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디자인시스템_01
디자인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마케팅, 조형, 색채, 재료 및 가공, 신기술, 인간공학 등등 수많은 지식과 능력을 알아야 한다는 강박증을 가지게 된다. 한편 막연하게 이러한 지식과 능력들을 공부한다고 하여도 과연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 명확한 인과관계가 이해되지 않으면 공부하다 지치게 된다.
그러나 디자인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하여 디자이너는 내부에 어떤 수행체계를 가져야 하는지를 이해하게 되면 막연하게 공부해야 할 것 같은 지식과 능력들이 왜 필요한지 어디에 필요한지를 이해하게 되어 혼란으로부터 조금이나마 정리가 될 것이다.
앞서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시장, 경쟁사, 디자인 트렌드, 재료, 생산, 가공, 기술, 조형, 색채, 인간공학, 역사 등등 배우거나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들은 이렇듯 익히거나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안타깝게도 디자인이 너무나도 재미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혼란들이 디자인을 어렵게 만들며 심지어는 회피하게까지 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분해하여 늘어놓는다면 부품이 너무도 많아 정신이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들을 조립하려 하면 엄두가 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동차가 구성되는 전체의 체계 즉 구동부, 동력전달부, 실내내장부 등으로 구성된 체계를 이해하면 혼잡스럽고 많은 부품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조립해 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디자인 체계라는 것도 디자인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하나의 체계입니다.
다양하고 수많은 방법 및 순서, 지식 등은 디자인 체계라는 큰 틀 안에 들어있는 부품들입니다. 그래서 부품 하나를 보면 너무 다양하고 많아 정신이 하나도 없지만, 큰 틀의 구조를 이해하면 부품들의 위치와 관계가 명확히 이해되는 것과 같이 디자인을 위한 많은 요소들의 관계와 역할, 필요성, 중요도 등을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여기에서는 이러한 디자인을 하기 위한 체계를 이해해보도록 합니다.
디자인 프로세스는 일을 하는 순서입니다.
모든 일에는 일을 하는 순서가 있습니다. 일을 하는 순서는 ‘어떤 절차가 있느냐(이벤트)’와 그 절차들을 ‘어떤 순서로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관건입니다.
디자이너나 디자인 프로젝트에 따라 디자인 전 수행과정을 몇 개의 이벤트를 나누느냐 그리고 그 이벤트들을 어떤 순서와 관계로 기획하고 수행하느냐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프로세스 중에서 조사나 기획 부분을 중시할 것인지, 새로운 조형을 찾는 이벤트를 중시할 것인지, 개발이나 생산성을 중시할 것인지도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디자인방법은 ‘~~ 법’이라는 것들입니다.
시장조사기법, 3D Modeling기법 등은 모두 디자인을 잘하기 위한 방법들입니다. 디자인은 프로세스에 따라 다양한 방법들이 사용됩니다.
우선 초기에는 시장조사 기법, 사용자 조사기법, 경쟁사 비교 분석 방법, 트렌드 조사기법 등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콘셉트를 잡는 단계에서는 발상기법 등이 필요해집니다.
시각화 단계에서는 스케치 방법, 3D Modeling기법 등이 필요해집니다. 구현화 단계에서는 CATcomputer aided test, CAD 등이 필요합니다.
재료공학, 인간공학, 색채학, 조형원리, 인지심리학 등은 방법도 절차도 아닌 디자인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식입니다.
이 지식도 디자인 프로세스에 따라 다양한 지식이 필요로 됩니다. 이 디자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식들은 대부분 타 학문분야에서 온 것들입니다.
따라서 디자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타 학문분야의 지식을 빌려오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망설일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3D modeling을 잘하고 조형원리를 아무리 잘 안다고 하여 좋은 조형을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색채학을 잘 안다고 하여 색채를 잘 쓸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조형생성능력, 색채운영능력과 같은 능력이 조형을 생성시키고 색채를 사용할 수 있게 합니다.
이러한 능력들은 천부적인 경우도 있지마는 대부분은 훈련을 통하여 능력을 향상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콘셉트는 한 프로젝트 내의 모든 요소를 통제하는 기준입니다.
디자인에 절대적인 값이 없기에 이번 프로젝트의 목표가 프로젝트의 모든 요소를 결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이 그림이 좋은지 아닌지, 이 자료가 필요한지 아닌지. 이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아닌지는 모두 콘셉트나 프로젝트 목표에 의하여 결정됩니다.
디자인철학이라면 매우 고결하고 형이상학적이며 추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어떤 디자이너가 프로젝트마다 같은 콘셉트를 적용한다면 이것이 디자인 철학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디자인철학은 그 디자이너의 사고의 기준 혹은 기준으로 삼는 개념이기에 어떤 디자이너가 ‘나는 사물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디자인할 때마다 그러기 위하여 노력한다면 그것이 그 디자이너의 철학인 것입니다.
이와 같이 디자인체계는 프로세스, 방법, 지식, 능력, 콘셉트, 철학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더 세부적으로는 각 디자인 단계별로 필요한 지식, 능력, 방법이 다릅니다. 이것은 마치 디자인체계라는 큰 기계의 구조가 있고 각 구조마다 방법, 지식 등의 부품을 넣어 전체적으로 큰 기계가 돌아가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색채학을 배운다는 것은 디자인 지식 중에 조형을 다루는 단계를 위한 것이며, 시장조사기법을 배우는 것은 디자인 단계 중 상황 이해 단계의 방법을 익히는 것입니다. 디자인 역사를 배우는 것은 철학과 콘셉트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기초교육인 셈입니다.
이렇듯 모든 디자인 교육은 이 디자인체계를 분해하여 하나의 조각들을 교육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학생들도 “왜 이렇게 배울게 많아”라고 막연히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아~~ 이것은 전체 체계 중에서 이 부분을 채우기 위한 것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전체를 안정적인 체계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디자인체계가 안정되고 단단해야 디자인을 잘할 수 있습니다. 기계의 전체적인 구조가 짜임새 있고 부품들이 제 위치에 잘 들어가 있어야 기계가 잘 돌아가는 것과 같습니다.
디자인을 배운다고 하는 것은 결국, 이 디자인체계를 다 채워 넣고 연습을 반복하여 잘 돌아가게 하는 것입니다.