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심
혹시 내가 말실수를 한 건 아닐까.
요즘 내가 제일 많이 고민하는 것. 내가 한 말 한마디로 누군가에게 상처주진 않았을까, 혹시 그 말 한마디로 누군가에게 내가 비호감이 되진 않을까 하는 불안감.
나는 요새 눈치를 본다. 회사에서 맡은 업무가 다양해지면서 하나에 집중하기 어렵고, 지금까지 계속 해오던 업무를 하나씩 빠트리기도 했다. 인간관계에서는 가까운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여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했다거나 그 사람들에게 집중하지 못해 소홀하게 대했다는 생각이 들까 겁난다.
어렸을 때부터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이 컸던 건지, 아님 가족들에게 사랑받는 것이 익숙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렇게 하면 사랑받을 수 있겠지?’라는 순진한 생각을 가졌던 건지. 상대방의 입장에선 내가 하는 행동이 모두 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걸 많은 사건을 겪으며 매번 깨달으면서도 가끔 이런 시기가 온다. 이런 마음이 들 때마다 모두에게 사랑받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지만 이번만큼은 쉽지 않다.
이런 나를 보고 멀리까진 못가도 기분 전환하자며 신랑이 여행을 제안했다. 요즘 시기에 여행은 사치 아닌가 싶다가도 잠시라도 머리를 식히면 좀 나아질까 하는 기분으로 신랑 손을 잡고 비행기에 올랐다. 이상하다. 비행기만 탔는데 왜 생각이 정리되는 걸까.
30대 초반, 이제 중반으로 접어들기 시작할 거고, 결혼을 하면서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세상 물정을 깨닫기 시작했다. 친구는 아이를 낳아보니 어른들 말씀이 틀린 게 하나도 없더란다. 내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이 늘어날수록 삶의 반경이 달라진다.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들과의 대화 주제가 생기다 보니 “요즘 유행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달라질 수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잃지 말아야 하는데 어느새 나는 남의 눈치에 맞춰 나를 잃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
‘인생 선배들이 얘기한 그 순간이 오고 있는 건가.’하는 불안에 휩싸인다.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된 것 같은데 이미 익숙해진 건 아닌지 걱정된다. 게다가 내가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부터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소홀하게 되는 것까지 사서 걱정하는 중.
온전히 나만 생각했으면 좋겠는데, 아니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들 몇몇만이라도 생각했으면 좋겠는데 난 또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은 사람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어차피 못 받을 모두의 사랑, 갈구하면 뭐가 달라지나.
아무래도 요새 정신이 없었던 게 분명하다. 아니면 일을 너무 많이 벌렸거나. 잡생각 다 떨쳐버리고 다시 나를 사랑해주는 시간을 가져야지. 트렌드야 열심히 따라가면 되는 거지 뭐. 비행기 안에서 짧은 여행이 끝나면 다시 나다운 나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