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다시 배우다。

김훈산문 허송세월 책리뷰 5(마지막 리뷰)

by 바다에 지는 별

어느덧 허송세월의 마지막 리뷰이다。 글쓰기를 놓고 살다가 규칙적으로 독서를 하면서 리뷰를 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런 상태를 더해 작가의 익숙하지 않은 필체도 낯설었지만 시선 자체도 매우 예리하고 날카로운 내용들 때문에 글은 쉽게 읽히지 않았고、 그 중심을 읽어내기도 어려웠다。 반면에 조금 수월했던 점은 챕터끼리 서로 이어지는 느낌이 아니라 개별적인 성격의 글들이어서 지금까지 써왔던 형식과는 다소 다르게 억지스럽게 이어 붙이려 노력하지 않아도 되고 새로운 형식으로 리뷰를 써 볼 수 있는 기회가 돼서 새롭고 즐거웠던 점이다.


글을 읽으며 필체와 필력의 강렬한 느낌은 신문사에서 오래 몸 담았던 경력에 합하여 매우 간결하고 날카로웠고、 무엇보다도 순수 한글과 평상어를 사용하면서도 글이 결코 가볍거나 유치하지 않고 우아하다는 것에 적잖이 놀랐다。 ‘1부 새를 기다리며’에서는 일상에서 만나는 새와 사물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그들을 허허로운 눈으로 관찰하며 생명의 다양성과 경이로움、 그리고 죽음과 소생에 대한 글이 인상적이었다。

‘2부 글과 밥’은 한글의 조사와 형용사、 부사에 대한 작가만의 집요한 해부의 글이 주를 이룬다。 이 부분에서는 글이 워낙 세밀하여 조금만 정신을 팔면 앞으로 돌아가서 다시 읽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이 부분을 벗어나면 다소 편히 읽을 수 있는 생활글이 펼쳐진다。 그러나 작가의 깊고 날카로운 감각과 필력은 여전하다。 나는 김훈작가의 글을 처음 접하기에 그의 젊은 시절의 글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생활과 밀접한 글을 쓰면서 언뜻언뜻 보이는 나이 든 남자의 부드러운 감성이 지금까지의 날카롭고 날 것의 느낌과 대조되어 1장부터 읽어오면서 느꼈던 거리감을 어느 정도 좁힐 수 있었다。


그리고 ‘3부 푸르른 날들’은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지금이 되기까지 그 명맥을 유지하기까지의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와 노동자들의 희생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3부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글은 ‘말하기의 어려움、 듣기의 괴로움’이었다。 잠깐 몇 구절을 소개하고자 한다。


듣기(listening)를 통과해 나오지 않은 말을 듣는 일은 괴롭고、 프레임이 빚어내는 말을 듣는 일은 괴롭고、 프레임을 향해서 말을 해야 하는 일은 괴롭고、 말을 해도 들리지 않으리라는 예감은 괴롭고、 전체와 부분에 대한 성찰이 없는 말을 듣는 일은 괴롭습니다。

듣지 않고 나오는 말이 괴롭고、 말을 해도 듣지 않을 거라는 예감도 괴롭고、 전체적인 성찰 없이 나오는 말은 괴롭다는 대목은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말과 글이 이래서 어렵다는 생각을 한 번 더 하게 되었다。 그만큼 많이 보고、 또 보고 글을 써야 하고 말을 해야 보는 이도、 듣는 이도 편하다는 말이 가슴에 칼이 되어 박혔다。 글 쓰는 일은 정말 많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일이라 나처럼 지구력이 약한 사람이 좋은 글을 쓰는 일이 쉽지 않다는 걸 자각하면서 또 한 번 반성하게 되었다。


책리뷰를 쓰면서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하면서 퇴고하고、 통으로 글을 날려 보내기는 이 책이 처음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제까지 읽었던 책과는 너무나 다른 부류의 책에서부터 그 불편함은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주제의 글들이어서 그 생소함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고、그래서 읽는 속도도 더딘데 약속한 기한은 다가오고。。。。 가슴 졸이면서 글을 쓰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또한 앞서 자주 거론한 필체와 필력 또한 매우 남성적이고 반듯하며 딱 떨어지는 느낌의 글이 무척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글 쓰는 공부를 하는 시간도 같이 주어진 느낌이었다。 결코 어려운 글이 아니나 어렵고、 쉬운 표현을 쓰지만 결코 쉽지 않은 글。。。。。 그러나 무척이나 멋스럽고、 중후함이 넘치는 글을 접하게 되어 영광이었고 기뻤다。 글도 그림처럼 많은 노력과 인내、 그리고 집요함이 아니면 결코 예술품으로 태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새삼 체감하는 시간이었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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