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냉방병으로 밝혀져...
집이 조용하다. 윗집에서 공사를 하는지 하루 종일 드릴을 박아대는 통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 침묵도 좋아하지 않아 보지 않을지라도 집에 혼자 있으면 티비를 틀어놓곤 하지만 침대에 들어오면 텔레비전을 끄기 때문에 고요해진다. 그리고 오늘은 옆에서 유튜브를 보는 남편도 없다.
월요일부터 이유 없는 두통과 근육통, 오한으로 출근하지 못했다. 화요일에 잠깐 젖 먹던 힘을 다해 출근했지만 다시 수요일에 하늘이 빙글빙글 돌아서 연차를 쓰고 아침 일찍 체온을 재본 후 37.2도를 확인하고 내과를 찾았다. 내과 입장 전 체온을 재보니 37.4도, 잠시 바깥에서 대기해주세요 라는 말과 함께 혈압을 쟀다. 다행히 혈압은 정상.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코로나 증상이라고 보기엔 열이 높지 않으니 우선 해열제를 처방하고, 열이 나는 이유는 몸 어딘가에 염증이 생겨서이니 항생제를 같이 처방해주시기로 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미열은 오래 지속됐다.
무증상 감염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 소식에 스스로 코로나를 의심해야 할까, 싶으면서도 확진자가 다녀간 공간에는 간 적이 없는데 싶어 억울하고, 코로나 19만 아니었다면 사실 단순 감기 몸살로 볼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어 재택근무가 가능한지 회사에 물어봤지만 개별 재택근무는 불가하다고 답변받았었다.
몸이 아프니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졌다. 출근을 못하니 동료분들께 민폐인 듯하면서도 열이 있는 채로 출근하는 것이 더 민폐인 것이 확실했다. 집에서도 신랑이 혹시나 나 때문에 피해를 보진 않을까, 짐스럽게 느끼진 않을까 싶어 마음을 졸인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길 바라지만. 결혼 후 “자꾸 아프다는 예비신랑 파혼할까요?”라는 커뮤니티 글을 보고 내가 저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자주 아프면 그럴 수 있겠다 싶어 괜히 나 혼자 찔리는 걸?
그렇게 폭풍 같은 일주일이 지나고 주말이 다가왔을 때 깨달았다. 나는 에어컨 바람에 약하고, 내 기초 체온 자체는 37도 이상으로 높은 편이고, 스스로 면역 체계가 약해졌을 때가 있다는 걸. 그렇게 모두에게 걱정을 끼치고 나서야 냉방병임을 깨달았고, 스스로 조심하고 약을 복용하며 다시 컨디션이 정상화되었다.
혹시 나도? 하고 의심스러울 때 가장 많이 한 건 최근 발표된 확진자 동선을 열심히 따라다니며 나와 겹치는 동선이 있는지 체크했다. 생활 속 감염을 의심하기엔 마스크를 생활화했고, 손 씻기 등 수칙을 열심히 지켰다고 생각했기에 억울함이 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 게다가 만약 내가 확진 판정이 된다면 가장 걱정되는 건 가족과 회사였다. 우선 시댁과 친정 가족들에게 절대 전염시켜서는 안 됐고, 재택근무를 다시 시작한다면 복잡해지기 때문에 회사도 걱정되긴 마찬가지였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37.5도를 넘나드는 미열로 스스로 자가 격리하면서 느꼈던 감정은 꽤나 복잡했다. 벌써 한 달 전 이야기라 이제야 꺼내보는 마음이지만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우리는 언제나 이 ‘혹시?’라는 불안감을 갖고 일상을 보내야 하겠지.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더라도 나 하나쯤이야 라는 마음이 아닌 나 하나라도 조심하자 라는 마음으로 항상 의심하고 기본 수칙이라도 잘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