 사람들 속에 너무 지친다.

화해의 손을 내밀면 좀 잡아 줄 줄도 알고,
상대편이 설령 좀 잘 못을 했다고 해도 한 박자 숨 고르기를 하고 이야기를 하면 안 되나?

왜 다들 화가 나 있는지 모르겠다.
왜 그렇게 옹졸하고, 여유가 없는지 모르겠다.

다들 힘들고, 숨 가쁘고 바쁘게 살기 때문이라고 하기엔 그 눈빛에 시퍼런 광기가 섬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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