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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Oct 04. 2020

불만쟁이의 속마음

정말 내가 잘못인 걸까.

 아 정말 가기 싫다.


 아침마다 회사 가기 싫다는 말을 열 번 넘게 하며 출근 준비를 한다. 요즘 같으면 나는 뾰족뾰족한 가시가 나있는 선인장 같다. 그리고 그 안엔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본모습을 감추고 있다.

 새로운 업무 분장이 시작되었다. 원래도 그랬지만 원하지 않은 업무를 받고 그동안 고생했던 업무는 다 해놓은 것 그대로 인수인계했다. ‘힘들었던 업무를 넘겨서 다행이다.’라는 마음보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결국 또 다른 고생으로 넘어가는구나.’ 하는 불만이 새롭게 자리 잡았다. 뭐든지 불만이 가득한 나는 아마도 불안한가 보다.

 게다가 혹시 내가 늪에 빠져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회사에서 어울리지 못하고 여기저기 눈치만 보는 중이다. ‘오늘 점심시간에 했던 내 말이 혹시 너무 잘난 체한 건 아닐까.’ , ‘누군가는 이걸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루에도 수백 번도 더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말을 줄여보기로 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혼자 고립되는 기분이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없어 자꾸만 구덩이로 떨어진다.

 그렇게 매일 나 자신을 자꾸만 어딘가에 감추고 숨기는 것을 반복하는 느낌이 든다. 직무는 직무대로 뒤죽박죽이 되었고 (애초에 커리어를 세워주는 곳이 아니다. 특히 우리 팀은 더더욱.) 사람 관계에서도 비판적이고 자격지심을 느끼고 눈치를 보는 것이 일상이 되어간다.

 요새 나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단추를 끼운 걸까. 새로운 것이 필요한 시기인 걸까.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지는 2020년 9월이 끝났고, 이제 올해 달력은 세 장 밖에 안 남았는데 올해 하나뿐인 목표 책 만들기는 아직도 미궁 속에 있다.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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