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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Jun 23. 2018

국내에서 즐기는 힐링 여행 그 자체, 무주 서림연가

생각치도 못한 자연 속 선물 같은 여행

그러고보니 퇴사 후 여행 가야지, 하면서 두 달동안 한 번도 여행을 떠난 적이 없었다. 집에서 쉬나 여행에서 살아보나 거기서 거기다 싶어 포기했던 그 때,조용한 곳에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국내 펜션 중 내 취향 저격하는 곳을 찾아 헤매다가 평생 가본 적도 없는 전라북도 무주에 있는 <서림연가>라는 프라이빗 펜션을 발견했다.


그렇게 무주에 있는 펜션으로 여행을 가겠다며 (나혼자) 결정한 뒤 같이 갈 친구를 찾고 있던 중, 5년 전에 같이 춘천을 갔던 친구와 아주 오랜만에 시간이 맞아 오케이! 하고 예약까지 마무리.

우리 여행 테마는 EAT TALK REST. 생각해보니 서림연가가 아니었다면 이런 힐링 여행 불가능이었다 싶다. 진짜 무주펜션이 만들어준 최고의 힐링 타임.


근데 무주까지 어떻게 가지?

운전해서 갈까? 하고 친구에게 물어보니 내가 너무 피곤할 거 같단다. 하긴, 네이버 지도로 찾아보니 최단이 2시간 반, 쉬엄쉬엄 간다고 쳐도 초행길이니 넉넉히 3시간 반은 걸릴 것 같다.

그럼 어떻게 가지? 하고 찾아보니 시외 버스 아니면 기차+시외버스 라는 루트가 있었다. 친구의 엄청난 서치력으로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구천동정류장까지 버스를 찾았다. 대신 이 버스는 하루에 딱 한 번, 아침 7시 40분에 출발하기 때문에 2년만에 만나는 우리는 이른 오전 눈 뜨자마자 만났다.


드디어 남부터미널 11번 승강장에서 버스를 타고 무주로 출발. 정말 오랜만에 만나 대화가 끊이지 않았는데 친구는 내가 졸려보였는지 1박 2일동안 나만 보면 자라고 했다. 왜 자꾸 재우는 거야ㅋㅋㅋㅋ


가는 길에 들른 휴게소에서는 요새 핫하다는 소떡소떡도 사먹었다. 사실 핫도그랑 고민했지만 소떡소떡 진짜 탁월한 선택이었다.




무주를 처음 가는건지 사실 잘 모르겠다. 대전이 외가라 친척들과 함께 계곡 물놀이 하러 갈 때 가본 거 같기도 하면서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무주 터미널에서도 40분 동안 산을 올라가는 버스, 중간 중간 다른 손님들이 내리는 걸 보며 초행길인 우리는 어디서 내리면 돼..? 하며 두리번 거리기.


결국 기사 아저씨께 물어보고 종점인 황량한 구천동 버스 정류장(=주차장)에 내려 하나로마트까지 걸어간 우리. 5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가 함께하는 여행은 언제나 시트콤이다.


서림연가를 처음 마주했을 때는 외부인에게 방해를 받지 않고 조용하게 쉴 수 있는 곳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지내는 내내 방해받을 일도 없었을 뿐더러 숲 속에서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를 곁에 두고 우리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이 곳의 조경 중 하나였던 인공 내천과 그 곳에 살고 있던 작은 물고기들. 잘 꾸며진 돌계단을 건너가면 비로소 서림연가에 들어왔다는 느낌이 든다.


들어오면서 감탄했던 건 각 방으로 들어가는 문이 보이지 않게 다 숨겨져 있다는 것. 그 동안 갔던 독채 펜션들은 말만 독채지 옆 방의 소리가 그대로 들린다거나 비슷한 인테리어로 내 방이 어디였는지 헷갈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서림연가는 각 방마다 출입구가 이렇게 숨겨져 있는게 내 마음에 쏙 들었다. 다른 사람이 잘못해서 내 방에 들어올 일도 없는 건 물론이고 옆 방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들릴 일도 없다. 말 그대로 <프라이빗> 펜션.


사장님이 내어준 웰컴 드링크 아이스 아메리카노. 서림연가의 분위기 때문인지 더 맛있는 느낌. 사장님이 요리 전공을 하셨다는데 그래서인가, 커피 한 잔도 맛있다.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신기했던 공간. 홀로 놓여진 빨간 의자도 너무 좋았지만, 우리는 저 앞 캠핑의자에 하염없이 앉아 하늘을 바라봤다. 서울에선 미세먼지로 이런 하늘을 본 적이 언제였지, 싶은데 무주에서 만난 푸르른 하늘. 이런 날씨라면 여기 앉아서 한숨 잘 수도 있을 것 같았지.


다만 이렇게 맑은 날씨에 밤에 후두둑 비가 쏟아질 줄은 우리 모두 예상치 못했지만 말이야.


그리고 이렇게 사각으로 천장을 뚫어둔 게 하늘을 액자 삼는 느낌이 들어서 또 마음에 들었고. 생각해보니 서림연가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 공간 자체에 반한 것 같다. 이런 공간을 좋아할 사람들이 또 누가 있을까 고민하며 같이 가자고 영업하기도 했고.


