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감정이란 없다.

침묵을 배우는 시간(코르넬리아 토프 저) 책 리뷰

by 바다에 지는 별

이 책은 유명한 책 읽어주는 유튜버가 소개해 줘서 읽게 된 책이다. 지금 하는 곳에서 서비스직종에 속하다 보니 많은 말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나의 상황에 필요한 책인 것 같아서 읽게 되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내가 사람들과 대화 나누는 일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스트레스는 없지만 문제는 실무적인 문제에서 직장동료들과 이견이 있거나, 일방적으로 억울한 일을 자주 당하다 보니 그럴 때는 적잖이 당황하는 일을 반복하게 되는 시점이 자주 있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그렇게 마음을 터놓고 지내는 사람들이 없다 보니 거의 속으로 삭이기만 하고, 그러다 보니 억울함은 쌓여만 갔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서 이런 상황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하소연할 수 있는 동료를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었지만 그렇다 해도 억울함이나 당황스러움은 쉽게 희석되지도, 기분이 가벼워지지도 않았다.


오십이 넘은 어른이 되어도 이런 감정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익숙하지 않다는 사실에서 이 책을 접하게 된 것은 매우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주제는 물론 '침묵'이다.

서문에서도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침묵으로 세상과 거리를 두면 역설적이게도 더 세상에 다가갈 수 있다. 침묵은 인간에게 힘을 주는 최고의 원천인 것이다. (6쪽)


침묵이 결국은 세상으로 다시 다가갈 수 있는 힘을 준다는 말이 매우 인상적이게 다가왔다.


그럼 힘을 얻기 전에 우리가 타인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나 당황스럽고 무안한 상황이 왜 생기는지를 알려 주는데 그것은 나를 비난한 그 말에 내가 동조하고, 그렇게 자신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어 말한다.

실로 놀라운 발견이었다. 그 상황과 상대의 말에 내가 매몰되어 있으면서 진정한 나 자신에 대해 스스로를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결국은 이 또한 당황스러움에서 시작된 당연한 결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비난의 말을 듣더라도 나 스스로의 자존감으로 상대의 말에 매몰되지 않기!!! 속으로 이 행동수칙을 외쳐보았다.


1장에서 또 한 가지 인상적인 내용은 바로 TV와 스마트폰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점점 침묵을 지키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관종'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중략)
자기 중심주의가 날로 심화되면서 자연스럽게 타인에게 별 관심이 없어졌다. (72쪽)


다양하고, 많은 방식으로 너무 많이 보고, 너무 많이 듣고는 있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받고 싶어 떠들기는 해도 정작 사람들은 타인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세상은 더 크게 떠들고, 더 많은 말을 해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있는 것일 테고.


그러한 소음 속에서나, 내가 아무리 많은 소통을 한다고 해도 결국 침묵을 배우지 못하면 나 자신을 잃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작가는 경고한다. 그러면 우리는 왜 침묵을 두려워하는가? 그것은 내 마음 깊은 곳에서 편치 않은 생각과, 불편했던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아프고, 도망치고 싶어 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불편한 소리들을 나쁘고, 부정적이게 생각하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한다. 생각이란 것에는 나쁜 것이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을 존중하고 그 감정에 이해심을 보여라. 논리적인 설명으로 감정을 쫓아내려 하지 말고 그 감정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라. (105쪽)

자기 존중은 자신의 욕망을 존중할 때 시작된다. 우리가 하지 않는다면 누가 우리의 욕망을 존중해 줄 것인가? 자신의 욕망을 깨달아라. 그리고 자신에게 기울여라.(106쪽)

욕망을 잃어버리면 자신을 잃는다. 정체성을, 영혼을 잃는다. 그것이 우리가 정적을 피해 도망 다닌 대가다. (107쪽)

정체성의 핵심은 '인지'가 아닌 '정서'다. 우리는 행복을 '느낀'다. 행복은 논리적인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다.(108쪽)

자신의 감정을 판단하지 말고 나 스스로가 또 다른 타인이 되어 그 감정을 읽어주고, 이해해 주라는 내용이다. 내가 나를 알아주고, 나를 읽어주는 건강한 관계가 익숙해진다면 더 이상 타인의 관심에 목말라하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며 다양한 중독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이하 5장부터 8장까지는 타인과 있을 때 말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방법과 적절한 질문과 침묵으로 대화를 유리하게 이끄는 방법,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침묵의 권리를 행사하여 대화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실제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마지막 9장에서는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침묵하지 않는 이유를 심도 깊게 질문한다.

몇 문장들을 소개해 보도록 한다.


우리는 고요를 두려워하고 무시한다. 세계 모든 종교에서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고요를 말이다. 참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245쪽)

스트레스에서 도주하거나 맞서 싸우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함으로써 자신을 한층 평화롭고 활력 넘치게 하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매우 효과적이다. (248쪽)


이렇게 내가 글의 초반에 고민하던 대답을 간단하게 작가는 말해 주었다.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이란 없다는, 글 중간의 내용처럼 어떤 상황에서든 마주하게 되는 감정과 스트레스에 대해서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잠시 침묵하기!!!!


그리고 쉼, 휴식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도 매우 인상 깊어 잠시 소개해 본다.


휴식조차 이렇게 세상의 리듬에 맞추다 보니 쉬어도 도무지 쉰 것 같지가 않다. 휴식이 너무 짧았던 것만 같다. 틀렸다! '길지' 않은 것이 아니라 '깊지' 않았던 것이다.
(중략)
휴식 속에 힘이 있는 것이 아니라 고요한 곳에 힘이 있다. (251쪽)


침묵하면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감정을 마주하면서 스트레스를 날렸다면 그럼 어떻게 쉼을 정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글이다.

여행이나 취미를 하는 것은 좋지만 그 안에 깊은 침묵과 이를 동반한 휴식이 없다면 진정한 휴식과 재충전의 효과를 누릴 수 없다는 말이다. 그만큼 침묵은 쉼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음주가무를 매우 즐겨하는 자신을 들킬까 봐 조금 초조해했었다. 그런데 작가는 여지없이 유흥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다른 사람들은 대기실에 들어오자마자 중독자처럼 잡지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봤다. 사실 정말 중독이 맞다. 유흥에 중독된 것이다. 그래서 다들 충전이 절반밖에 안 된 상태로 이를 악물고 하루를 버틴다.(253-254쪽)

유흥을 즐기고 싶을 때, 이때 특히 교요가 필요하다. 유흥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고요가 필요하다는 증거다.(255쪽)


전적으로 동의할 수는 없으나 일부분 너무 치우치지 않도록 주의해 보기로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소연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설명한다.


그들이 하소연을 하는 이유는 고통을 '참을 수 없어서'가 아니라 '참기 실어서'다. 자신은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자신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그 정도 고통은 충분히 참을 수 있다는 것을, 아무리 극심한 고통도 언젠가는 깨끗하게 사라진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고통에 맞설 수 있다.



라고 용기를 준다. 할 수 있으니까 한번 해보라고 말이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늘 습관적으로 들여다보았던 스마트폰을 이동 중에는 거의 보지 않았고, 사람들과의 쓸데없는 수다도 자제하는 시간을 가져 보았다. 생각보다 많이 불편하거나 심심하지 않았고, 올라오는 감정들에 대해서도 편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연습을 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 마지막 장에서 말해 주듯 우리는 무언가에 의존하고, 중독될 만큼 나약하지 않고, 그 힘이 타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있음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아야 한다. 지금처럼 소란스럽고, 날이 갈수록 외로움과 공허함, 허허로움이 만연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시의적절한 책이지 않을까 싶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