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고 싶은 책을 만나다.
이번 여름, 나도 내 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호기롭게 온라인 클래스를 결제했다. 그리고 그 다짐이 무색해질 만큼 금방 흥미를 잃었다. 아마도 써둔 글은 많은데 하나로 묶을 방법을 찾지 못한 이후부터인듯하다. 그리고 클래스 내용을 들을수록 나는 너무 평범한 사람이라 책에 대한 방향성과 나라는 사람에 대해 마인드맵을 그려도 그려도 책을 만들 용기가 나지 않았다.
평생 책 하나 만드는 것이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 그러던 중 친한 친구가 책을 만들었고, 나는 그 책을 만든 친구가 부러웠다. 본인의 여행 이야기를 담은 책도 부러웠고, 10년 동안 모은 메모를 담은 책도 부러웠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합심해서 만든 책도 부러웠다. 나도 내 이야기를 책으로 발행해서 갖고 싶었다. 남들이 읽어주면 좋겠지만 내 이름이 적힌 책 한 권을 내가 좋아하는 책들과 함께 내 책장에 담고 싶었다. 그러나 클래스를 들을수록 그 꿈은 점점 희미해졌고 결국 클래스를 듣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그리고 자연스레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도 조금 뜸해졌다.
그러던 중, 애독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사실 나는 그분을 알지만 그분은 나를 기억하지 못하시겠지만) 흥미를 돋우는 책을 발견하고 오랜만에 용기를 내, 책 쇼핑에 나섰다. 그리고 택배를 뜯자마자 나는 이 책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손에 착 붙는 크기와 읽어 내려갈 때 작가의 마음이 와 닿는 문체. 오랜만에 아껴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 <아무튼, 여름>.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 김신회
찾아보니 <아무튼, OO>이라는 내용으로 시리즈가 출간되는 듯하다. 굉장히 다양한 주제로 글이 출간되었다. 그중 <아무튼, 여름>은 여름을 좋아하는 김신회 작가의 이야기. 여름이라는 주제 안에서 본인의 기억 속 여름과 연관 지을 아이템과 본인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냈다. 매번 그렇지만 좋고 싫음이 확실한 작가의 이야기는 읽을수록 꽤 매력적이다. 감정을 꽤 잘 그려냈는걸. 이런 책을 읽으면 아껴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 다시 나도 내 책!이라는 욕심이 불쑥 솟아난다. 김신회 작가님의 1프로만이라도 내 문체가 솔직하면 좋겠는데.
여름이라는 계절이 가기 전에 이 책을 만나 참 다행이다. 이번 여름은 장마가 아주 길었으니까, 어쩌면 작가님이 좋아하는 여름이 아직 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부디 작가님이 이번 여름만큼은 계획했던 위시리스트의 반이라도 해내고 여름에 대한 설렘을 갖고 조금만 아쉬워하며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좋아하는 찰나의 가을이 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