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 방법을 잊고 있었다
신갈나무 투쟁기 책 리뷰 1
지인이 선물해 준 책을 이제야 펼쳐 들고 읽기 시작했다. 생뚱맞은 도토리나무에 관한 책이라니.... 괜히 손이 가지 않았기에 출근버스 안에서 서너 장씩 읽기 시작했다.
[어린 뿌리가 물을 모으기 시작한 지 벌써 열흘 이상 지났다. 도대체 제대로 하고는 있는 것인가.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지만 어린 뿌리는 그저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진행시킬 뿐이다.
아직 아무것도 모른다. 하지만 본능을 따르리라. ]
어미나무에서 떨어져 나와 태중의 아기와 같은 상태에서 혼자 남겨진 씨앗은 작은 몸뚱이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대로 흘러갈 뿐이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지만 그저 본능에 따르는 삶.
40 중반인 나는 두 아이의 엄마이다.
어렵게 씨앗을 뚫고 나와 뿌리를 내민 어린 신갈나무의 모습에서 엄마로서의 낯선 자리와 역할에 늘 놀라고, 불안해하는 내 모습과 겹쳐진다. 그나마 내가 인간이었기에 망정이지 신갈나무처럼 정말 아무런 정보나 교육 없이 세상에 내던져졌더라면 어쩔 뻔했을까?
하긴....
안다고 한들 그 또한 참고사항일 뿐이지 결국은 세대차이로 인해 많은 변수들이 작용하여 낯설고,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어린 신갈나무가 겨우 딱딱한 껍질 사이로 연약한 뿌리를 삐죽 내밀었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도 생애 처음 십 대에 들어섰고, 나 또한 처음 십 대에 들어선 두 아이의 엄마로서 살아가고 있다.
어디에 마음의 중심을 두고 뿌리를 내릴지 알 수 없다. 그저 딱딱하고, 척박한 땅을 비집고 연약한 뿌리를 내리듯 우리 또한 이리저리 서로 부대끼고, 거칠어진 마음밭에 조심조심 서로의 뿌리를 내린다.
[잎 뒷면에는 작은 구멍들이 열리면서 세상의 기운이 몸속으로 흡수된다. 숨구멍(기공氣孔)이다.
아침이면 기공이 열리면서 신선한 공기가 들어온다. 숨구멍은 참으로 요긴한 기관인 것 같다. 물이 잎의 끝까지 차오르면 바깥의 마른 대기가 순식간에 빨아낸다. 어쩌면 이리도 편안하단 말인가. 들어오는 공기와 빠져나가는 물기, 그리고 물기 속에 함께 나가는 또 다른 정체의 공기, 역동적인 힘을 느끼게 한다.
숲 속의 봄이 무르익고 윤을 내며 피어오를 때쯤이면, 끝내 세상 밖으로 얼굴 한 번 내밀지 못한 떡잎은 빛을 잃고 땅속에서 조용히 잊힌다. 언젠가는 흙 속의 분해자들에게 철저하게 분해되어 어린나무에게 다시 되돌려질 것이다. ]
[지난겨울에 정착한 무리 중에는 이미 영원한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가을바람에 물기가 말라 버렸거나, 벌레의 먹이가 되었거나, 다람쥐나 작은 동물들의 먹이가 되었는지도 모른다. 혹은 처음부터 부실한 열매였는지도 모른다. 이들은 작은 뿌리조차 세상으로 내지 못한 것들이다. 다행히 작은 뿌리를 내보낸 무리 중에도 모진 추위에 얼어 죽었거나 무참한 약탈자들에게 먹혀 버린 것들이 많다.
무사히 싹을 지상으로 내보는 것도 위대한 승리이다.]
(Pascal Campion 작품 -출처 네이버)
신갈나무 잎사귀 뒷면에 숨구멍이 있다는 사실에 나는 적잖이 놀랐다.
살아 있는 모든 생물은 호흡을 하고 있다는 것이 새삼 왜 그렇게 신기하고 놀라웠을까?
숨구멍(기공氣孔)
이 단어가 눈에 박혔다.
돌고래의 숨구멍, 그리고 갓 태어난 아가의 채 닫히지 않은 대천문이라는 숨구멍.... 등등이 떠올랐다.
숨이라고 할 수 없는 깔딱깔딱 대며 들숨을 쉬고 어느 순간 후욱!!! 하고 몰아서 숨을 내뱉는 것이 습관이 되어 한숨을 자주 몰아서 쉰다.
제대로 된 호흡을 해야 정신과 몸의 순환이 잘 될 것임을 알면서도 불수의적인 운동인, 들숨과 날숨의 자연스러운 리듬을 잊은 듯 살아간다.
어떤 가수는 계속되는 편두통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가 숨을 제대로 쉬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고 했다고 한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나 또한 늘 어깨가 뭉치고, 깔딱대는 가슴호흡을 자주 한다는 것을 자각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제대로 된 호흡....이라...
내가 편히 내 숨구멍을 활짝 열어놓고 제대로 숨다운 숨을 쉬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아.... 3개월 넘게 나는 음악도 듣지 않았고, 책도 볼 수가 없었고, 제대로 된 글도 쓰지 못했구나... 혼자 마음속으로 지금의 내 몸과 마음 상태를 돌아보았다.
제대로 된 호흡으로 몸과 마음의 순환을 돕고, 마음의 찌꺼기들도 날숨으로 날려버렸어야 하는 것인데 천식환자의 끽끽 대는 들숨만을 들이쉬며 잔뜩 긴장하며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갈나무의 작은 열매가 단단한 껍질을 뚫고 여리고, 약하디 약한 솜털 같은 뿌리를 삐죽 내미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승리라는 대목에서 생존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일이라는 뜻으로 해석이 되어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과 미안함이 들었다.
인생 뭐 있나...
그냥 먹고 사는 건데...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면서 너무 조바심내고, 불안해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면서 지금까지 잘 버텨낸 나를 토닥여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