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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Mar 15. 2020

나이만 먹은 어른 아이

이다음은 또 어떤 시련이 올 것인가.

 2020년엔 날아다니는 자동차를 탈 줄 알았는데, 2020년엔 앱을 보고 마스크가 몇 시에 입고되는지 몇 개가 입고 됐는지 보고 줄 서서 마스크를 사야 한다. 오늘 처음으로 마스크 5부제를 이용했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회사에서 “희망퇴직”이라는 공지가 떴다. 50%의 인원을 감축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미 사람이 없어서 있는 서비스도 유지/보수가 안되는데 희망퇴직이라니. 휘청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코로나 19 때문이었을까. 햇볕은 점점 봄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데 경제는 한겨울보다 더 꽝꽝 얼어붙었다.


 어른이 되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2020년이 시작되며 산전수전 다 겪는 기분은 기분 탓이 아니겠지. 10개월 준비한 결혼식은 갑자기 닥친 코로나 때문에 무려 10개월 기다린 이탈리아 신혼여행을 취소했고, 심지어 예식 일자도 연기할 뻔했다.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모르는 건 아니지만 답답한 마음이 앞섰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속상한데 화를 낼 대상조차 없어 속만 타들어갔다.


 회사일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한 일에 대해서는 마땅히 책임지고 할 의향이 있지만 내가 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 책임지고 진행해야 할 때는 정말 다 때려치우고 싶더라. 근데 정말 회사에서 때려치우란다.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안 그래도 여기서 일하고 싶지 않았는데 기회인가, 싶지만 나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엄마 아빠에게 손 벌릴 수 있는 나이는 더더욱 아니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우리에게 닥친 시련들을 바라보며 그가 말했다.


어른이 되면 통달할 줄 알았는데
어렸을 때 엄마 아빠 나이가 되어가는데
난 아직 어린애야.


 우리 엄마 29살에 내가 생겼다고 했다. 어머님은 34살에 말도 통하지 않는 프랑스에서 어린 아들 둘을 키우고 남편 내조를 하셨다고 전해 들었다. 이제 우리도 그 나이를 지나 또 다른 목적지로 가고 있는데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아마 우리 아빠도 아버님도 더럽고 치사해서 회사를 그만두고 싶었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겠지.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었겠지. 지금의 우리가 그렇듯이.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들 위로한다. 6.25 전쟁 속에서도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기도 낳았단다. 그런데 오늘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더 한 일도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 아니 있을 거라는 생각에 계속 멘탈이 단단해지게 담금질당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오늘도 외치고 싶다. 망할 놈의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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