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에게 배운 취향, 향수
며칠 동안 비가 내렸다. 잠깐 마르는가 싶었지만 또다시 비. 그래서인가, 집에서 꿉꿉한 냄새가 난다. 범인을 아직 찾지 못했다. 밤에 세탁한 수건을 말리려는데 습해서 잘 마르지 않는다. 냄새가 날까 싶어 탈취제를 칙칙. 출퇴근하는데도 바깥 온도차 때문인지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린다. 불쾌지수 높아지는 시기, 그러던 중 내 앞을 지나가는 사람에게서 상큼한 과일 향이 난다.
어렸을 때부터 향에 민감해 짙은 향을 뿜어내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향수에 대한 관심도 늦게 시작되었다. 늦게 시작되었던 만큼 손이 잘 가지 않는 버릇이 있어 집에 있는 향수는 딱 내 취향에 맞는 것들로만 갖고 있게 되었다. 이런 꿉꿉한 날에 어울리는 향수를 뿌려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날.
내가 향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대 후반이었다. 회사에 입사했을 때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본인의 스타일을 뽐내며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옷차림부터 메이크업, 업무 스타일까지. 그러다 보니 나 역시 회사에 다니며 주위 사람들 취향에서 내가 닮고 싶은 부분을 하나씩 배워가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향수였다. 잘 모르던 분야지만 누군가 뿌리는 향을 동경하면서 향에 민감한 내가 데일리로 곁에 지닐 수 있는 향들을 고르게 되었고, 화장대에 꼭 지니고 싶은 것들만 챙기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수는 손이 잘 가지 않는 아이템이 되었다. 내가 갖고 있는 향들이 강렬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좋아서 갖게 된 아이템이 아니라 누군가를 동경해서 만들게 된 아이템이라 그런지 뿌리는 습관이 되어있지 않은 것이겠지.
출근할 때마다 누군가의 향이 느껴질 때 아참, 하고 생각나는 나의 향수. 내일은 집을 나서기 전에 나의 향을 꼭 뿌리고 나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