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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Jun 14. 2019

저도 저를 잘 모르겠어요

그렇게 제목을 정하지 못했다.

제목은 뭘로 할까?

9월에 퍼블리셔스 테이블이 열린다는 이야기를 전하며 그때 내 책도 같이 팔았으면 한다는 친구. 뜻밖의 제안에 얼떨떨한데 퇴근길이라 그런가. 생각보다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 그러고 보니 브런치 제목도 겨우겨우 써서 올리는데 책 제목이라니, 그런 건 생각해본 적 없는데!

매거진 제목을 정할 땐 어떻게 정했더라, 보통 글을 쓸 때 제목을 왜 적어야 하더라,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지만 여전히 괜찮은 제목은 떠오르지 않았다. 이렇게 중구난방의 글을 한 곳에 모으는 것도 쉽지 않았다. 사실 지금 써 내려가는 이 글도 편집하다 보면 어떤 주제에 담을지 다시 한번 고민하겠지. 꼭 제목이 필요한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러면 진짜 이상하잖아. 제목 없는 책이라는 멋진 이름은 이미 누군가 쓰고 있다. 그래도 이쯤 되면 모두가 글을 쓸 때 제목 때문에 고민한다는 건 알 수 있겠군.


결국 친구에게는 제목을 보내지 못했다. “제목까진 아니어도 괜찮아. 책을 소개할 만한 문구가 있을까?”라는 말에도 한참 고민하다가 내 브런치 소개글을 보냈다.

내가 쓰고 내가 제일 많이 읽는
보통의 이야기

이쯤 되면 내가 내 글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겠다. 누군가에게 “너의 이야길 적었어.”라고 링크를 보내는 건 사실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하다. 그 친구가 내 글을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지 싶어서. 별론데 그냥 나라서 재밌다고 하면 어떡하지? 하면서도 왜인지 글에 담긴 내 감정을 공유하고 싶어서 창피하지만 보내버리곤 한다. 그래서 내 블로그나 브런치를 정기적으로 읽는 친구들이 생겼다. 고마운 사람들.

아 그래서 내 책 제목은 어떻게 됐냐고? 시장 조사 겸 갔던 독립출판서점에서도 딱히 답을 찾지 못했다. 다들 어쩜 그런 예쁘고 잘 어울리는 제목들을 찾은 거지. 나는 함부로 명함도 못 내밀겠는 걸. 이렇게 책을 제안한 친구를 만나는 날까지도 나는 제목을 정하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괜찮아, 왠지 친구를 만나서 얘기할 때 제목이 떠오를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드니까. 그리고 사실 뭐 어때. 뭐든 나만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온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찬 걸. 이미 재밌겠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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