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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Mar 01. 2020

결혼 후 가장 걱정되는 것

9. 다 필요 없고 코로나 19 사라져라

 남자 친구랑 마주 앉아 이야기를 하다가 종종 “나랑 결혼해도 괜찮겠어?”라는 이야길 나누곤 한다. 무엇이 제일 기대되는지 가장 걱정되는지 이야길 나누다 보면 둘이 저절로 웃음을 짓곤 한다. 물론 최근엔 코로나 19 때문에 내 하나뿐인 결혼식 로망을 깨트리는 바람에 이것 말고 더 최악의 상황이라든가 더 큰 걱정이 생길지는 모르겠다만.


 결혼 준비를 하며 실제 결혼 생활은 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며 마치 게임 튜토리얼을 하듯 하나씩 퀘스트를 진행했는데, 거의 마지막에 다다르니 사소하지만 걱정되는 것들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는 걸 느꼈다.


1. 부부의 자금 문제

 이미 결혼한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각자 다른 케이스를 갖고 있는 부부의 자금, 우리는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부분.


2. 살림은 처음이라

 둘 다 자취해 본 경험이 없어 살림 능력치가 1도 없는 초보. 청소부터 빨래, 요리까지 (아니 적어도 밥 하는 것까지) 우리.. 밥은 먹을 수 있는 걸까?


3. 둘의 다른 생활패턴

 대형마트에 가서 작은 생활 소품을 고르는데 있어서도 왜 이걸 사야 해?라고 묻고 전혀 몰랐던 생활 패턴을 배우곤 한다. 예를 들면 쟁반이 왜 또 필요해?라고 물으니 밤에 일어나서 마실 물컵을 두어야 한다는 남자 친구. 밤에 물을 두어야 한다구..? 이해하기 어려운 나란 사람.


 결혼한 부부들도 30년 아니 50년 넘게 살아도 내가 모르던 모습이 나온다는데 뭐, 이제 시작하는 신혼부부가 걱정을 사서 해봤자 뭐가 답이 나온담. 그저 코로나 19가 무사히 지나가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만 간절한 요즘이다. 남들은 편히 하는 결혼이 나에게만 어려운 건지 세상이 야속하고 이딴 바이러스 퍼뜨리는 놈들 다 사라졌으면 좋겠는데 나 말고도 상황이 안 좋은 사람들이 많을 거란 생각에 마음 놓고 욕도 못하겠는 이 시기. 나 결혼 한 번 하고 싶을 뿐인데 퀘스트 끝판왕이 너무 깨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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