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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Jun 14. 2019

오늘 너의 일상은 어땠어?

너의 첫 번째 퇴사하고 싶다는 말

우리 둘 다 같은 마음이면 어떡해.

회사원이 다 그렇지 뭐. 구멍가게 같은 회사 안에서도 “카더라”만 돌면 “퇴사하고 싶다.”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곤 하잖아. 그렇지만 너의 입에서 나온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은 처음 듣는 말이라 생소한 게 사실이야. 우리가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너는 나에게 긍정의 아이콘이었거든. 지금까지 한 번도 퇴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던 네가 오늘 처음으로 얘기했다. 퇴사하고 싶다.

요새 너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을 하고, 나와 통화하는 내내 한숨을 푹푹 내쉬곤 했다. 너의 일상이 통째로 흔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지. 처음엔 너의 발령이 좋은 소식일 거라 생각했는데 몇 시간이 지나고 하루가 지나고 시간이 지날수록 왜인지 우리에게 이 소식은 재앙처럼 느껴졌다. 5년 만에 새로운 곳, 새로운 업무, 당연히 힘들 만도 하지,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이직했을 때 그 막막함이 떠오르며 ‘아 이거 쉽지 않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이직했을 때 나는 아무런 업무도 받지 못했다. 게다가 포지션도 생소한 서비스 운영. 실무자 면접 때 더 물어볼 거 없냐는 질문에 오죽하면 대체 이걸 왜 하시는 거예요?라고 물어봤다. 그래서 뽑혔다는데 그때 하필 왜 나를 뽑으셨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이전에 하던 포지션도 아니고 개발팀이랑 커뮤니케이션이라니, 난생처음 들어보는 단어들로 혼돈의 카오스를 맛보는 일이 잦아졌다. 다행히도 대외활동에서 만난 개발자 친구들을 통해 이것저것 귀동냥했던 게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러면 뭐해. 이직하며 갖고 온 나의 커리어와 그 기간은 하나도 쓸모가 없는 걸.


그때 마주한 막막함은 사실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웠다. 첫 직장은 내가 선택하지 않았지만 이 직장은 내가 선택했으니까. 뭣보다 이직하고 거기서는 무슨 일 하냐는 말에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하는 게 너무 싫었다. 그렇다고 일을 가르쳐줄 팀장도 없었다. 대체 날 왜 뽑았냐고. 툴툴거리기 시작할 때 서비스 론칭과 함께 지금의 팀장님이 오셨다. 막막함은 둘이 나눠가졌을 뿐, 달라진 건 크게 없었지만.

지금은 좀 해결되었냐고? 사실 막막함은 똑같다. 어쨌든 서비스 운영을 하긴 하는데 가끔은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그럼에도 전 직장과 비교하며 다른 스트레스를 느끼기도 하고. 게다가 일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내가 이 팀 저 팀 무작정 연락하고 진행 중인 내용에 대해 공부하고 이해하고 나서야 운영할 수 있는 정도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고 나서야 숨을 돌렸고 더 이상 창피하지도 않았다. 이제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드디어!

그런데 왜 이 길을 너도 걸어야 한다는 걸까. 같은 회사에서 같은 직무도 아니고 전혀 새로운 업무를 맡은 너인데 인계자도 없이 그동안 처리하지 못한 업무가 쌓여있다는 얘기를 들으니 한숨만 푹푹 나오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일복 터진 커플이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직접 너의 얼굴을 보고 나니 속이 상해서 집에 들어와 너 몰래 엉엉 울어버렸다.


그래도 앞으로 네가 힘들 때 혼자가 아니라는 걸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꾹꾹 담은 글. “오늘 하루는 어땠어?”라고 시작하는 우리의 퇴근길을 기다리며 오늘 하루도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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