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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Aug 02. 2020

향수에 대한 나의 자세

다른 사람에게 배운 취향, 향수

 며칠 동안 비가 내렸다. 잠깐 마르는가 싶었지만 또다시 비. 그래서인가, 집에서 꿉꿉한 냄새가 난다. 범인을 아직 찾지 못했다. 밤에 세탁한 수건을 말리려는데 습해서 잘 마르지 않는다. 냄새가 날까 싶어 탈취제를 칙칙. 출퇴근하는데도 바깥 온도차 때문인지 사람들이 땀을 뻘뻘 흘린다. 불쾌지수 높아지는 시기, 그러던 중 내 앞을 지나가는 사람에게서 상큼한 과일 향이 난다.


 어렸을 때부터 향에 민감해 짙은 향을 뿜어내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향수에 대한 관심도 늦게 시작되었다. 늦게 시작되었던 만큼 손이 잘 가지 않는 버릇이 있어 집에 있는 향수는 딱 내 취향에 맞는 것들로만 갖고 있게 되었다. 이런 꿉꿉한 날에 어울리는 향수를 뿌려볼까 하는 생각이 드는 날.


 내가 향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대 후반이었다. 회사에 입사했을 때 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본인의 스타일을 뽐내며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옷차림부터 메이크업, 업무 스타일까지. 그러다 보니 나 역시 회사에 다니며 주위 사람들 취향에서 내가 닮고 싶은 부분을 하나씩 배워가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향수였다. 잘 모르던 분야지만 누군가 뿌리는 향을 동경하면서 향에 민감한 내가 데일리로 곁에 지닐 수 있는 향들을 고르게 되었고, 화장대에 꼭 지니고 싶은 것들만 챙기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수는 손이 잘 가지 않는 아이템이 되었다. 내가 갖고 있는 향들이 강렬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좋아서 갖게 된 아이템이 아니라 누군가를 동경해서 만들게 된 아이템이라 그런지 뿌리는 습관이 되어있지 않은 것이겠지.


 출근할 때마다 누군가의 향이 느껴질 때 아참, 하고 생각나는 나의 향수. 내일은 집을 나서기 전에 나의 향을 꼭 뿌리고 나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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