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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Feb 23. 2020

결혼식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8. 왜 우리에게 코로나 19 같은 일이 벌어졌는가.

 아무리 그래도 사람 많은 곳은 가지 말지, 라는 엄마의 말을 뒤로하고 마스크를 야무지게 챙겨 결혼식으로 향했다. 웨딩홀을 들어서자 많은 하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신랑과 2월보단 3월이 나을 거라는 안부 인사를 나누었지만 생각보다 위로가 되지 않았다. 오늘로 결혼식을 마무리하고 신혼여행을 떠나는 갓 부부가 된 신혼부부가 부러울 따름.


 하룻밤 새 100명씩 늘어나는 확진자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착잡해진다. 게다가 이런 사람 속도 모르고 5분에 한 번씩 코로나 19 확진자 소식을 전하는 주변 사람 때문에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서 나도 모르게 회사에서 말수가 적어졌다. 이제 좀 잠잠해진 건가, 싶어 나도 답답한 마스크를 그만 쓸까 말까 고민했던 게 엊그제인데, 이제는 혹시 모르니 결혼식 당일 하객을 위한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충분히 구입해두라는 아빠의 말씀이 있었다. 그래도 혼자 걱정만 많았는데 부모님과 남자 친구 이야길 들으니 마음이 좀 안정된다.


 결혼 준비 9개월 차, 영화도 아니고 갑자기 바이러스가 시작되어 나의 결혼식까지 영향을 줄 거라곤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다. 완벽주의자를 꿈꾸지만 완벽주의자는 아니라서 예정된 일에 조금이라도 차질이 생기면 예민 보스가 되어버리는 나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작된 날부터 마스크를 꼬박꼬박 쓰고 외출만 했다 하면 손을 닦고 어디서든 소독제를 찾아 바를 정도로 건강 염려증이 생겼다. 적어도 3월 전에는 이 바이러스가 끝나길 바라며 최대한 조심했는데 왜인지 결혼식까지는 바이러스 종식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것 같다.


 하객들이 모인 결혼사진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가 황급히 마스크를 벗기도 하고, 결혼식을 취소할 순 없으니 진행하되 신부, 신랑도 마스크를 쓰고 심지어 하객 사진에도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있는 진풍경이 나오기도 한다. 아마 우리는 DVD와 앨범을 보며 먼 훗날 우리의 아이들에게 코로나 19 바이러스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웃지 못할 해프닝을 설명하고 있겠지. 결혼식 자체를 취소하거나 일정을 연기하는 일들도 있지만, 우리는 예정대로 결혼을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 주말 결혼식에 가서도 느낀 것이지만 기저 환자에겐 치명적인 이 바이러스 때문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할 수도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충분히 이해하기로 했고, 대신 그 두려움을 뚫고 축하하러 와준 사람들에게 그 감사의 마음을 다 전하기로 남자 친구와 부모님과 이야길 나누며 서로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다독였다.


 이것도 다 지나가리라, 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만큼은 빌려 써야 할 것 같다. 다 지나간 후에 남는 건 원하지 않았지만 우리 결혼식에 이런 에피소드가 있었다는 걸 평생 이야기거리로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코로나 19는 너무 밉다. 썩 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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