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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Feb 09. 2020

결혼 전 뜻밖의 반성 타임

6. 그 사람 들들 볶지 마세요

 매년 새해가 되면 신년 운세를 보러 가곤 한다. 몇 년 동안 한 분에게 신년 운세를 보곤 했는데 올해는 시간이 맞지 않아 다른 분을 수소문했고 결혼 전 떨리는 마음으로 친구와 사주 풀이를 들었다.


올해 경사가 있겠네?

 덕담처럼 시작한 사주 풀이는 지난 30년 동안 숨겨온 치부를 모두 들킨 듯한 기분이었다. 40분 남짓한 시간 동안 태어난 날짜와 시간만으로 풀이된 사주팔자를 들은 후 저녁 먹는 내내 나와 친구는 혼이 나가버렸다.

 남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기에 내 단점을 나열하는 사람을 마주하고 앉아있는 게 나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게 낯선 사람이 사주풀이를 해주는 것이든, 10년 넘은 절친이 얘기하는 것이든, 평생 같이 살아온 가족이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나라한 사주풀이가 무서웠던 반면 감사하기도 했던 건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 특히 결혼이라는 중대사를 앞두고 있기에 지금까지 살아온 가족이 아니라 앞으로 함께 살아갈 사람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조언이 조금 더 와 닿은 건 어쩔 수 없었다.


 사랑받는 것에 목마른 사람이라는 걸 나 자신도 알고 있었기에 연애를 할 때 상대방이 나를 더 사랑해주길 바라는 집착이 심했었다. 그런 나에게 지금의 남자 친구는 사랑에 대한 목마름이 느껴진 적도 없었고, 그렇기에 집착이라는 것이 필요 없게 하는 사람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오히려 내가 실수한 건 없는지 잘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더 좋은 사람이 되게 만들어준 사람이다. 다만 작은 것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나의 못된 성격 때문에 가끔 그를 들들 볶아 지치게 만드는 것 같아 후회한 적이 있다. 우리 가족들도 이런 내 모습에 참다 참다 화를 내기도 했고 그럴 땐 아차, 하면서 스스로 후회하며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결혼 후에 혹시나 그에게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까 가끔 두렵다.

 무릎이 닿기도 전에 모든 걸 꿰뚫어 본다는 무릎팍 도사만큼이나 모든 걸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던 사주 풀이. 결혼을 앞두고 올 한 해가 어떻게 지나갈지 궁금했을 뿐이었는데 뜻밖의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반성 X100) 덧붙이자면 사주풀이를 들은 남자 친구와 엄마의 반응이 달랐는데, 엄마는 ‘그러게, 주변 사람 좀 그만 괴롭혀.’라는 의견이었고, 남자 친구는 ‘이상하네, 난 집착이나 질투 같은 거 당해본 적 없는데 (시무룩)’의 반응이었다고 한다.

 아무튼 올 한 해는 사주풀이가 나쁘지 않다고 하니 조심조심, 나만 잘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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