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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에 지는 별 May 06. 2020

안 괜찮아도 괜찮아

행복의 정복 책 리뷰 1


정확히 책의 3분의 1 지점에서 작가의 약력이 궁금해졌다. 앞 뒤 어디를 찾아보아도 옮긴이에 대한 소개는 있어도 지은이에 대한 약력 소개글이 없어 검색을 해 보았다.


영국인이고 1872년에 출생해서 1970년까지 97세를 향유하고 사망했다는
BERTRAND RUSSELL은  4번의 결혼을 했고 그 중간에 수많은 혼외정사를 즐겼다고 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지식인의 귀족 집안에서 자랐지만 반전운동을 했고 빈민구제에 열정을 다했다고 한다.  대안학교 교장을 했고, 노벨문학상도 수상했다.

그의 배경과 왕성하고 열정적인 활동 사이의 거리감이 꽤 있다.  지식과 명망 그리고 부까지 다 거머쥔 그가 왜 굳이 어렵고, 가난한 이들의 편에 서서 일을 했는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 답은 그가 철학자였다는 것에서 찾을 수가 있을 것 같다.  



책은 비교적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다음 주제들과 연결되어 있어서 읽기가 좋다.

1장에서는 '행복이 당신 곁을 떠난 이유'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얼마나 부자인지, 얼마나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인지에 대한 자각과 인식이 없는 사람일수록 불행하고, 불안하다는 내용이다.


'이유 없이 불행한 당신'에서는 먹고사는 일에 전혀 문제가 없고, 모든 것이 잘 갖춰진 상황에서 불행을 느끼는 것은, 곧 결핍을 경험하지 않은 충족감은 오히려 불행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나 또한 수많은 결핍을 경험했지만 , 그 결핍과 부족함을 채우려고 허덕거린다거나, 벗어나려 미친 듯이 앞으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적어도 생존하는 수준까지만이라도 도달하기 위해 애쓰면서 오히려 삶에 대해, 생존에 대한 만족감과 다행 감, 그리고 가끔 행복하기까지 지금의 내 마음과 많이 비슷해서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인상 깊었던 부분이면서 물음표를 던지게 했던 글은 다음과 같다.

 ["글을 쓰려는 생각을 버려라.  그 대신 글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보라.  세상으로 나가라. 해적도 되어보고, 보르네오의 왕도 되어보고, 소련의 노동자도 되어보라.  기본적인 신체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생활을 해라."

모든 사람들에게 이러한 생활 방식을 권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크러치가 진단한 병으로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만 이렇게 살아보도록 권한다.  

예전에는 지식인이었던 사람들은 몇 년 동안 이렇게 생활하고 나면 더 이상 글을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시기에 도달하면 글을 쓰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

나는 이 글 뒤에 이렇게 메모를 해 놓았다.

"삶이 힘들수록 글을 쓸 수밖에 없다는 뜻인가?"

삶이 글이 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그 경험이 자신에게 특별하게 다가올수록 글이나, 음악, 그림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필연의 관계가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이 생겼다.  

그러면 내가 글을 쓰게 된 것 또한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인스타그램


그다음 세 번째 소제목인, '경쟁의 철학에 오염된 세상'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끝없이 경쟁하고, 비교하며 살아가는 삶이 부를 이뤄내는 것과 상관없이 과연 궁극적인 행복을 느끼게 해 주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러셀은 미국을 그 예로 든다.
 
대학에서 학생들과 숲길을 거닐 때 만발해 있는 야생화의 이름을 제대로 아는 학생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 문제는 삶이란 승자만이 존경받는 승부요, 경쟁이라는 일반화된 생활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감성과 지성을 포기하고 의지만을 지나치게 키우는 결과를 불러온다.  

-중략

이런 인생관 때문에 이들이 느끼는 행복은 너무나 미미하고, 자녀를 낳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진다.  결국 그들은 생물학적으로 멸종될 운명에 처해 있는 셈이다.  머지않아 이들 대신 보다 쾌활하고 즐거운 사람들이 뒤를 잇게 될 것이다.

경쟁의 철학 때문에 오염되는 것은 일만이 아니다.  여가도 마찬가지로 오염된다.  조용히 신경을 안정시키는 여가는 권태로운 것으로 여기게 된다.  

결국 여가의 경우에도 끊임없는 가속이 필요하게 될 것이고, 그 종착점은 마약 복용과 탈진상태가 될 것이다.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건전하고 조용한 즐거움을 인생의 균형 잡힌 이상형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처음 독서모임의 책으로 선정되었을 때 제목부터 맘에 들지 않은 책이다.
'행복'이라는 주제가 너무 진부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갈수록 지식인이자 귀족 집안에서 태어 난 작가 러셀은 그저 지식만 탐닉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또한 지식과 명예와 많은 부를 가진 사람이었으나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한 자만이 아닌, 궁극적인 인생의 즐거움, 그리고 의미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해 왔던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작가의 이야기들이 새롭게 다가왔고,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주제는 비록 '행복'이지만  인생이라는 커다란 그림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작가의 의지가 느껴졌다.

지나친 경쟁과 비교에 몰입하고 매몰되지 않고, 내가 가지고 있고, 누릴 수 있는 것에 대한 자각이 생존에도, 개인의 삶에도 매우 중요한 것임을 일깨워 준다.  

경쟁의 가속도에 앞만 보고 달리지 않도록 다음 장의 주제인 '권태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이어간다.

[행복한 인생이란 대부분 조용한 인생이다.]
시작부터 너무 맘에 드는 문구이다.

권태가 생겨나는 이유로는 두 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지금의 현재 상황과 자신이 상상하고 바라는 현재의 괴리감이 심할 때와 두 번째,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필요가 없을 때라고 한다.

