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즐거움(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저) 리뷰 4.
6장 '인간관계와 삶의 질'에서는 주변사람들과의 관계,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의 관계, 성적인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과거의 시대와 지금에서의 관계에 대한 차이와 변화의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그것은 빠르게 변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관계든 지속성이나 결속력은 약할지언정 다양한 관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사귐과 관계에 있어 관계에 대한 의존성에 무게를 실지 않고 적절히 혼자 있는 시간과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재미있는 내용은 내향형과 외향형 인간에 대한 차이와 비교이다. 외향형의 인간이 내향형 인간보다 더 행복하고 명랑하며 스트레스를 덜 받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다고 한다. 그러나 위의 이야기처럼 내향성과 외향성의 균형을 적절히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삶을 제대로 향유하는 길이라고 말한다.
7장에서는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삶의 패턴을 바꿔보라고 조언하고 있다. 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에게 삶의 패턴을 바꾸기에 가장 적합한 곳이 직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작가는 직무에 대한 생각의 패턴을 이렇게 바꾸라고 말한다.
직무 수칙에 규정된 수준 이상으로 생각하고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관심도 자연히 높아지게 마련이며 이러한 관심이야말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값진 자산이다.
변화도 없고 긴장되지도 않는 일을 호기심과 성취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일로 바꾸기 위해서도 마찬가지의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서도 원하는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서는 별도로 정성을 쏟아부어야 한다. 노력하지 않으면 지겨운 일은 계속 지겨운 일로 남게 마련이다. -135쪽에서 발췌-
6장에 이어 가정이든, 직장이든, 인간관계에서든 가볍고 이기적인 관계보다는 좀 더 마음을 쓰고, 각자의 틀을 유지하면서 서로의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대화하는 것이 관계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그로 인해 삶의 패턴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가족과의 대화다운 대화의 부재와 직장 내에서의 경쟁구도로 제대로 된 인간관계가 쉽지 않음을 통감하는 지금의 우리에게 가슴깊이 와닿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정성을 들여라'라는 말은 가슴을 울리게 만든다.
나는 새로 발령받은 곳에서 일한 지 한 달이 되어가고 있다. 경쟁적으로 일하는 직장동료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요즘이었기에 더 와닿은 글이었다. 독서를 하며 나와 같은 상황의 예시로 위로받았고 어차피 8시간 이상을 함께 하는 사람으로 되도록 좋은 쪽으로 내가 좀 더 생각의 패턴을 바꿔보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6장, 7장을 읽으면서 서비스업에 속하는 내 업무에서 과거 5년 전 민원에 대한 상처로 내 일에 대해 넌덜머리를 냈던 시간이 떠올랐다. 사람들의 독설은 내가 생각해 보지도 못한 수위를 훌쩍 넘었고, 나는 그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했다. 찌르면 찔리고,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나 또한 독기 서린 마음이 가득했고, 직장은 진정 지옥이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아팠고, 다시 회복되었고, 나는 변했다.
이후 내가 보이는 상냥한 말투와 인사에 대부분의 민원들은 감사의 인사를 했고, 희미한 미소도 보여 주었다. 그러한 경험이 쌓이면서 나는 완전히 변했다. 내가 변하고, 내가 먼저 배려하니 상황이 바뀌는 것을 체득하게 된 것이다.
아프기 전의 그 일을 지금 다시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악의 없음을 믿고, 그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려 정성을 들이는 일이 즐겁고 행복하다. 지금은 실수해도 방어하기보다 공손하게 사과드리고, 유머러스하게 상황을 부드럽게 만드는 여유까지 부린다. 직장에서 들이는 정성은 지옥이 아닌 편안한 상황으로 스트레스가 훨씬 줄어드는 시간으로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것이다.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작가가 다뤘지만 다들 만만치 않다는 생각에 공감할 것이다. 원래도 쉽지 않은 것을 기본값으로 했는데 휴대폰과 컴퓨터 게임이 복병으로 등장해 관계의 어려움은 더해졌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정성을 들이고, 책임을 지는 일이 한 사람에게 편중되는 것이 아닌, 가족 모두가 각자의 역할을 잘해 내고 각자 정성을 기울여야만 가정의 틀을 유지할 수 있다는 말도 마음에 와닿았다. 그러나 싱글맘, 싱글데디가 많은 지금의 현실에서는 많은 부분 이상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지금은 내 아이들도 많이 컸지만 싱글맘인 나도 아이들을 키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늘 파김치가 되어 퇴근해서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배고프다고 채근하는 아이들의 밥을 부랴부랴 챙겨주고 집안일을 하고 씻고 앉으면 항상 11시가 넘었었다. 많지 않은 좋은 기억 중 하나는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이 쓴 동시를 엮어서 만든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을 셋이서 누워 같이 깔깔거리며 읽었던 시간들이었다. 남자아이 막내를 키울 때의 막막함도 생각이 나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책을 보는 내내 스쳐 지나갔다.
얼마나 많은 가정이 각자의 역할을 다 해내지 못하고 아슬아슬하게 임시방편으로 허둥지둥 살아가고 있는지 모른다. 책에서 작가가 말하는 이상적인 가정으로 얼마나 많은 가정이 살아가는지 이또한 알 수 없지만 나처럼 그 반대편으로 살아내는 사람들이 생각이 나서 강한 동지애가 느껴졌다고나 할까?
책은 책일 뿐이다. 안 되는 건 그냥 어떻게라도 살아내는 것이 삶이니까. 이 또한 작가가 말하는 몰입이지 않을까? 어떻게든 직장을, 가정을 지켜내야만 한다는 위기감으로 초집중하는 몰입!!! 그것은 어떤 결과를 낼지 알 수는 없어도 짠내 나는 전쟁과도 같은 몰입의 시간임에 틀림이 없다.
되는대로 열심히 살아내고, 그 어떤 곳에도 허투루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 없이 초몰입해서 살아낸 시간이 생각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