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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리 May 24. 2020

우리 부부의 세계

당신께 나의 모든 것을 드립니다.

 퇴근 후 꽃집에 들렀다. 어떤 꽃을 살까 고민하다가 요새 작약 철이라는 사장님의 말에 작약과 냉이꽃의 조합으로 꽃다발을 구입했다. 신랑에게 줄 꽃이라는 말과 함께 포장은 간단히 부탁드리니 날 보며 웃는 사장님, 오늘 남자분들은 많이 오셨는데 여자분은 처음이에요!라는 말을 하시니 괜히 부끄러워진다.


 냉이꽃 꽃말이 뭔지 알아요?
당신께 나의 모든 것을 드립니다.

 몇 년 전 연예인의 프로포즈 꽃으로 유명해진 냉이꽃을 곁들여주셨다는 사장님의 말과 함께 꽃다발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생각지 못한 꽃을 받아 들은 신랑을 생각하며 열심히 퇴근!


 그리고 그의 손에 들린 노란 튤립 한 송이와 미니 스투키. 설마 전날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할까 싶었는데 처음 맞는 부부의 날이 새삼 신기했다. 다시 물어보니 점심때 시아버님이 아주버님과 신랑에게 오늘 부부의 날이니 각자 짝지를 잘 챙겨주라는 미션 아닌 미션을 내리셨단다. 그리고 신랑의 머리를 스쳐간 나의 이야기. 그리고 매번 꽃집을 지나가며 작은 스투키를 바라보던 내 눈빛을 기억하고 꽃과 함께 작은 스투키 화분까지 준비했다는 그의 편지는 우리 부부의 첫 번째 부부의 날에 마음을 울리는 뜻깊은 선물이 되었다.


 사실 신랑에게 꽃 선물은 많이 받아봤지만 내가 신랑을 위해 직접 꽃을 산 건 처음이었다. 신랑이 꽃을 좋아한다는 말을 한 적도 없었긴 하지만 기념일에는 꽃이 아닌 다른 것을 사곤 했던 것이다. 그러다 새롭게 꽃을 선물해보면 어떨까 싶었는데 꽃을 든 신랑이 너무 신나 하는 표정이 새삼 새롭다. 그동안 왜 꽃을 선물하지 못했을까. 아니, 꼭 꽃이 아니었더라도 내 모든 것을 다 준다는 꽃말처럼 그에게 나의 모든 것을 준다는 다른 표현이 있을 수 있었는데.


 2(둘)이 만나 1(하나)가 된다는 5월 21일, 부부의 날. 최근 핫했던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끝나며 모든 부부에게 그들만의 세계가 있다는 속 쓰린 교훈을 얻었다지만 우리 부부의 첫 번째 부부의 날, 서로 나름 의미 있는 선물은 우리 부부의 세계에 앞으로 각자의 모든 것을 서로에게 주겠다는 마음까지 담았다. 앞으로 매년 부부의 날을 챙기지 못하더라도 결혼 후 첫 번째 부부의 날에 나누었던 서로의 마음은 가끔 꺼내볼 수 있는 부부의 세계를 만들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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