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 결과들
심사숙고형 사람들은 대체로 선택할 때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한다. 그리고 최적의 방법을 찾아서 그대로 해 나간다. 따라서 이들의 선택은 정보수집의 과정을 필요로 하며, 대안을 검토하는 시간을 요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유부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람들은 회사 생활에서 어떠한 일을 하기 위한 능력치를 기르는 과정도 사고의 과정과 비슷하다. 즉, 일등 요소 (가장 잘 할수 있는 것)을 찾고 파괴력이 있도록 갈고닦기보다는 직무가 요하는 이런 것과 저런 것을 채워나간다. 그러다 보면 이 사람은 이것 저것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
이것 저것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쓸모가 많다. 이것 저것이 필요할 때 돌려쓸 수 있기 때문이다. 겁도 없이 이것 저것을 해 낸 사람은 또다시 이것 저것을 부탁받고 처리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가득 찬 능력치에 근접한 선수가 되거나 끝내 면적을 넓혀 내는 데 성공하지 못하면 뻗고 만다.
뻗는 증상을 흔히 번아웃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심사숙고형 사람들이 책임감까지 강하면 그 하위 책임감 (나와의 약속, 직무와 직책에 기대되는 역할, 사회인으로의 약속 등등)을 고려하느라 더 쉽게 뻗는다고 생각한다. 심사숙고형 사람은 이것 저것 잘 하는 사람이 되기 좋지만 동시에 뻗기 좋다.
그런데 세상만사 생태계 아니겠는가. 생태계에는 다양한 종의 사람이 있다. 심사숙고형 사람이 뻗어가며 능력치의 면적을 넓혀가는 동안, 파괴적인 효율가가 나타난다. 소위 몰빵 스탯을 떠올릴 수 있다. 특유의 이것 저것 다 함으로 생태계 교란종이 될 뻔 했던 거의 가득찬 오각형 사람들은 원툴이 나타나면 멘붕에 빠진다. 이사람들은 심플하다. 자기 잘 하는 일을 찾아서 자리를 채운다.
최근에 있었던 일의 확장판인데, 능력치도, 의사결정도 이와 같은 속성을 지닌다고 생각한다. 이것저것을 만족시키는 선택지는 거꾸로 '뭐 하나도 만족스럽지 못한' 선택이 될 확률이 높으며, '파괴적인 원툴'은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는 잘 했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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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가 다 박수필 얘기다. 박수필은 스스로를 꽤 오랫동안 이것 저것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규정해 왔다. 그래서인지 자주 뻗었고 열받는 일도 많았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 중 하나는 "The most"에 대한 질문이었다. 가령 무엇이 가장 당신이 잘 하는 일입니까? 와 같은. 그러면 뭐 하나 대답을 시원하게 하기 어려웠다.
회사생활을 할 수록, 점점 면적 넓히기 싸움보다는, 승부가 명확한 가위 바위 보 싸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면적을 넓히는 데 자주 뻗어봐서인지, 이제는 "The most"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