사실 친구랑 일정 논의하고 예약을 마치고 나서야 무주산골영화제를 한다는 걸 알았다. 우리가 오고 나서 2일 뒤 개막이었는데 막상 무주 가서 팜플렛 보니까 좋은 영화도 많고 행사도 아주 괜찮은 거다.


당인리책발전소랑 콜라보도 하고, 영화관 개봉 당시 놓쳤던 플로리다 프로젝트도 상영하고. 가보고 싶다, 생각이 백만번 들었지만 우리 일정과 맞지 않아 아쉽게도 이번엔 패스.




이제 우리 방으로 들어갈 시간! 우리가 체크인 시간도 안보고 일찍 들이닥쳐서 사장님 청소하시는 동안 바깥에서 어슬렁 어슬렁 신경쓰이게 했더랬지. 다행히 사장님이 봐주셔서 (?) 조금 이른 시간에 체크인하고 우리 방으로 들어갔다.


들어서는 순간, 친구가 우와- 감탄을 하기에 뭔데? 했는데 나도 우와! 침대 위에 조그맣게 난 창문도, 침대 양쪽으로 보이는 우리만의 작은 마당까지.


이미 인스타그램에서 한 번 보고 예약한 건데도 막상 마주하고 나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하는 느낌 물씬!


욕실 들어가서도 감탄 연발이었는데 나는 이 가운이 서림연가랑 너무 잘 어울려가지고 사장님 진짜 센스 넘친다고 생각했다.


근데 알고보니 내 친구 가운이였네...? 분명 아침부터 친구가 입고 있었는데 나 진짜 관찰력 없는 건 정말 알아줘야한다.


그리고 저녁엔 이 욕조에서 힐링 타임을 보냈는데 입욕제를 못 챙긴 게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지. 집에 욕조를 없애고 나니 이렇게 놀러갈 때마다 욕조만 보이면 신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걸!


방에 들어오니 친구가 주섬주섬 꺼내는 다양한 요리 재료들. 사실 떠나기 전에 점심식사를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했다. 둘다 완전 초행길이라 그 근처에 음식점이 있나, 하고 알아보다가 친구가 하와이안 음식이라는 “포케”를 만들어 먹자고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사실 여행 가면 집에선 안 하는 요리도 한 번 해보고 싶고 살아보고도 싶은 법.


친구가 알차게 장도 봐오고 소스도 만들어와준 덕에 나도 옆에서 같이 만들어서 우리만의 포케 완성! 친구에게 먹어본 소감을 물어봤는데 파는 거랑 다른 맛이라고 해서 웃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나는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는데 생각보다 재료들이 잘 어울렸다. 잘 먹었습니다!


점심을 해결하고 나니 본격 멍때리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우리가 일찍 체크인한 덕에 마당에 나가 햇볕을 맞으며 다른 손님들도 구경하고, 사장님네 꼬마 아이와 다른 아이들이 노는 것도 구경했다.


서림연가는 마당에 작은 시내를 두 개 만들어 두어 아이들이 첨벙 첨벙하며 물고기를 찾는 것이 아주 귀여웠는데, 사실 서림연가 뒷 편에는 그 유명한 무주 구천동 계곡 중 작은 줄기가 흐르고 있다. 그 쪽으로 가는 길이 조금 위험해보이긴 하지만, 동네 주민분들 말씀으론 그 곳 평상에 누워 그들만의 휴식시간을 즐기시는 듯했다. 우리도 보면서 가족끼리 와서 발장구 칠 수 있는 물놀이 정도는 좋겠다 라며 다음에 꼭 다시 와야겠다는 말 반복.


처음 왔지만 마을이 작다보니 이미 스캔이 끝난 우리는 근처 마실이나 나가자며 총총 거리며 밖으로 나가보았다. 근처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오면서 또 다른 우리만의 여행을 만들었다. 사장님이 보시기엔 이렇게 어슬렁거리는 우리가 엄청 따분해 보였던 것 같다. 사실 그 자체로 우리에겐 힐링이었는데.


저녁 식사로 바베큐 하는 중에 비가 후두둑 쏟아지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지만, 그 뒤엔 방에서 우리끼리 빗소리부터 계곡 물흐르는 소리까지 자연 속에서 말 그대로 힐링을 즐겼던 시간.

이제 시간이 많아 긴 여행을 생각하다 오히려 그런 여행이 생각할 것이 많아 주저했다. 그런 와중에 우연찮게 우리나라에서도 가보지 않은 무주, 그 자연 속에서 우리만의 추억을 만들며 선물을 받은 기분! 친구에겐 바쁜 일상 중 만나게 된 뜻밖의 힐링, 나는 서울에서 벗어나 만난 뜻밖의 힐링 모먼트였다

사실 무주에 다른 놀이거리가 어떤 게 있는지 잘 모르지만 정말 가족만을 위한 시간을 즐기기에도 딱 좋고, 6월 무주 산골 영화제, 9월 무주 반딧불 축제 등 다양한 지역 축제를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 모습 그대로 그 곳에 머물러줬음 좋겠는 공간,

또 만나요- 서림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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