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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Aug 23. 2020

우리 엄마의 취미생활

당근마켓하세요?

 오늘도 돈 벌었어!

 우리 엄마는 요즘 당근마켓에 빠져있다. 매일 무언갈 팔았다고 얘기하는 걸 보고 친정 집에 온갖 짐을 다 팔아버리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친정 집은 아직 맥시멀 리스트의 삶을 실천 중이었다.  걱정이 무색할 만큼.

 

 우리 엄마는 삶의 활력소 하나에 꽂히면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는 한 목숨 걸고 끝장 보는 스타일이다. 어쩌면 내 실행력은 엄마를 닮았다고 할 수 있지. 당근마켓에 팔기 위해 팔 아프게 그릇을 삶고 열심히 사진을 찍고 정직하게 상품을 설명하며 열심히 거래하는 모습을 보며 오랜만에 활기찬 엄마를 볼 수 있어 기분이 좋다.


 그런 엄마와 나도 거래를 해보았다. 엄마는 그릇과 도지기 모으는 취미가 있는데 요새 꼭 갖고 싶은 그릇만 남기고 잘 쓰지 않는 장식품은 웬만하면 판매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계시는 것. 엄마의 당근 계정을 보여달라고 해서 판매 중인 물품을 훑어보다 평소 갖고 싶던 폴란드 느낌의 커피잔 세트를 발견했다.

- 엄마 나 이거! 내가 살게!


 그리고 나는 당연하게 입금을 하고 꼼꼼히 포장해준 커피잔을 들고 집에 왔는데 엄마는 내가 입금한 줄 몰랐던 모양. 며칠 뒤 다급하게 나를 찾았다.

- 아니 진짜 입금하면 어떡해! 얘가 정말.

 사실 딸이니까 그냥 갖고 올 수 있었을 수도 있는데 엄마의 활기찬 모습에 다만 몇 푼이라도 힘이 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어쩌면 당근마켓은 엄마에게 돈을 벌었다는 표현보다 엄마의 취미이자 삶의 이유를 찾게 해 준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내심 고맙다.


 사실 당근마켓으로 돈을 번다는 의미보단 안 쓸 물건은 안 사는 게 돈을 버는 것이지만, 이미 내가 갖고 있으며 쓰지 않으면 0원인데 누군가 필요한 사람에게 적당한 가격으로 판매한다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아니겠는가. 나도 엄마를 쫓아 집에 안 쓰던 물건을 하나씩 당근마켓에 올려보았다. 그런 나를 보더니 엄마의 카톡이 왔다.

- 사진 다시 찍어서 하나씩 올려봐.

왼. 그전에 올린 사진 / 오른 새로 찍은 사진

 신기하게도 엄마 말대로 사진을 다시 찍어 올리니 그 자리에서 절반 넘게 팔렸다. 역시 덕후의 힘이란.(?) 이렇게 엄마가 다시 활발하게 무언가에 몰두하는 모습에 힘을 보태고 싶어지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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