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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에 지는 별 Sep 30. 2019

저예요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후기




카슈미르 지역을 여행하던 류시화가 사람들이 모여서 부르는 노래에 마음이 끌려서 알게 된 '랄라의 시'.

노래의 유래는 이러하다.
유복한 가정에 태어나 조혼을 하여 갖은 학대를 받다 24살에 이혼하고 버려진 랄라라는 여인은 그 어려운 결혼생활 동안 물 길러가는 길에 있는 사원에 들러 늘 기도를 했었고, 버림받아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낼 때마다 신에게 기도했다고 한다.
그 기도는 많은 말들이 아니었다.



["나예요, 랄라."
그것이 기도의 전부였다.  사실 그 이상의 무슨 말이 필요한가.  연혼이 견딜 수 없이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나를 속속들이 아는 이에게 "나예요."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정말로 힘든 친구가 당신에게 전화를 걸어 "나야."라고 말한다면 그는 모든 말을 한 것이다. 214p발췌 ]



["당신이 누구이든, 나예요, 랄라."
당신이 신이든, 무한한 힘이든, 우주 전체이든 지금 내가 이곳에서 당신에게 말을 건네고 손을 내민다는 것이다.  내가 이곳에 있음을, 이 지상에서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215p발췌]


나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25살 때까지 오랫동안 7살 때부터 영혼의 양육을 받은 교회에서 찬양팀을 10년 넘게 해 왔었다.
이 글을 보면서 그때 불렀던 'you gave me love(최덕신 곡, 송정희 작사)'라는 곡이 생각이 났다.

이 노래는 기독교를 떠난 이후에도 랄라가 신을 불러내야 하는 삶의 고비에서처럼 나 또한 그런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이 노래가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려 나왔었고, 나는 나의 신에게 나의 살아있음을 신에게 고했었다.

내가 이렇게 여기에 살아 있다고...
그러니 나를 좀 돌아봐 달라고...
당신이 내게 주신 그 약속의 시간을 살아내려고 이렇게 바둥거리는 나를 좀 돌아봐 달라고...
조용히 나의 신을 가슴 깊은 곳에서 불렀었다.

그 모습이 랄라와 너무 겹쳐 보여서 코끝이 붉어졌고, 먼 하늘을 한동안 바라보아야 했다.




인간의 기원, 인류의 기원에 대한 책들을 보고 있다.
하지만 그 기원에 대한 속 시원한 답은 없다.
이렇게 복잡한 문명을 이뤄내고, 한정되어 있는 자원에서 치열하게 살아남기 위한 인류의 진정한 origin은 무엇일까?

나의 oringin은 무엇일까?
나는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가?
과연 이 복잡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왔고, 나는 앞으로 어떤 힘으로 버텨낼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물음표 투성이다.

우리가 보고 있는 저 광활한 우주와 그 속에 지구, 그리고 사람... 과연 스스로 존재한다고 누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믿는다.
신이 아니고서는 결코 이 모든 조화가 순리대로 움직여질 리 만무하다고.

신은 교회에, 절에, 사원에 머물지 않는다.
모든 우주에 존재한다. 그러한 신이 작은 사람이란 종, 그중 ' 나'라는 사람에게 무엇을 원할까?
왜 이 곳에 나를 태어나게 했을까?

누군가는 그 답을 찾았기에 그 소명에 부합한 삶을 살아내려 고군분투하며 그 약속을 지켜내고 살아가고 있을 테지만 나는 명확한 답을 할 수 없다.

그저...
내게 시간을 주었을 뿐이다.

약속한 시간이 얼마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내게 시간을 주셨다.  나는 그 약속한 시간을 살아내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분에게는 충분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분에게 최대한, 최선을 다해 지켜 드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신이 자신의 작은 조각의 영혼을 불어넣어 창조해 놓은 존재가 열심히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무척 흡족해할 신의 모습을 그리며....

각자의 능력대로 각자의 삶을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신은 충분히 만족해할 것이므로.

生의 고비에서 멈춰서 한동안 미동도 하지 않는 우리에게 신은 신의 호흡으로 힘을 얻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기를 바라지 않으실까?

그 멈춘 곳에서 우리는 신을 불러내야 한다.

"저예요."

"당신과 약속한 그 시간을 살아내려 하는 내가 여기 있어요."

"잠시만 저를 바라봐 주세요."

https://youtu.be/Il1 s1 yUQ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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