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순댓국 한 그릇만 주세요
저는 밥을 먹고 와서요
아니다, 두 그릇 주세요.
소주도 한병 주시고요.
“네 아들은 어느 학교 간다디?”
“어, 주절주절~ 남녕고. 애 엄마도 거기 나왔고.”
부르기 전에는 말이 없던,
소품처럼 앉아있던 할머니가 갑자기 입을 연다.
“애 엄마가 몇회꽈? 울 아덜은 3회인디”
“아드님이 몇 살이에요?”
“마흔 다섯이우다”
몇 번을 왔었지만, 할머니가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마흔다섯 먹은 아들의 고등학교 이야기에 입이 트인
마흔다섯 해 째 보성시장에서 순댓국을 팔고 있는
세기식당 할머니 이야기,
울 엄마도 이렇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