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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Apr 20. 2020

햇살 좋은 어느 봄날

햇빛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햇살 맛집이네요!

 지난주, 새롭게 가족이 된 아주버님/형님이 초대해주셔서 점심 식사를 하러 갔었다. 17층, 집에 들어서자마자 쏟아지는 햇살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우리 집은 남동향 그리고 1층이다. 처음 계약할 때 1층이라는 점에 대해 고민이 많았지만 고만고만한 전세 물건 중 그나마 우리 취향에 맞는 곳이라 선택했었다. 사실 본가에서도 쉬는 날 햇살을 찾아 베란다 앞에 멍 때리 길 좋아했던 나였지만 처음 집을 고르는 데 있어 남향(정확히는 남동향이지만)이면 됐지! 하고 1층을 계약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니 1층에서는 빛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아침마다 만나는 작은 빛이 이렇게 반가울 수 없다.


 여행에서도 이상하게 햇살에 집착하곤 했다. 해가 잘 들어오는 방을 배정받으면 햇살 핑계를 대곤 방에서 뭉그적거리기도 하고, 어떤 카페를 가더라도 더 좋은 햇살이 드는 곳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햇살을 맞을 수 있는 테라스 자리를 고집하기도 했다. 여행에서도 그 정도니 집에 들어오는 작은 햇살도 괜히 반갑고 더 애틋한 마음이 드는 게 오죽할까.


 신혼 생활이 시작된 지 3주, 처음으로 햇살을 맞으며 소파에 앉아 책을 읽었다. 그와 같이 앉아 사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햇살을 느끼는 시간이 생각보다 꽤 따스하고 기분 좋은 일임을 느낀 토요일. 아침마다 커튼을 펼치며 오늘 햇살은 어때?라고 묻는 나날, 다음엔 채광이 더 좋은 곳으로 이사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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