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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립 Oct 16. 2017

단풍구경 한번쯤 가야겠다!!

북경 대표 단풍지역 나팔구(喇叭沟) 산행

가을이 되면서 단풍구경 한번쯤 가야겠다. 하는 마음이 있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말에 산에 가는 사람이 새삼 단풍구경이라니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사실 북경에는 한국처럼 단풍나무 있는 산이 많지 않다. 그저 노란색으로 물드는 나무가 많아 울긋불긋 하다는 표현을 쓰기가 싶지 않다. 하지만 고산이 많아 자작나무 및 낙엽송이 물들어 가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다.

단풍구경 하기에 좋다는 지역이 있어 찾아 갔다. 이름은 나팔구(喇叭沟)다. 나팔 같이 생긴 계곡이란 뜻일 것이고 시내에서 3시간 정도 소요되는 밀운현에 있는 산림 관광지다. 입구부터 대형버스에서 내린 인파가 밀리기 시작 한다. 마치 설악산 단풍구경 온 사람 같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관광이 아닌 등산이라 바쁘게 이들을 벗어나 위로 올랐다.

해발 600정도에서 시작한 발길은 단풍과 친구하니 피곤할 줄 몰랐다. 노랗게 물든 이등변 삼각형의 낙엽송, 가끔씩 있는 붉은 단풍나무, 이름도 모르는 잡목 들은 경쟁하듯 가을 색으로 갈아 입는다. 자작나무 숲이 우거진 곳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이 하얀 속살 같은 나무와 노랗게 물들어 가는 잎을 배경 삼아 사진 삼매경에 빠졌다. 다들 창조적인 폼을 위해 사지를 가만 두지 않고 난리다. 그 사이에서 그저 자연스런 자세로 기념하니 단풍놀이 나온 기분이 든다.

잠시 후 넓은 길을 벗어나 산길로 드니 수북이 쌓인 입들이 가을 길을 만들며 구불구불 숲 속을 잘도 헤쳐 나간다. 그 위에 동승한 나의 발길도 깊은 가을로 접어 드는 에스컬레이터를 탄 듯 나무 사이를 쭉쭉 잘도 빠져 나간다.
해발 1,200미터부터는 며칠 전 내린 눈이 최근과 이전에 떨어진 낙엽 사이에서 분명한 경계를 만들며 계절에 맞지 않는 얌체 같은 겨울 경치를 만든다. 자빠진 고목 위에 쌓인 눈에는 갓 떨어진 단풍이 고운 색상으로 백설과 조화를 이루었다. 하늘 높이 솟은 가지에는 이름 모르는 빨간 열매가 잎 하나 없는 정열로, 푸르러 가는 하늘 아래 또 하나의 가을 경치를 놓았다.

관광객들의 정점인 정자를 지나 정상에 오르는 길은 눈으로 덮여 미끄럽고 위험하다. 특히 바위들만 있는 곳을 지날 때 눈 때문에 자칫하면 사이에 빠질 수 있다. 발바닥에 달라 붙는 미끄러움을 털며, 조심조심 마찰 강한 곳을 경험 많은 발길로 밟으니 안전하게 정상에 이르렀다. 내려 보이는 능선들이 한눈에 들어 오고 그 골짜기와 등을 따라 물든 단풍은 아래로 갈수록 넓게 펼쳐진다. 하지만 정상은 겨울 색으로 변해가고 그 만큼 온도도 낮다.
단풍이 물들고 가끔 가을 햇살이 구름 속에서 나오는 지점에서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추워지는 몸을 싸맸다.

해발 1,600미터 넘는 곳의 쌀쌀한 날씨는 봉우리에 떼어 놓고 서둘러 하산하니 올라 갈 때 보다 더 많아진 낙엽은 발길에서 미끄럽다. 하지만 잎이 반쯤 벗겨진 나무와 먼산의 풍경이 어우러져 가을 산행의 운치가 느껴진다. 오전과 다른 길인 단풍 많은 곳으로 내려오니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자주 보인다. 그러한 곳에는 절정의 경치가 단풍객의 눈길을 받으며 빛나길래, 카메라로 기념하고 버스에 도착했다

오랫동안 북경에 살면서 단풍이 많은 이곳은 처음이라 새로운 느낌이다.
생각 같아서는 사람 적은 날 혼자 사색하며 가을의 한 시점에 푹 빠져 들고 싶다.
하얗게 옷 벗는 자작나무 숲, 호젓한 단풍길, 그리고 가랑잎 바삭이는 소리를  들으며...!
제멋대로 떨어지는 듯한 낙엽에도 바람이 놓아준 길과 자연의 규율이 있음을 알아가며
하루를 꽉 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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