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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태리 Nov 21. 2024

인생에 '절대'라는 것은 없구나

나의 이불킥 '절대 안 해' 시리즈가 몇 개 있다.

대학교 신입생 때 호기롭게 선배들에게

"저는 휴학하지 않고 졸업할 거예요. 고시공부도 관심 없어요"라고 하고 그걸 동영상으로도 찍었는데

법대생의 숙명답게 2년이나 고시공부한다고 쉬고 떨어졌다.


다음은 신입사원 때

"저는 절대 휴직을 길게 하지 않을 거예요. 1년도 너무 길어요"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현재 5년째 쉬고 있다. 드디어 내년에 복직을 한다. 아마 나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 같다.


마지막은 아이를 낳고 나서다

"너무 어릴 때는 학원에 안 보낼 거예요. 놀게 하고 싶어요"

초등학교 1학년 첫째는 영어학원과 수학학원에 다니고 있다. 한국아이들만큼 많이 한다고 볼 순 없고 정말 많이 놀지만 어쨌거나 저쨌거나 마냥 놀게 두진 않는다.




저 말들을 할 때의 나는 정말 확신에 차있었다. 절대 바뀌지 않을 것만 같았다.

이런 것 말고도 많은 확고한 생각들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보면 바뀌어 있었다.

휴직 같은 경우는 남편의 해외발령으로 어쩔 수 없는 것이었고 다른 것들은 그냥 시간이 지나고 내 주위의 환경에 맞춰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해외에 살고 있다는 건 아직도 나에게 너무나 신기한 일이다.

그래서 35살의 나는 함부로 '절대 안 할 거예요' 같은 말은 하지 않는다.

내 인생이지만 내가 살아갈 날들에 어떤 일이 있을지는 확실히 알 수 없고, 지금은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아닐 수 있다는 걸 안다.


아이의 전학을 준비하며 다시 한번 인생에 절대라는 건 없구나 싶다.

나는 정말 아이들에게 전학이라는 걸 절대 경험하지 않게 하고 싶었다. 어디선가 전학이 아이에게 엄청나게 힘든 경험을 줄 수 있다는 글을 읽었을 때 스스로 다짐했다. 초중고를 다니면서 한 번도 전학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나라서 더 그랬나 보다. 미지의 두려움이랄까.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전학을 가야만 한다. 한국으로 가서 그것도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만 한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첫째를 엄청나게 걱정을 했다. 학교 분위기도 완전히 바뀔 거고 나의 복직으로 지금처럼 옆에 딱 붙어 있지도 못할 텐데 괜찮을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런데 언제나 그렇듯이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일 년이 지나면서 아이가 엄청 자랐다.

반 모두와 친하게 지내고 새로운 친구랑도 정말 스스럼없이 친해진다. 학교 생활에 자신감이 넘친다.

그리고 무엇보다 독립적이 되었다. 갑자기 김치를 먹기 시작하더니 혼자서 시계하나 딱 차고 나가 친구랑 놀고 들어온다. 나 없이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노는 게 너무나 재밌단다.

지금도 완전히 걱정을 안 한다고는 볼 순 없지만 아이 둘 다 금방 적응하겠거니 믿고 있다.


이제는 인생에 확실한 정답과 미래는 없다는 걸 늘 염두하면서 산다.

그래서 더 재밌다. 내가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어떤 일이 있을지 궁금하다. 물론 내 삶이 어떨지 모른다는 건 좋은 일만 있을 거라는 게 아닌 건 안다. 그래도 나는 어떤 일이던 결국 좋은 일일 것이라고 믿으며 살아가고 싶다.




귀국을 하고 나서 글을 써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가족분야 크리에이터로 뽑혔다는 알림을 보고나선

글이 너무 쓰고 싶어졌다.

아마도 더 꾸준히 쓰라고 선정해주신거 같다.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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