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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립 Oct 31. 2018

삼황산 등산(5도 능선길~9도)

가을 협곡을 내려보며!

삼황산 등산(5도 능선길~9도)
10월27일 토요일 북경의 유명한 관광지 십도에 있는 삼황산으로 등산 갔다. 여러 번 간 산이지만 바위산이라 군데군데 비경이 있어 갈 때 마다 느낌 좋은 곳이다. 이번에는 다행이 가보지 않은 코스라 기대가 크다. 평소 가던 5도 골짜기를 타는 것이 아니라 산허리를 따라 오르막을 오르고 다시 7부능선을 돌아 나가는 산행길이다.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 십도 하천 건너편 산세가 수려하게 펼쳐지고 산 기슭에는 빨간 단풍 무리가 아침 햇살에 더욱 곱다. 고갯길 정면에는 암석으로 된 절벽들이 저마다의 기풍으로 아찔하다. 우뚝한 포토 존은 길게 늘어선 사람들을 다 받아 준다. 멀리 보이는 바위에는 어디선가 온 등산객 하나가 멋진 사진을 위해 까마득하게 서 있다.

굽이 굽이 돌 때 마다 새로운 풍경이 나타난다. 겹겹이 비슷한 크기로 정다운 경치를 만드는 곳이 있는가 하면, 날카로운 송곳 모양으로 높이를 경쟁하는 것도 있다. 또 다른 곳에는 갈색 초목과 잘 어우러져 색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산도 있다. 이 모든 것은 신선이 사는 비경이라 할 수 있다. 입으로 감탄을 자아 내며 말라가는 낙엽을 밟으니 바삭 바삭 가을 소리가 발길 따라 부서진다. 머리 위에는 청사진을 펼친 듯 한 푸른 하늘이 더욱 선명한 경치를 만든다. 이러한 길을 걷는 마음에는 더 이상의 욕심이 없다.

경관마다 붙드는 발길을 애써 떼어 내며 절정의 경치가 있는 곳에 닿았다. 말라버린 초목은 온화한 갈색으로 회색의 바위를 솜털같이 덮었다. 산수화 병풍을 둘러 놓은 듯한 경치는 가을 속에서 조용하다. 그곳에서 한참 동안 자연이 만들어 놓은 비경을 감상하며 신선 같이 놀았다.

내려오는 길에는 군데 군데 단풍과 함께 가을이 남아 있다. 하지만 촌락에는 제 작년 아침 서리 속에서 울든 오리는 없고 허름한 집만 저녁을 맞는다. 콘크리트 길을 걷는 내내 바위 산은 저녁 햇살을 넘겨 주며 어둠을 맞이하고, 배추들은 가을 속에서 탐스럽게 자란다. 그렇게 십도 하천의 물길이 불끈 불끈 근육을 내보이며 흐르는 곳에서 산행을 마쳤다.

언제 가도 감동을 주는 삼황산! 이번에는 처음 가는 코스라 여친을 소개 받는 기분이었는데 기대 이상이다. 마치 현모양처를 맞이한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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