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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Mar 08. 2020

화가 난 주말

주말은 법적으로 쉬는 날인데요

 주말인데 미안해요,

 주말인데 미안한 줄 알면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며 열이 오른다. 나는 주말에 업무 관련 연락을 받으면 30분 정도 표정이 식는다. 나의 상사는 주말에 먼저 연락하는 일이 거의 없다. 이슈가 생기면 공유해주는 목적이 대부분이고 뭔가 요청하는 일은 정말 손에 꼽는다. 주로 연락은 협력사에서 온다. 그중에서도 나보다 윗사람이 연락을 하는데 나는 (그들이 보면 버릇없게도) 주말에 그들의 연락에 잘 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건 전 회사에서 배운 철칙이었다.


 전 회사는 대표님 철칙이 있었다. 대행사지만 업무시간 외에는 최대한 클라이언트 연락을 받지 않도록 업무 시간에 일을 진행하는 것. 그리고 그 철칙은 대부분 지켜졌다. 보통 대표님이 먼저 이 철칙을 소개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클라이언트는 계약을 진행하지 않았고, 이를 아는 클라이언트는 실무자끼리도 업무 시간 외 연락을 별도로 진행하지 않았다. 게다가 누군가 업무 시간 외 연락해서 업무를 진행하고 나면 결국 “저 팀은 해주는데 이 팀은 왜 안 해줘요?”라는 말이 나오기 때문에 회사 내 분위기도 업무 시간 외 연락은 동료들에게 민폐라고 생각했다.


 이런 철칙이 있던 회사에 다녔다 보니 내가 주말에 연락을 하고 업무를 진행하면 나 말고도 다른 동료들도 주말에 연락하면 업무를 진행해준다는 의미로 보이게 되어 낭패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회사 분위기도 이슈만 없다면 주말에 업무를 배제하는 분위기고 다른 팀 과장님, 차장님들도 주말에는 협력사 담당자 전화를 최대한 받지 않으려고 한다 들었다. 그만큼 우리는 주말에는 업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회사인데 협력사는 그걸 무시하고 업무 연락을 한다. 게다가 이 담당자는 특히나 심하다.


 이번 프로젝트는 작년부터 이어져 온 일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주말에도 연락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기 때문에 각 팀의 담당자가 2-3일에 한 번씩 알림을 보내듯 프로젝트 오픈에 필요한 자료를 요구했지만 결국 협력사는 아무 말도 없다가 오픈 직전 자료 제작을 또 다른 협력사에 공유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나는 중간에서 전달하는 입장이긴 했지만 그들이 알아서 하겠다 했을 때 한 번 더 짚었어야 했다. 내 실수가 있다면 그게 내 실수다.


 그는 오늘 저녁부터 자기 상사가 연락 와서 확인을 요청한다며 저녁 내내 나를 들볶았다. 어제도 그래서 나 역시 우리 팀장님께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조언을 구했고 그렇게 상황이 종료된 줄 알았는데 자기가 들볶인다는 이유로 연락한 담당자. 우리가 2-3일마다 물어봤을 때는 준비 중이라는 말만 하더니 급할 땐 분마다 연락이 오는 건 너무 이중적인 거 모르는지.


 해당 자료를 공유해주고 너무 늦은 건 아닌지, 라며 걱정하던 메시지는 급하게 업무를 보고 온 사이 “삭제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로 남아있다. 늦은 걸 알면서도 나에게 재촉하는 당신, 조만간 결혼 소식을 협력사에도 알려야겠다. 그럼 휴대폰 끄고 편하게 회사 일을 쉴 수 있겠지. 회사원들 모두 주말이든 유급휴가든 법적으로 쉬는 날은 연락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여유롭게 타임라인 잡고 진행하는 건데 우리 알림은 모조리 무시하셨을 때는 이미 남들 쉴 때 상황 확인 요청을 할 권리는 없어진 거라고 그에게 당당히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저의 계약서에는 주 5일 업무라고 명시되어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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