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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Aug 14. 2018

제발, 무슨 말이라도 좀 해!

어려운 인간관계


메신저 창에 가득한 나의 메세지, 그에 비해 아무 대답 없는 상대방. 나는 이 상황이 두렵다. 오죽하면 영화든 드라마든 사람이 고백했을 때 상대방이 묵묵부답일 경우, 말을 꺼낸 사람은 발을 동동 구른다.


제발, 무슨 말이라도 좀 해!


이 세상 사람 모두에게 사랑 받을 수 없다는 걸 이미 오래 전에 깨달았음에도 모두에게 착한 사람이고 싶은 사람. 그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두려워져서 나도 모르게 말이 많아지는 사람. 흘려보내도 될 사람임에도 여전히 미움은 받기 싫어서 어떻게든 관계를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게 나다.


어렸을 때는 이런 성격이 사람들에게 눈엣가시였나보다. 지금도 누군가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성격일테고. 그래도 이 정도면 엄청 많이 좋아졌다는 걸 느낀다. 굳이 이 사람에게 내가 이만큼의 감정을 소비해야하나? 하는 마음에 손을 놔버리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만큼 노력했지만 당신은 내 마음 속에서 스트라이크 세 번을 당했고 이미 아웃당해야 마땅할 사람이면 잘가, 라는 인사도 없이 내 인생에서 안녕. 하지만 가끔은 그런 사람이 생겨도 어쩔 수 없이 꾹꾹 눌러 담아야 할 때가 생긴다. 어쩌면 당신과 내가 원하지 않더라도 계속 마주쳐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어쩌면 지금의 내 상황도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같은 방향성을 갖지만 나와 맞지 않아서 연을 끊고 싶은데도 그럴 수 없는 것. 결국 계속 안고 가야하는 인간관계. 사회생활이라는 게 이런건가, 하는 그런 느낌.


그리고 종종 절대 그러려는 의도는 아니었는데 누군가에게 오해를 받거나 내가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정중하게 사과를 하는 편이지만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을 수 없듯이 사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진 않는다. (글도 마찬가지지만) 내가 한 줄도 몰랐던 말이 누군가에겐 상처일 수 있고, 나도 모르게 미루다 뒤늦게 찾았을 땐 그것마저도 누군가에겐 너무나 상처가 되어 아무리 사과를 한들 나는 이미 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힌 가해자가 되어있을 뿐이다.


그래도 나이먹으면 괜찮아지겠지, 라고 속편하게 생각했었는데 더 웃긴 건 나이 먹어도 똑같이 어려운 게 인간관계고, 어쩌면 더 복잡해지는 것 같다. 이렇게 인간관계에서 사소한 것 하나에도 걱정하는 내가 과연 커뮤니케이션에 어떤 재능이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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