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디자인시스템_02
앞 장에서 디자인체계를 이해하고 그 부품들(디자인 수행을 위한 지식, 방법, 프로세스 등)을 잘 장만해서 넣어야 하는 필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이 또 있습니다. 목적에 맞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등산을 위한 배낭을 꾸리는 것도 당일 산행인지, 장기 고산 등반을 위한 배낭인지에 따라 배낭의 크기나 종류도 달라지고 안에 들어가는 짐들도 달라질 것입니다.
따라서 디자인체계도 경제적인 목표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상징적인 디자인을 위한 것인지에 따라 디자인체계도 달라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에서 현재 판매되는 상품의 가격을 20% 낮추기 위하여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해졌다고 가정합니다. 그러면 현재의 가격, 부품이 수, 제조 공정의 수, 인쇄 도수, 투입되는 인원 및 일정, 경쟁사의 가격 등이 중요해집니다.
이는 모두 ‘수’를 다루는 것으로 낮은 가격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이렇듯 ‘수’를 다루는 방법 및 지식이 동원됩니다.
아니면 다른 경우로 만일 어떤 회사가 제품의 판매는 원활하나 시장에서 자사만의 아이덴티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상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제품을 개발한다고 가정해봅니다.
이 경우는 자사나 경쟁사의 이미지, 자기 회사가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혹은 의미, 사용자들의 라이프스타일, 조형 및 양식의 트렌드 등 이미지를 다루는 전개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인터랙션디자인을 할 경우는 사용자의 사용 습성, 조작되는 기기의 조작 절차 및 방법 등 또 다른 조사를 해야 하고 사용자가 사용하기 어려워하는 이유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지심리학 등의 지식이 필요로 됩니다.
이렇듯 디자인체계는 고정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목표에 따라 필요로 되는 방법, 지식, 절차, 콘셉트 등이 다 바뀝니다.
따라서 디자인 체계는 고정된 체계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목표에 따라 적합한 절차 방법 지식 등을 설계하고 운용하는 것입니다.
즉 디자인을 시작할 때 목표에 따라 이 디자인체계를 제일 먼저 설계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디자인체계를 목적에 맞게 설계하고 운용하지 못하면 적절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가 없습니다.
이는 뒷동산에 올라가는데 해외 원정용 배낭을 메고 올라가는 것이나, 반대로 해외 원정을 가는데 뒷동산에 올라가는 채비로 올라가는 것과 같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러한 디자인체계의 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또는 디자인체계에 속해있는 다양한 방법과 지식이 없기에 가장 일반적이며 보편적인 체계로 다양한 상황의 디자인을 해결하려 하기에 적절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다양한 디자인체계를 다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요? 현실적으로 다양한 디자인 체계를 모두 안정적으로 갖추고 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가장 바람직한 태도는 일단 학생 때에는 기본적인 디자인체계를 안정적으로 갖추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실무를 하며, 전문적인 영역의 디자인체계를 익혀나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실제로 실무를 하다 보면 업무의 성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기본체계를 바탕으로 다른 체계를 익혀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개인의 디자인 성향에 의해서도 디자인체계는 차이를 가질 수 있습니다. 논리적이며 객관적인 체계를 선호하는 디자이너가 있는 반면 인문학적이며 정서적인 디자인 체계를 선호하는 디자이너도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경우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디자인체계를 안정화시키고 다음으로 자신이 필요한 특정의 체계를 완성시켜나가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디자인 시작이니까 그냥 정해진 프로세스대로 방법을 동원해서 하면 되겠지’라는 자세가 아니라, ‘음..... 이번 디자인 프로젝트는 이런 결과를 내야 하니 그에 맞는 체계를 우선 설계해야겠군’이라는 자세면 적절하고 훌륭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