그리고 권태의 반대는 자극인데 자극에 대한 욕망은 수렵시대 때에는 쉽게 충족이 되다가 농경시대부터 그 자극이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권태는 인생의 필수 요소이면서 벗어나고 자는 하는 욕구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한다. 단, 권태를 벗어나기 위해 자극을 필요로 하지만 지나친 자극은 건강을 해치고, 즐거움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할 수 있으니 적절한 자극을 추구하되 어느 정도의 권태를 견딜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 행복한 삶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한다.


'권태를 견딜 수 있는 힘'


이 문구를 오랫동안 반복해서 입으로 소리 내어 되내었다.  너무 생경한 단어였지만 무척이나 공감이  되었고, 요즘 나는 그 권태로움을 무척이나 소중하게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그리고 또 마음 깊이 새기고 싶은 한 단락은
'훌륭한 명작도 지루한 부분이 있고, 위대한 삶에도 재미없는 시기가 있다.'라는 문장이다.

즉, 그 권태로움은 인생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재미없다', '심심하다', '지루하다'라는 단어가 나는 새삼 무척 절실하게 다가온다.

너무 바쁘고, 너무 내달리는 하루하루가 지겹다.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알지만 이 권태라는 단어가 이렇게 절실할 수가 없는 요즘이다.

작가는 어렸을 때부터 단조로운 삶을 견디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 권태롭고, 단조로운 삶에 목이 말라 있다.  내 생활의 초침을 멈춰 놓을 수 없다면 천천히라도 가게 하고 싶은 마음이다.



출처  인스타그램

 [대지에게는 봄과 여름도 중요하지만, 마찬가지로 가을과 겨울도 중요하다.  활기찬 활동도 중요하지만 마찬가지로 평온한 휴식 역시 중요하다.  

중략-

생명의 욕구는 매우 근원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런 욕구에 굶주려 있는 사람은 절대로 정신적으로 건강해질 수 없다.]

나 스스로의 생존뿐만 아니라, 내 자식, 그리고 내 가족을 위해 숨 가쁘게 달려가고 있는 나에게 적잖은 위로가 되는 부분이었다.


책장을 살포시 덮으면서 두 번째 심리상담을 했던 시간이 떠올랐다.
상담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일을 계속할 수 없게 될 것 같은 두려움이었다. 자꾸만 분노, 슬픔, 무기력감이 조절이 되지 않았다.
 
그냥 쉬고 싶은 생각만 들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책조차도 읽기 싫었고, 귀로 들리는 모든 것들이 다 소음으로 들렸다.  음악조차 듣기 싫었다.

그냥 잠만 잤으면, 아무것도 안 하고, 밥도 안 먹고, 가만히 있고 싶다는 격렬한 마음을 외면하면서 일상생활을 하는 일이 너무 힘들어 가끔은 출근하면서 눈물이 나기도 했다.

심리 상담하는 40분의 시간 내내 나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런 내가 너무 의아하고, 짜증이 났다.  상담사는 그것 또한 정상적인 반응이니 편하게 받아들이라고 했다.  

이 후로 심한 우울감으로 불면증이 왔고, 일상의 상황이 거의 무감각으로 다가왔지만 그 또한 정상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책 또한 내가 달려온 시간만큼 쉬어야 한다고 조용히 말해 주었다.  그렇게 열심히 달렸으니 당연히 지치고, 당연히 쉬어야 한다고 말해 주는 듯했다.
괜찮다고....


조용하다.
평화롭다.
편안하다.
조금 슬프기도 하고, 우울하기도 하지만 좋다.
그리고 지금 이 상태를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지의 생명의 흐름 가을과 겨울의 느림의 시간이 꼭 필요한 것처럼 내 인생에도 지금처럼 느림의 시간이 꼭 필요했던 것이니 괜찮다고 말해 주었다.

[행복한 인생이란 대부분 조용한 인생이다.  진정한 기쁨은 조용한 분위기 속에만 깃들기 때문이다.]라는 문구를 마음에 새기며 밤 산책을 나섰다.

다른 지역에서는 비가 내려서 그런지 바람에 습기가 느껴진다.  제법 오른 기온 탓에 반팔이어도 전혀 춥지가 않다.  그래도 살랑살랑 불어주는 바람이 귀밑머리를 간지럽힌다.

빠른 걸음을 걸으면서 얕은 가슴호흡을 깊은 복식호흡으로 바꾼다.  

'나는 이 나이 먹도록 숨 쉬는 것도 제대로 못 하고 사는구나'

어깨를 내리고, 가슴을 펴고, 등을 꼿꼿이 세우고 걷는다. 며칠 전 보았던 봄꽃은 어느새  떨어져 없어지고, 그 자리에는 연둣빛 나뭇잎들이 살랑거리는 바람에 파르르 몸을 떤다.  참 예쁜 몸짓이다.

하늘에는 어느덧 초승달에서 상현달로 차 올라 있었다.  달이 찼다가 기울고, 그러다 또 차오름을 반복하여도 달의 질량이 달라지거나, 달의 존재가 사라지지 않듯이 나라는 존재 또한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든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꼭 행복이지 않아도 좋다.  알 수 없는 이름의 감정이어도 괜찮다.  그 감정 또한 자연스러운 내 일상으로 차오르는 감정일 테니....

나무가 깊은 뿌리로 물을 빨아들여 잎을 내고, 열매를 맺듯이 내 감정의 열매 또한 그 마음 뿌리에서 뽑아 올린 자연스러운 감정일 테니까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안 괜찮지만 그래도 괜찮다...

출처 네이버 검새


책 내용이 많이 와 닿아서 한 번에 리뷰를 하는 것이 좀 아쉬워 세 차례에 나누어 리뷰를 진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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