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라 하지 않겠습니다.

소설의 마지막 편

by 바다에 지는 별

실내는 몇 테이블에 손님이 있었고 바깥 풍경이 아름다운 레스토랑이었다.

식사가 나오고 명진은 살뜰히 현영을 챙겨 주었다. 식사를 하는 내내 현영의 귀에 익숙한 easy pop이 참 듣기 좋았고, 현영은 식사하는 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특별히 오가는 이야기는 없었어도 그저 편안하고, 아늑한 이 시간이 무척이나 좋았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도 편안할 수 있다는 것은 참 특별한 일이다. 그만큼 서로에게 부담이 없는 사이라는 뜻이니까.


해가 넘어가고 있었고, 식사를 끝내고 후식이 나올 시간이 되어 둘은 창가로 자리를 옮겼다. 가로등이 켜진 거리의 풍경이 참 좋았다. 식사를 마치고 잠시 산책을 하기로 한다.

거리로 나와 명진의 팔짱을 끼고 걷는 길.

현영은 이런 시간이 좋았다. 누군가와 편안히 식사를 하고, 나란히 걷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일.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이러한 평범한 행복이 그렇게 특별한 일인지 예전에는 알지 못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생각했기에 그렇지 못한 남자들에 대해 늘 화가 났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일상적인 배려를 할 수 있는 이가 있다는 것에 고맙고 감사하다고 느끼는 현영이었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온 현영은 가볍게 먹기 위해 와인과 치즈를 준비했다. 평소 현영이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와인을 마시며 음악을 음미한다.

현영이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고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리듬에 흔들리는 현영을 바라보는 명진의 눈가에 웃음이 가득하다.


극치감.


더 이상의 행복감은 과거에도 예전에도 없었을 것이다. 명진이라는 사람이 현영에게는 아주 비현실적일 만큼 완벽히 이상적인 사람이었다는 것에 대해서 현영은 명진과의 만남과 그 시간들을 꿈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평생 한 번 꿀 수 있는 행복한 꿈이라고.


명진은 명진의 자리로, 현영은 현영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명진의 일본 거주가 길어지고, 현영의 일상이 숨 가쁘게 지나칠수록 둘은 서로의 빈자리를 생각하는 일을 자주 잊고는 했다.


그 공백의 시간이 서운함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격심한 아픔이나, 원망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리고 자연히 서로는 그렇게 미온의 관계가 되어갔다.


그리고 흔한 이별의 인사도 없이 그들은 타인이 되었다.

점심을 먹고 가을볕에 커피를 마시는 현영에게 희정이 물었다.

"너... 명진 씨 까맣게 잊은 거니? 이제?"


현영은 희미하게 미소 짓다 한참 뒤에 답을 했다.


어떻게 당신은 그렇게 빨리 누군가를 쉽게 잊을 수 있냐고, 그리고 그렇게 편안해 보일 수가 있냐고.

나는 조용히 말했다.
"그건 누군가를 잊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에 그래요. 이별의 시간 동안 습관이 되어버린 많은 일상들이 주는 격심한 통증이 가시고 나면 편안히 그 사람을 그리워해도 되니까. "


그리고 현영은 말을 멈추었다.


명진의 순한 눈매와 따뜻했던 손, 그리고 매력적인 웃음들이 생각났다. 일상의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도 명진의 모습이나, 음성, 그와 함께 있었던 시간에 잠시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현영의 마음은 곧 평화로워졌고 쉼이 되어 주었다. 그것이 현영의 일상이었기에 명진은 더 이상 현영에게 과거가 아닌 현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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